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세에 요절한 아담 엘스하이머…손바닥만 한 동판에 은하수를 수놓다 [WSJ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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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WALL STREET JOURNAL 서평
자연의 빛(Natural Light)
줄리언 벨 지음
템즈앤허드슨│256쪽│40달러
자연의 빛(Natural Light)
줄리언 벨 지음
템즈앤허드슨│256쪽│40달러

17세기 초 활동한 화가 아담 엘스하이머(1578~1610)는 32세에 요절했다. 그는 주로 10~50㎝ 정도 너비의 작은 동판에 유화를 그렸다. 기구한 삶 탓에 많은 것을 남기진 못했다. 낡은 코트, 쥐가 파먹은 담요, 흰 장화 한 켤레…. 부인과 두 살배기 아들을 부양하기엔 어림도 없었다.
![32세에 요절한 아담 엘스하이머…손바닥만 한 동판에 은하수를 수놓다 [WSJ 서평]](https://img.hankyung.com/photo/202305/01.33531232.1.jpg)
엘스하이머의 작품은 작은 크기에도 불구하고 사실적이고 세밀하다. 많은 바로크 화가들이 널찍한 캔버스에 유화를 그렸던 것과 달리, 엘스하이머는 동판에 그린 '캐비넷 아트'를 고집했다. 케비넷 아트란 말 그대로 캐비넷에 넣을 만큼 작은 작품을 뜻한다. 유럽의 부유한 수집가들이 좁은 비밀 공간에 조그마한 그림과 조각을 따로 전시한 데서 유래했다.

작품에 숨을 불어넣는 듯한 저자의 평론은 글맛을 더한다. 두 가지 판본으로 전해지는 '토비아스와 천사'는 아버지의 시력을 고치기 위한 여정에 나선 소년을 그렸다. 저자는 인물 뒤편의 소, 나무, 구름과 새 등 전체적인 풍경이 두 인물과 함께 이동하는 것처럼 배치된 점을 짚어낸다. 또 다른 판본에선 '치유와 구원에 대한 불확실한 약속'을 상징하는 딱총나무꽃의 의미를 풀어낸다.
안타깝게도 그의 가족은 이집트뿐 아니라 그 어디로도 도피할 수 없었다. 동료 예술가는 빚에 허덕이던 그를 채무자 감옥에 집어넣었다. 그의 심신은 빠르게 망가졌다. 그가 죽은 뒤, 아들은 커서 수도사가 됐다. 아버지의 짧고 고통스러웠던 삶에 대해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들었는지는 알 수 없다. 별이 빛나는 밤하늘 너머에선 평안한 삶을 살기를 기도하지 않았을까.
정리=안시욱 기자 siook95@hankyung.com
이 글은 WSJ에 실린 크리스토프 임셔의 서평(2023년 5월 20일) ‘Natural Light Review: Adam Elsheimer's Tiny Works of Wonder’를 번역·편집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