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평가사 스탠다드앤푸어스(S&P)가 소프트뱅크의 장기 신용 등급을 투자 부적격 등급 중에서도 한 단계 더 낮췄다. 소프트뱅크가 알리바바 등 기존 자산을 매각하고 민간 스타트업 투자를 늘려 불안정성이 커졌다는 이유에서다.

파이낸셜타임즈(FT),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S&P는 23일(현지시간) 소프트뱅크의 신용 등급을 BB+에서 BB로 하향 조정했다. BB+ 이하 회사채는 정크(투자부적격) 등급으로 분류된다.

S&P는 소프트뱅크가 보유하고 있던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의 지분을 대량 처분한 점을 강등 이유로 들었다. 소프트뱅크는 지난해 알리바바 지분 290억달러(약 38조2000억원) 가량을 판매한 데 이어 올해도 72억 달러 가량을 매각했다. 이달 초에는 알리바바의 남은 주식을 모두 자금조달에 사실상 사용했다고 밝혔다. 그 결과 소프트뱅크 펀드 사업에서 비상장 주식에 투자하는 비율이 약 40% 증가했고, 외부 환경 변화에 취약해졌다고 S&P는 경고했다. 소프트뱅크는 지난 11일 2022 회계연도(2022년 4월~2023년 3월)에 9조5800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소프트뱅크 측은 "논리가 심각하게 부족하다"며 반발했다. 고토 요시미츠 소프트뱅크 재무책임자는 FT와의 인터뷰에서 "소프트뱅크는 향후 6년 동안 채권을 상환할 수 있는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방어적 재무관리를 통해 소프트뱅크 현금 보유량이 2조3000억에서 5조1000억엔으로 늘었다는 설명이다.

S&P은 소프트뱅크가 준비 중인 ARM의 기업공개(IPO)로 인한 효과는 평가에 포함하지 않았다. 소프트뱅크는 알리바바의 뒤를 이을 대형 투자로 영국 팹리스 기업인 ARM의 나스닥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알리바바 매각 자산의 상당 비율이 ARM 상장에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FT는 미국, 영국, 일본 투자자들은 ARM의 상장가치를 300~700억 달러 사이로 보고있다고 전했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