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보글보글'이란 말이 맛있게 들린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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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영 세종학당재단 이사장
가끔 질문을 받곤 한다. 외국인이 생각하는 한국어의 독특한 특징은 무엇인지, 이들이 한국어를 배울 때 매력적으로 느끼는 것은 무엇인지, 또 방송에 나오는 외국인들은 어떻게 그렇게 미묘한 어감까지 이해하고 감칠맛 나게 말하는지 필자 주변 한국인들은 궁금하기만 하다.
한국의 예능 프로그램을 보다가 섬광처럼 번쩍하고 나타난 예쁜 한글 자막과 처음 듣는 독특한 발음으로 인해 한국어의 매력에 푹 빠져버렸다는 한 외국인은 이렇게 말한다. ‘보글보글’이라는 말을 들으면 맛있는 느낌이 난다고. 말할 때 자연스러운 발음은 물론이고 유려한 표현력까지 돋보이는 이 외국인은 바레인 마나마 세종학당에 다니는 여학생이다.
세종학당 한국어 말하기 대회에서 대상을 거머쥔 이 학생의 우리말 수준은 놀랍기만 하다. 감정과 상황을 명확하게 묘사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한국어 음성상징어가 매력적이고 신기하게 다가왔다”고 말하는 그의 지적 감수성이 오히려 흥미롭다. 한국어 의성어와 의태어를 머리로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느끼는 것이 아닐까 싶다.
‘보글보글’이 주는 맛있는 느낌은 ‘부글부글’에서는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한국어에 입문한 초심자 외국인은 왜 그런지를 묻고 또 묻는다. ‘어정어정’과 ‘아장아장’이 다르고, ‘쿨럭쿨럭’은 ‘콜록콜록’과 다르며, ‘뻘겋다’는 ‘빨갛다’와 다르다는 말에도 고개를 갸우뚱한다. 양성모음이 작고 밝으며 산뜻한 어감을 표현한다면 음성모음은 크고 둔탁하며 어두운 어감을 나타낸다는 것을 학교 다닐 때 굳이 배우지 않았더라도 우리는 느낌으로 “척!”하고 아는 것을 한국어 학습자들은 처음에는 그렇게 낯설어하고 이해하기 어려워한다.
그러나 학생들은 어느 순간 ‘아장아장’이라는 말을 들으면 작고 귀여운 아가가 떠오르고 ‘콜록콜록’이라는 말을 들으면 어린아이의 감기가 연상되며, ‘뻘겋다’는 친구의 말을 들으면 어둡고 밝지 않아서 좋지 않다는 평가로 받아들이는 수준에 도달하게 된다. 한국어 실력이 이 정도가 되면 학생들은 ‘보글보글’의 맛있는 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되고, 음성상징이 주는 어감의 유희를 두근두근 설레는 마음으로 즐기게 된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이쯤 되고 나면 ‘아 해 다르고, 어 해 다르다’라는 우리말 속담에도 당연히 공감하고 있을 것만 같다.
‘보글보글’이라는 말이 맛있게 들린다는 이 바레인 학생의 눈망울이 낯선 언어, 한국어에 대한 호기심으로 반짝인다. 파릇파릇 돋아난 새싹들이 쑥쑥 커가는 싱그러운 맹하(孟夏)에 이 외국인 학생처럼 우리도, 아니 우리야말로 아름다운 우리말에 대한 섬세한 감각을 쑥쑥 키워보는 것은 어떨까.
한국의 예능 프로그램을 보다가 섬광처럼 번쩍하고 나타난 예쁜 한글 자막과 처음 듣는 독특한 발음으로 인해 한국어의 매력에 푹 빠져버렸다는 한 외국인은 이렇게 말한다. ‘보글보글’이라는 말을 들으면 맛있는 느낌이 난다고. 말할 때 자연스러운 발음은 물론이고 유려한 표현력까지 돋보이는 이 외국인은 바레인 마나마 세종학당에 다니는 여학생이다.
세종학당 한국어 말하기 대회에서 대상을 거머쥔 이 학생의 우리말 수준은 놀랍기만 하다. 감정과 상황을 명확하게 묘사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한국어 음성상징어가 매력적이고 신기하게 다가왔다”고 말하는 그의 지적 감수성이 오히려 흥미롭다. 한국어 의성어와 의태어를 머리로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느끼는 것이 아닐까 싶다.
‘보글보글’이 주는 맛있는 느낌은 ‘부글부글’에서는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한국어에 입문한 초심자 외국인은 왜 그런지를 묻고 또 묻는다. ‘어정어정’과 ‘아장아장’이 다르고, ‘쿨럭쿨럭’은 ‘콜록콜록’과 다르며, ‘뻘겋다’는 ‘빨갛다’와 다르다는 말에도 고개를 갸우뚱한다. 양성모음이 작고 밝으며 산뜻한 어감을 표현한다면 음성모음은 크고 둔탁하며 어두운 어감을 나타낸다는 것을 학교 다닐 때 굳이 배우지 않았더라도 우리는 느낌으로 “척!”하고 아는 것을 한국어 학습자들은 처음에는 그렇게 낯설어하고 이해하기 어려워한다.
그러나 학생들은 어느 순간 ‘아장아장’이라는 말을 들으면 작고 귀여운 아가가 떠오르고 ‘콜록콜록’이라는 말을 들으면 어린아이의 감기가 연상되며, ‘뻘겋다’는 친구의 말을 들으면 어둡고 밝지 않아서 좋지 않다는 평가로 받아들이는 수준에 도달하게 된다. 한국어 실력이 이 정도가 되면 학생들은 ‘보글보글’의 맛있는 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되고, 음성상징이 주는 어감의 유희를 두근두근 설레는 마음으로 즐기게 된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이쯤 되고 나면 ‘아 해 다르고, 어 해 다르다’라는 우리말 속담에도 당연히 공감하고 있을 것만 같다.
‘보글보글’이라는 말이 맛있게 들린다는 이 바레인 학생의 눈망울이 낯선 언어, 한국어에 대한 호기심으로 반짝인다. 파릇파릇 돋아난 새싹들이 쑥쑥 커가는 싱그러운 맹하(孟夏)에 이 외국인 학생처럼 우리도, 아니 우리야말로 아름다운 우리말에 대한 섬세한 감각을 쑥쑥 키워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