[박수진 칼럼] AI 시대 생존법, 생각하고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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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를 이길 수 있는 힘은 상상력
코딩보다 논술·토론 교육 시급
박수진 논설위원 겸 경제교육연구소장
코딩보다 논술·토론 교육 시급
박수진 논설위원 겸 경제교육연구소장
<달은 무자비한 밤의 여왕>은 공상과학(SF) 소설계의 기념비적 작품이다. 1969년 미국 유인 우주선 아폴로 11호가 인류 최초로 달 착륙에 성공하기 3년 전 출간됐다. 달 착륙 전에 달 식민지인들의 독립운동을 주제로 다룬 상상력이 놀랍다. 배경은 2075년. 지구인들의 수탈에 반발한 폭동이 달 식민지에서 일어나고 이를 ‘마이크’란 이름의 인공지능(AI)이 지휘한다. 마이크와 동료 인간들은 수많은 경우의 수를 오차 없이 계산하며 지구인들을 상대로 한 독립전쟁에서 승리한다. 그런 마이크가 가장 서투른 게 있었으니 바로 ‘유머’다. 마이크는 주인공 마누엘을 졸라 유머 과외를 받으며 어린아이처럼 기뻐한다.
챗GPT 출시 이후 반년 가까이 온 세상이 AI로 떠들썩하다. 낙관론도 있지만 최근엔 “이러다 다 죽어”식 경계론이 커지는 것 같다. 오픈AI의 챗GPT나 구글의 바드를 써보면 확실히 원하는 정보를 찾아 적절한 형태로 보여주는 데 탁월하다. 철학적인 질문에도 그럴듯하게 답하고, 코딩과 이미지 생성 등에서는 기대 이상의 결과물을 보여준다. 정보와 창작을 다루는 전문직부터 일자리를 잃을 것이라는 경고가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과연 그럴까. AI와 농담을 시도해봤다. 해본 사람은 알겠지만 그야말로 형편없다. 유머 자체를 이해하지 못할뿐더러 답을 알려줘도 못 알아듣는다.
유머는 인간의 특질 중 하나다. 문화적 콘텍스트를 공유하는 사람끼리 고도의 상징화를 통해 스트레스를 풀며 서로를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 여기엔 상상력이 필수다. AI가 인간을 많이 따라왔지만 아직은 유머까지 소화할 단계는 아니다. 인간이 AI에 대항할 시간이 남아 있다는 뜻이다.
AI 전문가 김대식 KAIST 교수는 “상상력과 의미 부여야말로 인간이 AI 시대를 살아낼 수 있는 길”이라고 강조한다. 1917년 마르셀 뒤샹이 미술 전시회에 남성용 변기 ‘샘’을 출품하며 ‘개념 예술’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열어젖혔듯 완전히 다른 패러다임으로 기계와 경쟁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게 끊임없이 읽고, 생각하고, 상상해야 가능함은 두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우리는 지금 그런 준비를 하고 있을까. 학생들에게 AI 시대에 대응할 적절한 교육을 제공하고 있을까. 안타깝게도 그렇지 못하다. 세상은 무섭게 변하고 있지만 교육 현장은 아직도 암기 위주, 5지선다형 시험에 매달려 있다. 뒤늦게 시작한 디지털 전환 교육도 방향이 틀렸다. 서울시 등 지방자치단체들은 코딩이나 메타버스 딥러닝 등을 교육하는 데 매년 수천억원을 쏟아붓고 있다. 그러나 지금 학생들에게 필요한 것은 기술이 아니라 그런 기술 변화가 의미하는 것, 이에 대한 논리적 대응, 그를 뛰어넘을 수 있는 상상력 등이다. 현장 교사들이 “AI를 이해하려면 논술부터 배워야 한다”고 말하는 이유다.
한국경제신문이 발간하는 중·고교생 경제논술 신문 생글생글이 최근 800호를 맞았다. 생글은 ‘생각하고 글쓰기’의 줄임말로 그동안 암기 위주 교육 현장에서 생각하고, 글쓰고, 토론하는 교육의 중요성을 전파하는 역할을 해왔다. 생글 활용 교사 94%가 “논술과 경제교육에 대체불가한 콘텐츠”라며 만족을 표시했다. 교사들을 위한 생글 활용 보조 교재 ‘티처 가이드’는 발행과 함께 구독 열풍이다.
AI 시대 생글생글의 발걸음은 무겁기만 하다. 더 알찬 내용으로 더 많은 학생을 찾아가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지난해 출간한 초·중학생을 위한 자매지 ‘주니어 생글생글’이 큰 인기를 얻는 게 그나마 위안이다. 생글생글이 모든 교실에서 논술 교재로 활용되는 풍경을 상상해 본다.
챗GPT 출시 이후 반년 가까이 온 세상이 AI로 떠들썩하다. 낙관론도 있지만 최근엔 “이러다 다 죽어”식 경계론이 커지는 것 같다. 오픈AI의 챗GPT나 구글의 바드를 써보면 확실히 원하는 정보를 찾아 적절한 형태로 보여주는 데 탁월하다. 철학적인 질문에도 그럴듯하게 답하고, 코딩과 이미지 생성 등에서는 기대 이상의 결과물을 보여준다. 정보와 창작을 다루는 전문직부터 일자리를 잃을 것이라는 경고가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과연 그럴까. AI와 농담을 시도해봤다. 해본 사람은 알겠지만 그야말로 형편없다. 유머 자체를 이해하지 못할뿐더러 답을 알려줘도 못 알아듣는다.
유머는 인간의 특질 중 하나다. 문화적 콘텍스트를 공유하는 사람끼리 고도의 상징화를 통해 스트레스를 풀며 서로를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 여기엔 상상력이 필수다. AI가 인간을 많이 따라왔지만 아직은 유머까지 소화할 단계는 아니다. 인간이 AI에 대항할 시간이 남아 있다는 뜻이다.
AI 전문가 김대식 KAIST 교수는 “상상력과 의미 부여야말로 인간이 AI 시대를 살아낼 수 있는 길”이라고 강조한다. 1917년 마르셀 뒤샹이 미술 전시회에 남성용 변기 ‘샘’을 출품하며 ‘개념 예술’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열어젖혔듯 완전히 다른 패러다임으로 기계와 경쟁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게 끊임없이 읽고, 생각하고, 상상해야 가능함은 두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우리는 지금 그런 준비를 하고 있을까. 학생들에게 AI 시대에 대응할 적절한 교육을 제공하고 있을까. 안타깝게도 그렇지 못하다. 세상은 무섭게 변하고 있지만 교육 현장은 아직도 암기 위주, 5지선다형 시험에 매달려 있다. 뒤늦게 시작한 디지털 전환 교육도 방향이 틀렸다. 서울시 등 지방자치단체들은 코딩이나 메타버스 딥러닝 등을 교육하는 데 매년 수천억원을 쏟아붓고 있다. 그러나 지금 학생들에게 필요한 것은 기술이 아니라 그런 기술 변화가 의미하는 것, 이에 대한 논리적 대응, 그를 뛰어넘을 수 있는 상상력 등이다. 현장 교사들이 “AI를 이해하려면 논술부터 배워야 한다”고 말하는 이유다.
한국경제신문이 발간하는 중·고교생 경제논술 신문 생글생글이 최근 800호를 맞았다. 생글은 ‘생각하고 글쓰기’의 줄임말로 그동안 암기 위주 교육 현장에서 생각하고, 글쓰고, 토론하는 교육의 중요성을 전파하는 역할을 해왔다. 생글 활용 교사 94%가 “논술과 경제교육에 대체불가한 콘텐츠”라며 만족을 표시했다. 교사들을 위한 생글 활용 보조 교재 ‘티처 가이드’는 발행과 함께 구독 열풍이다.
AI 시대 생글생글의 발걸음은 무겁기만 하다. 더 알찬 내용으로 더 많은 학생을 찾아가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지난해 출간한 초·중학생을 위한 자매지 ‘주니어 생글생글’이 큰 인기를 얻는 게 그나마 위안이다. 생글생글이 모든 교실에서 논술 교재로 활용되는 풍경을 상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