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수입 64% 늘었지만 기저효과…토지판매 수입 부진 지속
"지방정부 3분의 2, 대출연장 안되면 제때 부채상환 불가능"

중국 지방정부 수입이 지난 달 크게 늘면서 부동산 경기 냉각에 따른 중국 지방정부들의 심각한 재정난이 개선될지 관심이 쏠린다.

24일 상하이 소재 경제지 제일재경(第一財經)에 따르면 중국 재정부가 집계한 4월 전국 지방 재정수입은 1조872억 위안(약 202조원)으로 작년 4월 대비 64% 급증했다.

1∼4월로 보면 4조5천610억 위안(약 850조원)으로 14.8% 늘었다.

중국 지방정부, 재정수입 급증에도 '부채 위기' 우려 여전
우선 이는 올해 들어 코로나19 감염이 잦아든 이후 중국이 정상화하고 있는 신호라는 점에서, 이 추세라면 재정수입 확충을 통해 각 지방정부의 재정 건전화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한다.

그러나 내막을 들여다보면 사정은 녹록지 않아 보인다.

이와 관련해 지방 재정수입이 늘긴 했지만, 어디까지나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던 작년의 기저 효과 때문이라고 제일재경은 짚었다.

특히 코로나19 감염 확산이 크게 우려됐던 작년 4월 상하이 등 주요 대도시에 대한 봉쇄 조치와 함께 내려진 대규모 부가가치세 환급 조치가 철회되자 지방세 수입이 회복돼 재정수입 증가로 이어졌다.

여기에 지난해 유예했던 세금·수수료가 속속 입금된 것도 또 다른 요인이다.

그러나 중국 지방정부의 중요한 수입원인 토지 판매 수입은 여전히 부진하다는 점에서 지방 재정수입의 지속적인 증가세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전망이 많다.

중국 부동산 시장 침체가 지속하는 가운데 부동산 개발 기업들이 토지 매수를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토지 사유가 불허된 중국에선 31개 성(省)·시(市)·자치구 등 정부 기관으로부터 토지를 사서 최대 70년간 사용권을 가질 수 있다.

이런 토지 매각으로 충당하는 토지 재정은 각 지방정부의 핵심 재원이다.

2020년 전체 지방 재정수입에서 국유토지 매각 수입이 차지하는 비중은 43.6%, 2021년에는 41.8%에 달했다.

그러나 중국 당국의 부동산 투기 단속으로 2021년 말 최대 부동산 개발업체인 헝다(恒大·에버그란데)가 채무불이행(디폴트)에 처한 이후 부동산 업계에 유동성 위기가 불어닥쳤고, 이는 토지 판매 급감으로 이어졌다.

이후 지난해 10월 제20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대회)와 지난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를 계기로 부동산 경기부양 기대감이 일었지만, 결국 부양책은 나오지 않았다.

또 앞으로도 중국 당국이 부양책을 내놓을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점에서 국유토지 매각 수입은 감소 추세가 불가피해 보인다.

중국 지방정부, 재정수입 급증에도 '부채 위기' 우려 여전
게다가 웨카이증권의 뤄즈헝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재정 지출을 눈여겨봐야 한다"면서 "현재 경제 상황으로 볼 때 경기회복 속도가 둔화해 민생과 취업 지원 등에 대한 재정 지출을 늘려야 하는 상황"이라고 짚었다.

오히려 써야 할 돈만 늘어나게 될 것이라는 얘기다.

이 신문은 올해 들어 지방 재정수입이 늘기는 했지만, 이를 통해 지방정부의 살림살이가 나아질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고 진단했다.

지난 2일 발표된 국제통화기금(IMF)의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지방정부의 부채 총액은 자금조달용 특수법인인 'LGFV'(local government financing vehicles)를 포함해 약 66조 위안(약 1경2천400조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중국 GDP의 약 절반에 달하며, 2018년(35조 위안)과 비교하면 거의 2배로 늘어난 것이다.

나아가 월가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는 LGFV가 설립한 수천 개 금융기업의 숨겨진 차입금을 포함한 중국 지방정부의 총부채가 약 23조 달러(약 3경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중국 지방정부들은 LGFV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데 이는 공식 데이터에 잡히지 않는 이른바 '숨겨진 부채'다.

블룸버그통신은 22일 미국 싱크탱크 매크로폴로의 분석을 인용해 중국 중앙정부가 은행에 지방정부 부채 만기를 연장하도록 당부하고 있다면서, 대출 연장이 없다면 지방정부의 3분의 2 이상이 제때 부채 상환을 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중국 정부가 암묵적으로 부채 보증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지방정부의 채무 불이행 가능성은 크지 않다.

그러나 지방정부의 재정 상황이 악화하면 부채 상환 때문에 지출을 삭감하고 성장 프로젝트에 돈을 쓰지 못하는 상황이 빚어진다.

중국 공산당과 중앙정부도 지방 부채 위기의 심각성을 잘 알고 있으나,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다.

농촌에 대한 투자가 비효율적일뿐더러 대출해주기 위해 필요한 담보가 부족하기 때문에 자금 지원을 꺼린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2035년까지 전국 소득수준을 2배로 늘리고 빈부격차를 줄이겠다는 야심 찬 계획을 추진하고 있지만, 지방재정 악화가 이 계획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커 향후 당국의 대응이 주목된다.

중국 지방정부, 재정수입 급증에도 '부채 위기' 우려 여전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