덜어낼수록 깊어지는 재즈 선율, 연희동 이웃집 '재즈콘서트'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리뷰] 21일 '사색연희' 정재동 콰르텟 연주회
연희동 주택가 속 재즈가 있는 오후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재즈 공연 선보여
드럼, 술, 조명 없이 만들어낸 하모니
템포와 음악 자체에 더 집중하게 해
연희동 주택가 속 재즈가 있는 오후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재즈 공연 선보여
드럼, 술, 조명 없이 만들어낸 하모니
템포와 음악 자체에 더 집중하게 해
영국의 시인 로버트 브라우닝은 과함을 늘 경계했다. “적은 것이 풍족하다”라는 문장처럼 최소주의를 지향했다. 동양에서도 ‘과한 건 부족한 것보다 못하다“는 고언처럼 어느 곳에서나 통용되는 명언이다. 화려해 보이는 재즈 연주도 덜어낼수록 깊은 진가가 드러나기 마련이다.
지난 21일 오후 5시께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에 있는 사색연희에서 펼쳐진 정재동 콰르텟의 공연이 이와 같았다. 단출한 구성이었지만 리듬은 간결했고 멜로디는 풍성했다. 정재동(색소폰)을 중심으로 김대호(베이스), 신지훈(기타)과 보컬 문미향이 이날 무대에서 선보인 호연이었다.
공연장도 독특하다. 이들이 오른 무대는 사색연희였다. 농작물보호제 제조기업 성보화학의 창업주인 호림 윤장섭의 손녀이자 윤재천 전 성보화학 대표의 딸인 윤정선 대표(47)가 기획한 복합문화공간이다. 클래식, 재즈 등 매달 새로운 형식의 공연을 선보인다.
관객들의 사색을 위해서였을까. 이날 공연에는 3가지가 없었다. 콰르텟을 이룰 때 드럼이 빠져있었다. 객석과 무대가 1m 안팎이란 점을 고려한 것이다. 쇠붙이 부딪히는 소리가 울려 퍼지기엔 공간이 협소했다. 이 때문에 관악기(색소폰) 한 대와 현악기(기타, 더블베이스) 두 대만으로 앙상블을 완성했다.
박자를 조율하는 타악기가 빠졌지만, 연주 내내 템포는 일정했다. 더블 베이시스트와 기타리스트가 체내에 메트로놈을 켜놓은 것처럼 탁월한 박자감을 선보였다. 너무 빠르지도 않고 쳐지지 않는 템포였다. 객석에는 알코올음료가 보이질 않았다. 흔히 재즈 클럽에선 맥주나 와인 등을 연주와 곁들인다. 해가 저문 뒤 여흥을 쫓는 재즈 애호가들을 위해서다. 하지만 사색연희에는 알코올이 들어가지 않은 목테일(논알코올 칵테일)과 피낭시에가 한쪽에 놓여있었다. 재즈 클럽보다 좀 더 가벼운 분위기에서 브런치를 즐기듯 공연을 감상하게끔 했다.
연주자들을 위한 조명이 없는 점도 특징이다. 단독 주택 2층을 공연장으로 개조한 덕에 채광이 풍부했다. 따로 조명을 켜지 않아도 자연광이 무대를 채웠다. 이웃집 사는 재즈 아티스트들이 소박한 연주회를 개최한 듯 느껴졌다.
욕심을 덜어내니 흐트러짐 없는 연주가 펼쳐졌다. 객석과 무대가 가까운 편이었지만 과하게 큰 음량도 없었다. 색소폰에 마이크를 빼고, 보컬의 마이크 음량을 줄인 덕이다. 색소폰으로 애드리브를 할 때도 탁한 소리가 나지 않았다. 귀에 거슬리는 순간 없이 화음이 퍼졌다.
정재동 콰르텟은 가벼운 분위기를 유지하기 위해 친숙한 곡으로 공연을 이어 나갔다. 재즈 스탠더드인 ’플라이 투 더 문‘과 ’러브‘를 비롯해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OST를 재즈 버전으로 편곡해 들려줬다. 재즈를 처음 듣는 관객도 쉽게 빠져들 수 있는 구성이었다. 빠른 박자와 큰 음량, 드럼 소리 없이도 탁월한 재즈 공연을 선보일 수 있다는 걸 방증한 무대였다. 오현우 기자
지난 21일 오후 5시께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에 있는 사색연희에서 펼쳐진 정재동 콰르텟의 공연이 이와 같았다. 단출한 구성이었지만 리듬은 간결했고 멜로디는 풍성했다. 정재동(색소폰)을 중심으로 김대호(베이스), 신지훈(기타)과 보컬 문미향이 이날 무대에서 선보인 호연이었다.
공연장도 독특하다. 이들이 오른 무대는 사색연희였다. 농작물보호제 제조기업 성보화학의 창업주인 호림 윤장섭의 손녀이자 윤재천 전 성보화학 대표의 딸인 윤정선 대표(47)가 기획한 복합문화공간이다. 클래식, 재즈 등 매달 새로운 형식의 공연을 선보인다.
관객들의 사색을 위해서였을까. 이날 공연에는 3가지가 없었다. 콰르텟을 이룰 때 드럼이 빠져있었다. 객석과 무대가 1m 안팎이란 점을 고려한 것이다. 쇠붙이 부딪히는 소리가 울려 퍼지기엔 공간이 협소했다. 이 때문에 관악기(색소폰) 한 대와 현악기(기타, 더블베이스) 두 대만으로 앙상블을 완성했다.
박자를 조율하는 타악기가 빠졌지만, 연주 내내 템포는 일정했다. 더블 베이시스트와 기타리스트가 체내에 메트로놈을 켜놓은 것처럼 탁월한 박자감을 선보였다. 너무 빠르지도 않고 쳐지지 않는 템포였다. 객석에는 알코올음료가 보이질 않았다. 흔히 재즈 클럽에선 맥주나 와인 등을 연주와 곁들인다. 해가 저문 뒤 여흥을 쫓는 재즈 애호가들을 위해서다. 하지만 사색연희에는 알코올이 들어가지 않은 목테일(논알코올 칵테일)과 피낭시에가 한쪽에 놓여있었다. 재즈 클럽보다 좀 더 가벼운 분위기에서 브런치를 즐기듯 공연을 감상하게끔 했다.
연주자들을 위한 조명이 없는 점도 특징이다. 단독 주택 2층을 공연장으로 개조한 덕에 채광이 풍부했다. 따로 조명을 켜지 않아도 자연광이 무대를 채웠다. 이웃집 사는 재즈 아티스트들이 소박한 연주회를 개최한 듯 느껴졌다.
욕심을 덜어내니 흐트러짐 없는 연주가 펼쳐졌다. 객석과 무대가 가까운 편이었지만 과하게 큰 음량도 없었다. 색소폰에 마이크를 빼고, 보컬의 마이크 음량을 줄인 덕이다. 색소폰으로 애드리브를 할 때도 탁한 소리가 나지 않았다. 귀에 거슬리는 순간 없이 화음이 퍼졌다.
정재동 콰르텟은 가벼운 분위기를 유지하기 위해 친숙한 곡으로 공연을 이어 나갔다. 재즈 스탠더드인 ’플라이 투 더 문‘과 ’러브‘를 비롯해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OST를 재즈 버전으로 편곡해 들려줬다. 재즈를 처음 듣는 관객도 쉽게 빠져들 수 있는 구성이었다. 빠른 박자와 큰 음량, 드럼 소리 없이도 탁월한 재즈 공연을 선보일 수 있다는 걸 방증한 무대였다. 오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