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결국 크게 망신당한다"…'반도체 전쟁' 향한 경고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미국이 중국을 상대로 벌이고 있는 ‘반도체 전쟁’이 미국 기술 산업에 “엄청난 피해를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황 CEO는 24일 보도된 파이낸셜타임스(FT) 인터뷰에서 “조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을 견제해 도입한 수출 통제 정책으로 실리콘밸리의 기술 기업들은 등 뒤로 손이 묶인 상태”라고 호소했다. 그는 “기술 산업 부문에서 중국은 매우 중요한 시장”이라며 “최대 시장 중 한 곳에 첨단 반도체 칩을 더 이상 판매할 수 없게 된 것”이라고 부연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해 8월부터 ‘반도체 산업육성법(CHIPS Act‧반도체법)’을 시행해 왔다. 자국 반도체 산업 육성을 취지로 내세우고 있지만,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중국을 배제하겠다는 게 근본적인 목표다. 이 법에 따라 미 정부는 반도체 생산 공장(팹)의 자국 내 설립을 유도하기 위해 520억달러(약 68조원)를 쏟아붓는다.

황 CEO는 “반도체법은 결국 크게 망신당할 것”이라고 일갈했다. 그는 “(중국 시장을 포기한 결과로) 미국 기술 기업들의 생산능력이 이전보다 3분의 1만큼 적어진다면, 아무도 미국의 공장을 필요로 하지 않게 될 것”이라고 짚었다. 중국이 미국 기술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분의 1에 달하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는 얘기다.
"미국, 결국 크게 망신당한다"…'반도체 전쟁' 향한 경고
엔비디아를 포함한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은 대만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 TSMC의 주요 고객사다. 전 세계에 공급되는 첨단 반도체의 90% 이상이 대만에서 나온다. 최근 대만을 둘러싼 미‧중 간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된 가운데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면 세계 경제에 최대 1조달러(약 1320조원)의 피해가 발생할 것이란 미 국가정보국(ODNI)의 추산도 나왔다.

황 CEO는 “이론적으로 대만 영토 밖에서 칩을 생산하는 건 가능하다”면서도 “부품 공급원이자 최종 제품의 판매 시장으로서 중국은 절대로 대체될 수 없다”고 말했다.

중국에 대한 추가 규제 도입 가능성과 관련해 황 CEO는 “신중하게 생각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중국 시장을 뺏기면 대안은 없다”며 “중국은 하나다. 또 다른 중국은 없다. 중국과 무역할 수 없다면 미국 기업들에겐 엄청난 손해”라고 강조했다.

중국이 엔비디아와 같은 시장 선도 기업들과 직접 경쟁하기 위해 자체 칩 개발에 나서고 있는 점도 우려되는 상황이라는 지적이다. 황 CEO는 “미국으로부터 사들일 수 없다면, 그들(중국)은 그것(반도체 칩)을 스스로 만들 것”이라며 “미국이 조심해야 하는 이유”라고 했다.

황 CEO는 대만계 미국인이다.1993년 실리콘밸리에서 엔비디아를 창업한 뒤 30년째 CEO로 일하고 있다.

인공지능(AI)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챗GPT와 같은 챗봇에 들어가는 반도체 칩을 만드는 엔비디아의 몸값은 두 배 이상 뛰었다. 현재 이 기업의 시가총액은 약 7655억달러(약 1010조원)로, 1100억~1200억달러 수준인 인텔, 퀄컴 등 경쟁사를 큰 폭으로 앞서고 있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