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골 비즈니스가 성공 지름길"…'테헤란로 피벗 요정'이 말하는 사업의 본질 [긱스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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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시원 채널코퍼레이션 대표
[인터뷰=최시원 채널코퍼레이션 대표]
13살 때 아버지 손 이끌려 첫 창업
손댄 사업모델만 5개…'피벗 요정' 별명 얻어
"B2B사업은 '뚝배기'…일단 버텨야"
기업 간 거래(B2B) 커뮤니케이션 소프트웨어 '채널톡'을 만든 최시원 채널코퍼레이션 대표(39·사진) 얘기다. 채널톡은 중소·중견기업과 소상공인 사업자들이 채팅·전화 상담, 고객관리와 같은 고객 서비스(CS)활동과 마케팅 등을 하나의 메신저에서 가능하게 한 업무용 툴이다. 커머스 회사를 위주로 2만여 개의 고객사를 확보했다. 소상공인까지 포함하면 고객사는 12만 개까지 늘어난다는 게 최 대표의 말이다. 채널코퍼레이션은 지난해 130억원의 매출을 거뒀는데, 전년보다 70% 이상 늘어난 수치다.
최 대표를 창업가의 길로 인도한 건 비디오 대여점을 하던 아버지였다. 그는 아버지를 '돈키호테' 같은 사람이라고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초등학생한테 '덜컥' 컴퓨터 프로그램 제작을 맡겼으니 말이다. 그는 "당시 쓰던 관리 프로그램은 300만원이 훌쩍 넘었고, 그럴 바에야 직접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게 낫겠다고 생각하고는 있었다"고 회상했다.
아버지는 기획자, 소년은 개발자 역할을 맡았다. 그 길로 그의 첫 창업 여정이 시작됐다. 학교를 마치면 가방을 내팽겨치고 개발에 몰두했다. 오후 4시부터 자정을 훌쩍 넘어 컴퓨터를 두드리던 부자의 모습에 어머니는 등짝 스매싱을 날리기도 했다. 아버지는 경쟁 업체 사장님을 인터뷰하게 해주고, 클리퍼 관련 서적을 10권 넘게 사주셨다.
2년 6개월의 작업 끝에 1999년 여름, 드디어 프로그램이 완성됐다. 1999년에서 2000년으로 바뀌려던 혼란스러운 시점에 발생할 수 있는 버그도 다 잡았고, 다른 프로그램을 쓰다가 쉽게 넘어올 수 있도록 마이그레이션 기능도 갖췄다. 첫 달 3000만원어치를 팔았다. 사업의 쏠쏠한 재미를 느끼려던 참이었다. 그런데 그 해 9월 아버지가 뇌종양으로 쓰러지셨다. 사업은 당연히 셧다운됐다. 방황의 늪으로 빠지기 직전이었다.
역경 속에서 소년이 다짐한 건 또 한 번의 도전이었다. 고등학교에 진학하자마자 '나는 대학은 가지 않겠다'고 마음먹었다. 또 창업을 하기로 했다. 이번엔 게임 엔진을 개발하는 회사였다. 첫 창업 때 알게 된 사람들과 함께 공동으로 회사를 차렸다.
"첫 창업 때는 나 혼자 일하는 '독고다이'였다면, 고등학생 때는 '협업'이란 걸 처음으로 해봤어요. 나름 팀장이라는 직함을 달았지만, 풋내기 소년에게 어른과의 협업은 쉽지 않았죠. 혼자 일하는 것보다 오히려 성과가 떨어졌어요. 서러움에 북받쳐 펑펑 울기도 했습니다. 고1 때는 결국 아버지도 돌아가셨어요. 내가 나중에 진짜 큰 사람이 되려면, 협업하는 법을 알아야겠다고 생각했죠."
실무적인 것도 중요하지만 우선 컴퓨터가 돌아가는 원리를 알고 싶었다. 그러려면 대학을 가야 했다. 고3 때는 사업을 접고 부랴부랴 손놓고 있던 공부를 시작했다. 인하대 컴퓨터공학과에 진학했다. 석박사 과정까지 밟으려 했다. 그러다 지도 교수의 추천으로 구글에 인턴으로 입사했다. 구글 엔지니어들이 만든 코드들을 보며 다시금 창업의 꿈을 키웠다.
"스타트업은 제품 주도 성장(PLG)이냐 판매 주도 성장(SLG)이냐에 따라 갈립니다. SLG 모델에선 계속해서 리텐션(유지율)을 위해 영업을 해야 하니까 그만큼 품이 많이 들고 확장이 쉽지 않죠. 또 하나 깨달은 건 플랫폼에 의존하는 사업이 힘들다는 점이었습니다. 페북이나 트위터에 의존했기 때문에, 이런 SNS들이 자체적으로 광고 상품을 팔기 시작하면 저희 같은 회사는 망하기 일쑤였죠. 한마디로 지속 가능성이 떨어지는 회사였습니다."
사업을 접고 재창업을 했다. 벌써 네 번째였다. 이번엔 워크인사이트라는 서비스를 만들었다. 스마트폰에서 나오는 와이파이 신호를 분석해 오프라인 매장에 사람들이 얼마나 왔는지, 어디로 가는지 등 방문객 통계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이었다. 역시 1년여 만에 월 2억원가량의 매출을 올릴 만큼 빠르게 성장했다. 그런데 또 거기까지였다.
"여러가지 문제점이 있었습니다. 우선 오프라인 매장을 기반으로 하다보니 일일이 영업을 뛰어야 했죠. 그리고 동네 빵집보다는 프랜차이즈 같은 대기업을 노려야 했는데, 문제는 대기업의 인력이 너무 빨리 바뀌다보니 의사결정이 매우 느렸습니다. 그리고 결정적인 건 고객들에게 우리 서비스가 '메인'이 아닌 '서브' 같은 느낌이었다는 거죠. 있으면 좋고, 없으면 없는대로 살 수도 있는 그런 서비스요."
또 사업모델을 바꾸기로 했다. 이쯤 되면 주위 사람들은 혀를 내두를 만도 했다. 테헤란로에서 최 대표는 '피벗(사업전환)의 요정'이라고 불렸다. 초기 투자사인 본엔젤스는 이 회사를 두고 "망하지 않는 게 신기한 회사"라고 했다. 어느 해 주주총회에서는 투자자들 앞에서 다시 한 번 피봇하겠다고 발표했다가 욕설에 가까운 융단폭격을 맞기도 했다.
최 대표는 "하지만 우리의 목표는 매출 몇십억원 짜리 회사가 아닌, 조 단위 매출을 올리는 것이었다"며 "지금껏 B2B 사업만 해왔고, 앞으로 줌, 슬랙, 노션을 뛰어넘는 B2B 회사가 되는 게 목표였다"고 회상했다.
"여러 차례 피봇을 하며 너무 힘이 들 때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의장의 인터뷰 영상을 봤어요. 이 때 마음에 새긴 게 '아마존 정신'입니다. 우선 잘 알려진대로 아마존은 철저히 '고객 중심'적입니다. 경쟁사나 기술보다 우리 제품을 쓰는 소비자에게 집중하죠. 또 아마존은 '멀리' 내다봅니다. 단순히 이번 분기 실적을 잘 내려 하는 게 아니라 1, 2년 뒤를 내다본다는 말입니다. 지금 성과가 어떻든 일희일비하지 않습니다."
최 대표는 B2B 비즈니스를 '뚝배기'에 비유했다. 천천히 성장하지만, 일단 궤도에 오르고 나면 잘 떨어지지 않는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런 의미에서 그는 '존버'하라고 강조했다. 사업이 상승 곡선을 그릴 때 자만하지 말고, 올라가지 않을 때도 조급해하지 말라고 했다.
그가 강조하는 '단골' 비즈니스도 비슷한 맥락이다. 단골이 많은 음식점은 망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최근 도입한 인공지능(AI) 전화 서비스도 단골을 사로잡는 데 최적화돼 있다는 설명이다. 탑재된 AI 음성 인식 기술이 자동 녹음된 통화 내용을 텍스트로 변환해줘 상담사 업무 효율이 향상된다. CS를 더 수월하게 만들어 단골 손님 관리에 집중할 수 있게 했다고 설명했다. 고객사를 단골로 만들고, 단골 고객사들은 채널톡으로 또 다른 단골 손님을 붙잡는 선순환 고리의 완성이다.
"일본 사람들은 얼음 위의 펭귄 같아요. 모두 눈치보며 물에 뛰어들지 않죠. 하지만 누구 한 명이 뛰어들면 다 같이 뛰어들어요. 단골을 만들긴 어렵지만, 한 번 내 사람이 되면 끝까지 함께 할 수 있습니다. 슬랙이 일본 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둔 것도 비슷한 맥락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본은 지리적으로 가까우면서도 한국보다 시장이 훨씬 커서 기회의 땅이에요. 일본을 시작으로 미국까지 진출하는 게 목표입니다."
채널코퍼레이션은 최근엔 채널벤처스라는 이름의 액셀러레이터도 차렸다. B2B SaaS 회사를 육성하기 위해서다. 올 3분기쯤 첫 피투자기업이 등장할 전망이다. 인건비가 비싸지면서 미래엔 B2B SaaS가 시장을 장악할 것이란 회사의 믿음이 들어갔다.
최 대표는 중소 사업자들이 본업에만 집중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잡았다. 그는 롤모델인 장병규 크래프톤 의장이 해 준 말을 떠올린다고 했다 장 의장은 그에게 "옛날 게임 회사는 엔진부터 서버까지 모든 걸 직접 만들었지만, 지금은 그렇게 해서는 살아남을 수 없다"며 "게임사의 본질은 '게임' 그 자체를 잘 만드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이외에 것들은 전부 다 다른 곳에서 갖다 쓴다는 마음으로 임해야 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고 했다.
그렇게 줌·슬랙·노션 등 글로벌 SaaS 회사의 아성을 넘보겠다는 포부다. 그가 매번 동료들과 함께 주문처럼 외우는 문구가 있다. '줌슬랙노션처럼 되자, 줌슬랙노션처럼 되자'
김종우 기자 jongwoo@hankyung.com
13살 때 아버지 손 이끌려 첫 창업
손댄 사업모델만 5개…'피벗 요정' 별명 얻어
"B2B사업은 '뚝배기'…일단 버텨야"
B2B SaaS 전성시대입니다. '채널톡'을 만든 채널코퍼레이션은 지금까지 400억원 넘는 투자금을 유치했습니다. 이 회사의 최시원 대표는 초등학생때부터 창업가의 길로 뛰어들었다고 합니다. 잠깐의 달콤한 성공을 맛보기도, 쓰디 쓴 실패의 술을 들이키기도 했다는데요. 그러면서도 꿋꿋이 일어섰습니다. 한경 긱스(Geeks)가 최 대표를 만나 창업 생태계에서 겪은 희로애락을 들어봤습니다.Y2K(밀레니엄 버그) 감성이 주름잡던 1990년대 후반, 대전의 한 13살 소년은 컴퓨터 학원을 다닌지 두 달 남짓 된 평범한 초등학생이었다. 동네에서 비디오 대여점 사업을 하던 아버지의 일을 돕곤 했다. 고객 장부, 그러니까 일종의 CRM(고객관계프로그램) 소프트웨어가 막 보급되던 시절이었다. 어느날 아버지가 '네가 이것 한 번 만들어볼래?'라고 했다. 그 한마디가 '초딩'을 연쇄 창업가의 길로 끌어들일 줄, 그때는 몰랐다.
기업 간 거래(B2B) 커뮤니케이션 소프트웨어 '채널톡'을 만든 최시원 채널코퍼레이션 대표(39·사진) 얘기다. 채널톡은 중소·중견기업과 소상공인 사업자들이 채팅·전화 상담, 고객관리와 같은 고객 서비스(CS)활동과 마케팅 등을 하나의 메신저에서 가능하게 한 업무용 툴이다. 커머스 회사를 위주로 2만여 개의 고객사를 확보했다. 소상공인까지 포함하면 고객사는 12만 개까지 늘어난다는 게 최 대표의 말이다. 채널코퍼레이션은 지난해 130억원의 매출을 거뒀는데, 전년보다 70% 이상 늘어난 수치다.
'돈키호테' 아버지와 개발자 소년
최 대표를 창업가의 길로 인도한 건 비디오 대여점을 하던 아버지였다. 그는 아버지를 '돈키호테' 같은 사람이라고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초등학생한테 '덜컥' 컴퓨터 프로그램 제작을 맡겼으니 말이다. 그는 "당시 쓰던 관리 프로그램은 300만원이 훌쩍 넘었고, 그럴 바에야 직접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게 낫겠다고 생각하고는 있었다"고 회상했다.
아버지는 기획자, 소년은 개발자 역할을 맡았다. 그 길로 그의 첫 창업 여정이 시작됐다. 학교를 마치면 가방을 내팽겨치고 개발에 몰두했다. 오후 4시부터 자정을 훌쩍 넘어 컴퓨터를 두드리던 부자의 모습에 어머니는 등짝 스매싱을 날리기도 했다. 아버지는 경쟁 업체 사장님을 인터뷰하게 해주고, 클리퍼 관련 서적을 10권 넘게 사주셨다.
2년 6개월의 작업 끝에 1999년 여름, 드디어 프로그램이 완성됐다. 1999년에서 2000년으로 바뀌려던 혼란스러운 시점에 발생할 수 있는 버그도 다 잡았고, 다른 프로그램을 쓰다가 쉽게 넘어올 수 있도록 마이그레이션 기능도 갖췄다. 첫 달 3000만원어치를 팔았다. 사업의 쏠쏠한 재미를 느끼려던 참이었다. 그런데 그 해 9월 아버지가 뇌종양으로 쓰러지셨다. 사업은 당연히 셧다운됐다. 방황의 늪으로 빠지기 직전이었다.
역경 속에서 소년이 다짐한 건 또 한 번의 도전이었다. 고등학교에 진학하자마자 '나는 대학은 가지 않겠다'고 마음먹었다. 또 창업을 하기로 했다. 이번엔 게임 엔진을 개발하는 회사였다. 첫 창업 때 알게 된 사람들과 함께 공동으로 회사를 차렸다.
"첫 창업 때는 나 혼자 일하는 '독고다이'였다면, 고등학생 때는 '협업'이란 걸 처음으로 해봤어요. 나름 팀장이라는 직함을 달았지만, 풋내기 소년에게 어른과의 협업은 쉽지 않았죠. 혼자 일하는 것보다 오히려 성과가 떨어졌어요. 서러움에 북받쳐 펑펑 울기도 했습니다. 고1 때는 결국 아버지도 돌아가셨어요. 내가 나중에 진짜 큰 사람이 되려면, 협업하는 법을 알아야겠다고 생각했죠."
실무적인 것도 중요하지만 우선 컴퓨터가 돌아가는 원리를 알고 싶었다. 그러려면 대학을 가야 했다. 고3 때는 사업을 접고 부랴부랴 손놓고 있던 공부를 시작했다. 인하대 컴퓨터공학과에 진학했다. 석박사 과정까지 밟으려 했다. 그러다 지도 교수의 추천으로 구글에 인턴으로 입사했다. 구글 엔지니어들이 만든 코드들을 보며 다시금 창업의 꿈을 키웠다.
테헤란로 '피봇 요정'이 되기까지
2010년 세 번째 창업에 나섰다. SNS 기반 광고 플랫폼인 애드바이미라는 회사를 세웠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이용자들이 광고 콘텐츠를 공유하고 플랫폼과 이용자들이 수익을 나눠 갖는 구조였다. 지금으로 치면 인플루언서 마케팅을 하는 회사다. 월 매출이 금세 1억원을 찍을 정도로 빠르게 성장했지만 곧 벽에 부딪혔다."스타트업은 제품 주도 성장(PLG)이냐 판매 주도 성장(SLG)이냐에 따라 갈립니다. SLG 모델에선 계속해서 리텐션(유지율)을 위해 영업을 해야 하니까 그만큼 품이 많이 들고 확장이 쉽지 않죠. 또 하나 깨달은 건 플랫폼에 의존하는 사업이 힘들다는 점이었습니다. 페북이나 트위터에 의존했기 때문에, 이런 SNS들이 자체적으로 광고 상품을 팔기 시작하면 저희 같은 회사는 망하기 일쑤였죠. 한마디로 지속 가능성이 떨어지는 회사였습니다."
사업을 접고 재창업을 했다. 벌써 네 번째였다. 이번엔 워크인사이트라는 서비스를 만들었다. 스마트폰에서 나오는 와이파이 신호를 분석해 오프라인 매장에 사람들이 얼마나 왔는지, 어디로 가는지 등 방문객 통계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이었다. 역시 1년여 만에 월 2억원가량의 매출을 올릴 만큼 빠르게 성장했다. 그런데 또 거기까지였다.
"여러가지 문제점이 있었습니다. 우선 오프라인 매장을 기반으로 하다보니 일일이 영업을 뛰어야 했죠. 그리고 동네 빵집보다는 프랜차이즈 같은 대기업을 노려야 했는데, 문제는 대기업의 인력이 너무 빨리 바뀌다보니 의사결정이 매우 느렸습니다. 그리고 결정적인 건 고객들에게 우리 서비스가 '메인'이 아닌 '서브' 같은 느낌이었다는 거죠. 있으면 좋고, 없으면 없는대로 살 수도 있는 그런 서비스요."
또 사업모델을 바꾸기로 했다. 이쯤 되면 주위 사람들은 혀를 내두를 만도 했다. 테헤란로에서 최 대표는 '피벗(사업전환)의 요정'이라고 불렸다. 초기 투자사인 본엔젤스는 이 회사를 두고 "망하지 않는 게 신기한 회사"라고 했다. 어느 해 주주총회에서는 투자자들 앞에서 다시 한 번 피봇하겠다고 발표했다가 욕설에 가까운 융단폭격을 맞기도 했다.
최 대표는 "하지만 우리의 목표는 매출 몇십억원 짜리 회사가 아닌, 조 단위 매출을 올리는 것이었다"며 "지금껏 B2B 사업만 해왔고, 앞으로 줌, 슬랙, 노션을 뛰어넘는 B2B 회사가 되는 게 목표였다"고 회상했다.
'단골' 중심... 아마존 정신에서 답을 찾다
그렇게 피봇해서 탄생한 서비스가 채널톡이다. 최 대표는 사업의 본질을 어느 정도 찾은 듯 했다."여러 차례 피봇을 하며 너무 힘이 들 때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의장의 인터뷰 영상을 봤어요. 이 때 마음에 새긴 게 '아마존 정신'입니다. 우선 잘 알려진대로 아마존은 철저히 '고객 중심'적입니다. 경쟁사나 기술보다 우리 제품을 쓰는 소비자에게 집중하죠. 또 아마존은 '멀리' 내다봅니다. 단순히 이번 분기 실적을 잘 내려 하는 게 아니라 1, 2년 뒤를 내다본다는 말입니다. 지금 성과가 어떻든 일희일비하지 않습니다."
최 대표는 B2B 비즈니스를 '뚝배기'에 비유했다. 천천히 성장하지만, 일단 궤도에 오르고 나면 잘 떨어지지 않는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런 의미에서 그는 '존버'하라고 강조했다. 사업이 상승 곡선을 그릴 때 자만하지 말고, 올라가지 않을 때도 조급해하지 말라고 했다.
그가 강조하는 '단골' 비즈니스도 비슷한 맥락이다. 단골이 많은 음식점은 망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최근 도입한 인공지능(AI) 전화 서비스도 단골을 사로잡는 데 최적화돼 있다는 설명이다. 탑재된 AI 음성 인식 기술이 자동 녹음된 통화 내용을 텍스트로 변환해줘 상담사 업무 효율이 향상된다. CS를 더 수월하게 만들어 단골 손님 관리에 집중할 수 있게 했다고 설명했다. 고객사를 단골로 만들고, 단골 고객사들은 채널톡으로 또 다른 단골 손님을 붙잡는 선순환 고리의 완성이다.
"줌슬랙노션... 줌슬랙노션"
채널톡은 해외 시장의 문을 본격적으로 두드릴 계획이다. 글로벌 진출을 위해 2018년 서비스 초기 때부터 영어와 일본어 기능을 제공했다. 이미 일본에선 유의미한 수준의 매출을 거두고 있는데. '오모테나시'라 불리는 일본 고유 접객 문화가 채널톡의 단골 비즈니스와 핏이 맞아떨어졌다."일본 사람들은 얼음 위의 펭귄 같아요. 모두 눈치보며 물에 뛰어들지 않죠. 하지만 누구 한 명이 뛰어들면 다 같이 뛰어들어요. 단골을 만들긴 어렵지만, 한 번 내 사람이 되면 끝까지 함께 할 수 있습니다. 슬랙이 일본 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둔 것도 비슷한 맥락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본은 지리적으로 가까우면서도 한국보다 시장이 훨씬 커서 기회의 땅이에요. 일본을 시작으로 미국까지 진출하는 게 목표입니다."
채널코퍼레이션은 최근엔 채널벤처스라는 이름의 액셀러레이터도 차렸다. B2B SaaS 회사를 육성하기 위해서다. 올 3분기쯤 첫 피투자기업이 등장할 전망이다. 인건비가 비싸지면서 미래엔 B2B SaaS가 시장을 장악할 것이란 회사의 믿음이 들어갔다.
최 대표는 중소 사업자들이 본업에만 집중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잡았다. 그는 롤모델인 장병규 크래프톤 의장이 해 준 말을 떠올린다고 했다 장 의장은 그에게 "옛날 게임 회사는 엔진부터 서버까지 모든 걸 직접 만들었지만, 지금은 그렇게 해서는 살아남을 수 없다"며 "게임사의 본질은 '게임' 그 자체를 잘 만드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이외에 것들은 전부 다 다른 곳에서 갖다 쓴다는 마음으로 임해야 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고 했다.
그렇게 줌·슬랙·노션 등 글로벌 SaaS 회사의 아성을 넘보겠다는 포부다. 그가 매번 동료들과 함께 주문처럼 외우는 문구가 있다. '줌슬랙노션처럼 되자, 줌슬랙노션처럼 되자'
김종우 기자 jong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