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투어가 쇼핑 옵션을 뺀 ‘하나팩 2.0’과 임직원 쇼호스트가 진행하는 라이브 커머스 ‘하나 Live’ 등을 앞세워 여행업계 1위 자리를 공고히 하고 있다. 하나투어는 올 1분기 14분기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최혁 기자
하나투어가 쇼핑 옵션을 뺀 ‘하나팩 2.0’과 임직원 쇼호스트가 진행하는 라이브 커머스 ‘하나 Live’ 등을 앞세워 여행업계 1위 자리를 공고히 하고 있다. 하나투어는 올 1분기 14분기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최혁 기자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의 직격탄을 맞았던 국내 여행업계 1위 하나투어가 지난 1분기 14분기 만에 적자(영업손실) 탈출에 성공했다. 3년 넘게 억눌렸던 여행 수요가 ‘보복 여행’으로 폭발한 데다 ‘쇼핑 옵션’을 빼고 2021년 선보인 상품 ‘하나팩 2.0’이 여행객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은 덕분이다. 하나투어 관계자는 “호텔, 면세점 등 일부 사업을 정리하고 앞으로 업의 본질인 여행에 집중할 방침”이라고 했다.

‘코로나 파고’ 넘은 비결

하나투어는 올 1분기 매출 830억원, 영업이익 56억원을 거뒀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8.4배 늘었다. 코로나 사태가 터진 직후인 2020년 2분기 후 최대다.

영업이익 역시 2019년 3분기 후 3년 6개월 만에 흑자로 돌아섰다. 하나투어 관계자는 “일반 패키지 상품보다 30%가량 비싼 하나팩 2.0에서 성과가 나온 덕분”이라고 했다.

코로나가 한창이던 때 하나투어의 변신을 주도한 송미선 대표는 여행 트렌드가 바뀌고 있다고 판단하고 하나팩 2.0 출시를 밀어붙였다. 1분기 하나투어의 해외여행 1인 평균 판매가는 118만원으로, 2019년 1분기(93만원)보다 26.8% 높았다.

노랑풍선, 인터파크, 모두투어, 참좋은여행 등 경쟁업체가 물량 공세로 하나투어를 맹추격한 것을 감안하면 올 1분기 하나투어의 흑자 전환은 ‘깜짝 실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일본 여행이 재개된 지난해 10월 무렵부터 경쟁사들은 TV 홈쇼핑을 통한 저가 패키지 상품 판매에 열을 올려 왔다.

코로나가 한창이던 2021년 7월 하나투어가 내놓은 하나팩 2.0은 기존 패키지여행과 달리 쇼핑, 기사 경비 등 추가 비용이 발생하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빡빡한 여행 일정을 줄이고 숙소를 시내 중심 호텔로 옮겨 현지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도록 했다.

‘핫 플레이스’와 맛집 방문 일정을 넉넉히 잡아 고객 만족도를 높였다. 하나투어 관계자는 “저가 패키지를 팔아 발생한 손실을 쇼핑으로 보전하는 현지 랜드사(현지 전문 여행사)와 가이드에게 기존의 관행을 멈추라고 말하기는 쉽지 않다”며 “하나투어는 정상 가격으로 판매해도 이익을 낼 수 있다는 것을 적극적으로 설득했고, 위반 사항에 대해선 ‘삼진 아웃제’를 적용하는 등 당근과 채찍을 적절히 활용했다”고 했다.

‘하나팩 2.0 프리미엄·스탠다드’는 ‘하나팩 2.0 개런티’를 적용한다. 여행 일정표에 기재되지 않았거나, 일정표와 다른 선택 관광 코스를 돌고 일정표에 없는 쇼핑센터를 방문할 경우 하나투어 마일리지로 100% 보상한다. 업계 최초로 해외여행 중 코로나에 걸린 고객에게 격리로 발생하는 비용을 지원하는 서비스도 선보였다.

300여 명에 이르는 하나투어 여행 상품 개발자는 쇼핑을 없애면서 발생한 ‘관광 공백’을 메우는 데 공을 들였다. 이 상품이 성공하자 업계에선 ‘만들어진 여행 상품’을 중개 판매하는 야놀자, 여기어때 등 숙박업소·여행 플랫폼은 ‘여행 큐레이션’ 역량에서 하나투어를 따라잡기 힘들다는 평가가 나왔다. 업계에선 하나팩 2.0이 앞으로 하나투어 1등 수성의 핵심 전략이 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핀셋형 여행’으로 1등 수성

국내 경기 침체로 여행업계 상황은 여전히 밝지만은 않다. 하지만 하나투어는 “하나투어만이 만들 수 있는 여행 상품이 있어 코로나 때처럼 상황이 어둡지는 않다”고 말한다.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넷플릭스 오리지널'을 벤치마킹한 ‘하나 오리지널’이 대표적이다. 하나 오리지널은 △스테이(stay) △어드벤처(adventure) △조인(join) △에코 프렌들리(eco-friendly) △제우스월드(zeusworld) 스페셜 에디션 등 여행객의 니즈에 맞게 다섯 가지 카테고리로 구성했다.

프랑스 베르사유 궁전에서의 하룻밤, 수퍼카를 직접 운전하며 유럽을 여행하는 상품, 일본 자전거 종주 여행 등이다. 하이엔드 맞춤 여행 브랜드 제우스월드는 젊은 층을 대상으로 필리핀 팔라완의 파말라칸 아일랜드에 위치한 아만풀로리조트 휴양 상품, 멸종 위기 동물들을 보호하는 자말라 와일드라이프, 롯지에 숙박하는 호주 캔버라 상품 등을 선보이고 있다.

여가 생활을 즐기는 액티브 시니어들에겐 튀르키예 안탈리아, 미국 하와이, 태국 파타야·치앙마이의 럭셔리 리조트에 한 달 혹은 2주가량 머물면서 세계 최고 수준의 골프장에서 라운드하고 스파에서 휴식을 취하는 롱 스테이 상품이 인기다. 최근에는 ‘스포츠의 고향’ 영국에서 인기 스포츠를 직관(직접 관람)하는 패키지도 출시했다. 올해 7월부터 순차적으로 개최하는 디 오픈(골프), 윔블던(테니스), 존 스미스 컵(경마), EPL(축구) 등 경기를 관람하고 영국 런던 시내를 여행할 수 있다.

전문가들이 동행하는 테마 여행도 주목받고 있다. 김경우(필명 우쓰라) 작가 동행 체코 사진 여행을 시작으로 지난해 선보였던 테마 여행이 대부분 출시 당일 예약 마감됐다.

안시내 여행 작가가 동행한 몽골 여행은 단 1분 만에 완판됐다. 축구 분석 전문 크리에이터 김진짜 영국 동행 축구 여행 상품은 699만원이라는 고가인데도 조기 마감됐다. 최근에는 위스키 리뷰 유튜버 MJ와 함께하는 대만 위스키 투어 등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취향을 공략하는 테마 여행도 출시했다.

본업에 집중

송 대표는 2020년 취임하자마자 강도 높은 구조조정에 나섰다. 종전에 해오던 면세점, 호텔 사업을 전격 철수했다. 서울 인사동 본사 사옥도 팔아 1170억원 규모 자금을 마련했다.

인력 감축도 단행했다. 2019년 기준 2500명 수준이던 하나투어 직원 수는 지난해 말 1180여 명으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코로나 악재에서 버티기 위한 불가피한 생존 전략이었다. 자산 매각 후엔 하나팩 2.0 출시 등 ‘체질 개선’에 몰두했다.

하나투어는 해외여행 수요 증가에 맞춰 올해 인력을 대대적으로 보강할 계획이다. 하나투어 관계자는 “올해 유럽과 일본 중심의 예술 여행, 동남아 중심의 인플루언서 동행 여행, 중국 역사 여행 등 테마 여행을 점차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