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수요 급감에 재고 폭증…'닥터 코퍼' 구리값 '수퍼 콘탱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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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 대비 현물 가격 할인 폭 17년 만에 최대
시장 기대 못 미친 중국 경기 반등세 반영
미국·유럽 금리 인상에 재고 보관 비용도 급
시장 기대 못 미친 중국 경기 반등세 반영
미국·유럽 금리 인상에 재고 보관 비용도 급
대표적인 산업금속 중 하나인 구리의 현물 가격이 한 달 새 11%가량 급락했다. 이에 따라 선물과의 가격 차가 17년 만에 최대 폭으로 벌어지는 ‘슈퍼 콘탱고(super-contango)’ 현상이 나타났다.
글로벌 수요 악화로 재고량이 급증한 탓에 가격 하락세가 거듭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고금리로 원자재 보관 비용이 대폭 상승하면서 선물 대비 현물의 가격 할인 폭이 커졌다.
24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거래되는 구리의 현물 가격은 지난 22일 기준 3개월 만기 선물 가격보다 66달러 저렴했다. 선물 대비 현물의 가격 할인 폭은 2006년 이후 가장 컸다.
정상적인 원자재 시장에서 현물(근월물) 가격은 선물(원월물) 가격보다 낮다. 미래에 약정한 날까지 재고를 보관하는 데 필요한 여러 경비가 반영되기 때문이다. 수요 부족 또는 공급 과잉으로 저장 비용이 상승하면 현‧선물 가격 차가 통상적인 수준을 넘어서는 순간이 생긴다. 보통의 ‘콘탱고(현물 가격이 선물 가격을 밑도는 상황)’가 아닌, 슈퍼 콘탱고가 이때 발생한다. 구리 현물 가격은 23일(현지시간) 전 거래일보다 57.91달러(0.72%) 내린 t당 8035.59달러에서 거래를 마쳤다. 작년 11월 이후 약 반년 만에 최저치다.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에 따른 중국 경제 회복에 대한 기대감으로 구리 가격은 연초 t당 1만달러 선까지 바짝 다가섰다. 그러나 중국 경제 반등세가 시장 기대에 부합하지 못하자 내리막길을 걸었다.
영국의 원자재 중개업체 마렉스의 알 문로 금속 전략가는 “지난 수 년 동안 올해만큼 상황이 나쁜 적은 없었다”며 “서방 국가들의 경제 성장이 계속해서 둔화하고 있는 가운데, 강세장 전망의 근거가 됐던 중국 경기 회복마저 실현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달러화 강세도 구리 가격을 끌어내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구리가 달러화로 거래되기 때문에 달러 가치가 오르면 수요가 감소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전 세계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이달 들어 현재까지 2%가량 상승했다. 무엇보다 미국과 유럽에서 1년 넘게 지속돼 온 긴축 사이클로 산업 활동이 급격하게 둔화한 탓에 구리 재고량이 급증하고 있다.
비금속 중개업체 스톤엑스의 나탈리 스콧-그레이 애널리스트는 “구리 가격 내림세는 중국 경제와 같은 거시경제적 요인보다 실물 수요 약세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며 “서방 국가들의 구리 수요는 예상보다 빠르게 쪼그라들었고, (현‧선물 가격 차를 벌린) 주요인은 속도에 있었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구리 가격 흐름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수요가 정체된 와중 공급은 비교적 원활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페루 등 남미 국가들에서 반정부 시위로 인한 공급 부족 우려가 불거졌지만, 최근 들어 완화되는 추세다. 콩고민주공화국 텐케 풍구르메 광산(TFM) 관련 세금 분쟁도 매듭이 지어졌다.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올해 평균 구리 가격 전망치를 t당 9750달러에서 t당 8698달러로 내려 잡았다. 회사 측은 “불황을 반영한 가격”이라고 설명했다. 구리는 건물과 사회기반시설, 가전제품 등을 제조 과정에서 두루 사용돼 전 세계 실물 경제 상황을 예측할 수 있는 선행 지표로 통한다. ‘닥터 코퍼’라는 별명이 붙은 이유다.
일각에선 재생가능 에너지와 전기차 등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어 올해 중 가격이 상승세로 돌아설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중국에서 초전도 금속을 대량으로 사용하는 그리드(전력망)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면서 연말께 구리 가격이 t당 1만달러까지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
글로벌 수요 악화로 재고량이 급증한 탓에 가격 하락세가 거듭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고금리로 원자재 보관 비용이 대폭 상승하면서 선물 대비 현물의 가격 할인 폭이 커졌다.
24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거래되는 구리의 현물 가격은 지난 22일 기준 3개월 만기 선물 가격보다 66달러 저렴했다. 선물 대비 현물의 가격 할인 폭은 2006년 이후 가장 컸다.
정상적인 원자재 시장에서 현물(근월물) 가격은 선물(원월물) 가격보다 낮다. 미래에 약정한 날까지 재고를 보관하는 데 필요한 여러 경비가 반영되기 때문이다. 수요 부족 또는 공급 과잉으로 저장 비용이 상승하면 현‧선물 가격 차가 통상적인 수준을 넘어서는 순간이 생긴다. 보통의 ‘콘탱고(현물 가격이 선물 가격을 밑도는 상황)’가 아닌, 슈퍼 콘탱고가 이때 발생한다. 구리 현물 가격은 23일(현지시간) 전 거래일보다 57.91달러(0.72%) 내린 t당 8035.59달러에서 거래를 마쳤다. 작년 11월 이후 약 반년 만에 최저치다.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에 따른 중국 경제 회복에 대한 기대감으로 구리 가격은 연초 t당 1만달러 선까지 바짝 다가섰다. 그러나 중국 경제 반등세가 시장 기대에 부합하지 못하자 내리막길을 걸었다.
영국의 원자재 중개업체 마렉스의 알 문로 금속 전략가는 “지난 수 년 동안 올해만큼 상황이 나쁜 적은 없었다”며 “서방 국가들의 경제 성장이 계속해서 둔화하고 있는 가운데, 강세장 전망의 근거가 됐던 중국 경기 회복마저 실현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달러화 강세도 구리 가격을 끌어내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구리가 달러화로 거래되기 때문에 달러 가치가 오르면 수요가 감소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전 세계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이달 들어 현재까지 2%가량 상승했다. 무엇보다 미국과 유럽에서 1년 넘게 지속돼 온 긴축 사이클로 산업 활동이 급격하게 둔화한 탓에 구리 재고량이 급증하고 있다.
비금속 중개업체 스톤엑스의 나탈리 스콧-그레이 애널리스트는 “구리 가격 내림세는 중국 경제와 같은 거시경제적 요인보다 실물 수요 약세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며 “서방 국가들의 구리 수요는 예상보다 빠르게 쪼그라들었고, (현‧선물 가격 차를 벌린) 주요인은 속도에 있었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구리 가격 흐름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수요가 정체된 와중 공급은 비교적 원활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페루 등 남미 국가들에서 반정부 시위로 인한 공급 부족 우려가 불거졌지만, 최근 들어 완화되는 추세다. 콩고민주공화국 텐케 풍구르메 광산(TFM) 관련 세금 분쟁도 매듭이 지어졌다.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올해 평균 구리 가격 전망치를 t당 9750달러에서 t당 8698달러로 내려 잡았다. 회사 측은 “불황을 반영한 가격”이라고 설명했다. 구리는 건물과 사회기반시설, 가전제품 등을 제조 과정에서 두루 사용돼 전 세계 실물 경제 상황을 예측할 수 있는 선행 지표로 통한다. ‘닥터 코퍼’라는 별명이 붙은 이유다.
일각에선 재생가능 에너지와 전기차 등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어 올해 중 가격이 상승세로 돌아설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중국에서 초전도 금속을 대량으로 사용하는 그리드(전력망)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면서 연말께 구리 가격이 t당 1만달러까지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