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플랫폼 옹호하고 코인ETF 투자…'미국판 김남국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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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인 관련 ETF에 2만3000달러 투자한 美 의원
'개별주식 투자' 규제 그물망 조여오자
ETF 등 펀드 투자로 눈돌려
"이해상충 논란은 똑같다" 비판 급증
'개별주식 투자' 규제 그물망 조여오자
ETF 등 펀드 투자로 눈돌려
"이해상충 논란은 똑같다" 비판 급증
미국 워싱턴DC 정계에서 정치인들의 펀드 투자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대형 암호화폐(코인) 거래 플랫폼을 옹호하는 발언을 공공연하게 해왔던 공화당 소속 한 의원이 뒤에서는 2만3000달러에 달하는 투자금을 코인 관련 상장지수펀드(ETF)들에 투자하고 있었단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스티브 데인스 몬태나 상원의원(공화당·사진)은 작년 3월 상원 은행위원회 청문회에서 인도의 경제적 부상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미국 무역대표부에 "인도와 무역 협상에 착수해 수출을 더욱 늘리라"며 "최근 인도에 갔을 때 수많은 기술기업들의 가능성을 엿봤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당시 그가 밝히지 않은 사실이 하나 더 있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3일(현지시간) 전했다.
데인스 의원이 2021년 11월 인도에서 상무부 장관을 예방하던 무렵 6만5000달러 가량을 인도 주식 전문 ETF에 투자했었다는 지적이다. 그는 이듬해 3월 은행위 청문회에서 공개적으로 인도의 선진 기술을 칭찬하기 직전에 관련 ETF들의 지분을 약 5만달러 추가 매입했다.
지난해 초 그는 동분서주했다. 민주당 상원의원 엘리자베스 워런과 함께 국회의원의 주식 거래를 전면 금지하는 법안을 공동발의했다. 막강한 입법 권한을 가진 국회의원들이 주식 투자를 통해 사적 이익을 취하는 것은 이해상충 소지가 있다고 강력히 주장하면서다. 당시 미국 언론에서는 "소비재 대기업 P&G(프록터앤갬블) 임원 출신의 데인스 의원이 정치인들의 투자 방식을 감시하는 데 가장 앞장서고 있다"며 그를 추켜세웠다.
약 일주일 뒤 데인스 의원은 상원 은행위 회의에서 "스테이블코인 규제는 가볍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스테이블코인은 침체된 암호화폐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한 대안으로 가격변동성을 최소화하도록 설계된 디지털 자산이다. 한달 뒤 열린 '디지털 자산의 불법자금 조달 문제' 관련 청문회에서는 "코인베이스는 합법적인 암호화폐 거래 플랫폼"이라고 옹호하기도 했다. 당시 공개된 서류에 의하면 데인스 의원과 그의 가족은 6가지 암호화폐 및 블록체인 전문 ETF에 2만3000달러 가량을 분산 투자하고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코인베이스는 그중 3가지 ETF의 주요 주주였다. 데인스 의원의 대변인은 "의원이 펀드가 분산 투자한 관련 기업들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미치지 않기 때문에 이해상충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비판은 계속되고 있다.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의 수석 윤리 고문을 지낸 리처드 페인터 미네소타대 법학 교수는 "특정 산업별 혹은 국가별 펀드는 개별 주식과 마찬가지로 이해상충, 내부자 거래 등 동일한 부작용을 야기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금융투자 업계가 다양한 투자상품들을 내놓으며 급속도로 변화하고 있는 동안 국회의원들의 사적 투자 관련 법안은 수십년째 개정되지 않고 있다"며 "그 사이 의원들이 주식 투자에서 펀드 투자로 눈을 돌리면서 거대한 허점이 생겼다"고 꼬집었다.
2021년 말을 기준으로 미 상원의원의 절반 가량이 소유한 개별 종목 가치는 6000만달러 정도였다. 펀드 투자 규모는 2억6000만달러로 상원의원의 약 90%가 펀드 투자를 하고 있었다. 당시 이미 미국 정치인들의 펀드 투자 규모가 개별 주식 투자를 앞지른 것이다. 미국 의원들의 개별 종목 투자는 '거래 후 45일 이내에 보고해야 한다'는 등 비교적 규제망이 잘 갖춰져 있다. 반면 ETF 등 펀드 투자에 관해서는 '1년에 한 번만 공개해도 된다'고 돼 있는 등 느슨한 규제로 인해 관련 보고를 수년째 미루다 흐지부지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펀드 투자의 경우 보고 규정을 면제한 것은 투자금 배분이 다각화된 펀드의 특성상 펀드 투자를 통해 개인적 이익을 취득하는 등의 악용이 어렵고, 의원들이 광범위한 시장 이익을 공유하는 것을 완전히 금지해서는 안 된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FT는 “의외로 많은 펀드가 고도로 편중돼 있다”고 지적했다. 콜로라도 상원의원 존 히켄루퍼(민주당)는 2021년 10월 상원 에너지위 위원에 임명된 후 몇 달 뒤 에너지 대기업 셰브런 주식 10만달러어치를 매각했다는 사실을 공개해 칭송받았다.
하지만 그는 당일 자산운용사 스테이트스트리트의 에너지 전문 ETF에 10만달러 가량을 투자했는데, 해당 ETF의 보유 종목은 23개에 불과하며 그마저도 운용자산의 20%가 셰브런에 할당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초당파 감시단체 캠페인 법률 센터의 델라니 마스코 수석 법률 고문은 "정치인이 되기 위해 모든 재정적 투자옵션을 포기하라는 게 아니다"며 "우리는 이들이 합리적으로 재산을 불릴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고 말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
스티브 데인스 몬태나 상원의원(공화당·사진)은 작년 3월 상원 은행위원회 청문회에서 인도의 경제적 부상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미국 무역대표부에 "인도와 무역 협상에 착수해 수출을 더욱 늘리라"며 "최근 인도에 갔을 때 수많은 기술기업들의 가능성을 엿봤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당시 그가 밝히지 않은 사실이 하나 더 있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3일(현지시간) 전했다.
데인스 의원이 2021년 11월 인도에서 상무부 장관을 예방하던 무렵 6만5000달러 가량을 인도 주식 전문 ETF에 투자했었다는 지적이다. 그는 이듬해 3월 은행위 청문회에서 공개적으로 인도의 선진 기술을 칭찬하기 직전에 관련 ETF들의 지분을 약 5만달러 추가 매입했다.
지난해 초 그는 동분서주했다. 민주당 상원의원 엘리자베스 워런과 함께 국회의원의 주식 거래를 전면 금지하는 법안을 공동발의했다. 막강한 입법 권한을 가진 국회의원들이 주식 투자를 통해 사적 이익을 취하는 것은 이해상충 소지가 있다고 강력히 주장하면서다. 당시 미국 언론에서는 "소비재 대기업 P&G(프록터앤갬블) 임원 출신의 데인스 의원이 정치인들의 투자 방식을 감시하는 데 가장 앞장서고 있다"며 그를 추켜세웠다.
약 일주일 뒤 데인스 의원은 상원 은행위 회의에서 "스테이블코인 규제는 가볍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스테이블코인은 침체된 암호화폐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한 대안으로 가격변동성을 최소화하도록 설계된 디지털 자산이다. 한달 뒤 열린 '디지털 자산의 불법자금 조달 문제' 관련 청문회에서는 "코인베이스는 합법적인 암호화폐 거래 플랫폼"이라고 옹호하기도 했다. 당시 공개된 서류에 의하면 데인스 의원과 그의 가족은 6가지 암호화폐 및 블록체인 전문 ETF에 2만3000달러 가량을 분산 투자하고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코인베이스는 그중 3가지 ETF의 주요 주주였다. 데인스 의원의 대변인은 "의원이 펀드가 분산 투자한 관련 기업들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미치지 않기 때문에 이해상충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비판은 계속되고 있다.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의 수석 윤리 고문을 지낸 리처드 페인터 미네소타대 법학 교수는 "특정 산업별 혹은 국가별 펀드는 개별 주식과 마찬가지로 이해상충, 내부자 거래 등 동일한 부작용을 야기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금융투자 업계가 다양한 투자상품들을 내놓으며 급속도로 변화하고 있는 동안 국회의원들의 사적 투자 관련 법안은 수십년째 개정되지 않고 있다"며 "그 사이 의원들이 주식 투자에서 펀드 투자로 눈을 돌리면서 거대한 허점이 생겼다"고 꼬집었다.
2021년 말을 기준으로 미 상원의원의 절반 가량이 소유한 개별 종목 가치는 6000만달러 정도였다. 펀드 투자 규모는 2억6000만달러로 상원의원의 약 90%가 펀드 투자를 하고 있었다. 당시 이미 미국 정치인들의 펀드 투자 규모가 개별 주식 투자를 앞지른 것이다. 미국 의원들의 개별 종목 투자는 '거래 후 45일 이내에 보고해야 한다'는 등 비교적 규제망이 잘 갖춰져 있다. 반면 ETF 등 펀드 투자에 관해서는 '1년에 한 번만 공개해도 된다'고 돼 있는 등 느슨한 규제로 인해 관련 보고를 수년째 미루다 흐지부지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펀드 투자의 경우 보고 규정을 면제한 것은 투자금 배분이 다각화된 펀드의 특성상 펀드 투자를 통해 개인적 이익을 취득하는 등의 악용이 어렵고, 의원들이 광범위한 시장 이익을 공유하는 것을 완전히 금지해서는 안 된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FT는 “의외로 많은 펀드가 고도로 편중돼 있다”고 지적했다. 콜로라도 상원의원 존 히켄루퍼(민주당)는 2021년 10월 상원 에너지위 위원에 임명된 후 몇 달 뒤 에너지 대기업 셰브런 주식 10만달러어치를 매각했다는 사실을 공개해 칭송받았다.
하지만 그는 당일 자산운용사 스테이트스트리트의 에너지 전문 ETF에 10만달러 가량을 투자했는데, 해당 ETF의 보유 종목은 23개에 불과하며 그마저도 운용자산의 20%가 셰브런에 할당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초당파 감시단체 캠페인 법률 센터의 델라니 마스코 수석 법률 고문은 "정치인이 되기 위해 모든 재정적 투자옵션을 포기하라는 게 아니다"며 "우리는 이들이 합리적으로 재산을 불릴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고 말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