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온 월세 시대, 해외 사모펀드에 대비해야[심형석의 부동산정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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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닷컴 더 머니이스트
월세시대, 주택도 수익형 부동산으로
해외 투자수요 유입 가능성 높아…캐나다도 전례 있어
"주택임대사업, 주택임대관리업 육성해야"
월세시대, 주택도 수익형 부동산으로
해외 투자수요 유입 가능성 높아…캐나다도 전례 있어
"주택임대사업, 주택임대관리업 육성해야"
"전세는 두렵고, 월세는 허리가 다 휩니다."
최근 전세보증금 미반환의 문제점이 발생하면서 주택임대차시장에서 자주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자칫 전세금을 떼일 수 있다는 걱정에 월세를 찾고 있지만 2년전과 비교하면 월세 오름폭이 만만치 않습니다. 65~70% 수준에서 움직이던 전세 거래 비중은 작년에는 50%대까지 떨어졌습니다. 다행히 올해 4월 전세 거래 비중은 60.1%를 기록해 다시 60%대를 회복했지만 국내 주택임대차시장이 전세에서 월세로 바뀌고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현실입니다.
과거 국내 임대차시장의 관행으로 보자면 이상한 일이지만 전세에서 월세로의 전환은 지극히 정상적인 겁니다. 전세임대차의 문제점이 발생할 때마다 관련 논란이 있었지만 순차적으로 그리고 지속적으로 월세임대차는 대세가 될 가능성이 큽니다. 월세시대가 도래한다는 의미는 이제 주택도 수익형부동산이 된다는 말입니다.
수익형부동산의 수익이란 임대료와 같이 매월 발생하는 직접적인 수익을 의미합니다. 부동산 자산의 수익은 시세차익(자본소득)과 임대수익(운영소득)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이중 임대수익에 집중하는 부동산입니다. 그동안 수익형부동산의 종류로는 상가, 오피스, 오피스텔, 원룸 등을 언급했습니다. 하지만 월세시대에는 이러한 용도별 분류보다는 수익실현방법이 어떠냐에 따른 분류가 더 적절할 겁니다. 전세로 임차인을 유치하는 경우에는 아파트가 전세형부동산이지만 월세로 임차인을 유치하면 수익형부동산으로 분류할 수 있다는 말입니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시세차익에 관심이 많습니다. 운영수익을 바라면서 아파트에 투자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갭투자가 대표적인 투자 방법인데 이 또한 운영수익은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로 인해 그동안 한국 아파트에 관심이 많았던 해외의 투자수요는 대부분 개인들이었습니다. 중국인(54.9%)이 가장 많고 미국, 캐나다인 순입니다. 그리고 외국인 거래비중은 전체 토지거래의 0.32%에 불과해 한국 주택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었습니다. 수도권의 거래비중이 크지만 그래봤자 0.59%에 그칩니다. 시세차익만으로는 안정적인 투자를 하기 꺼려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외국의 경우 주택시장에서 비거주자의 투자수요는 상당한 영향을 미칩니다. 2010년대 후반 외국인들에게 인기인 콘도(아파트)의 경우 캐나다 밴쿠버의 11.2%, 토론토의 7.6%가 비거주자 부동산이었습니다. 이들이 투자용으로 새 아파트를 집중적으로 사들이면서 캐나다의 집값은 천정부지로 상승해 미국을 추월했었습니다. 2020년12월 당시 캐나다의 평균 집값은 61.7만 캐나다 달러였는데 이는 미국의 평균 주택가격(42만 캐나다달러)보다 40%나 높았다고 합니다. 주민의 30%가까이가 중국계인 밴쿠버는 ‘홍쿠버’라 불릴 정도였습니다.
기관투자가들도 외국인 투자수요의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세계 최대 사모펀드인 미국의 블랙스톤(The Blackstone Group)이 주택임대회사인 ‘홈파트너스오브아메리카(Home Partners of America)를 60억달러에 인수했습니다. 2008년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 이후 저렴한 가격에 매물로 나온 압류 주택들을 사들이기 시작하면서 주택임대사업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습니다. 캐나다의 주택회사, 중국의 개발업체까지 인수했습니다. 이러한 대형 기관투자가들이 해외의 주택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적지 않습니다. 미국 주택거래에서 투자자 시장 점유율은 2022년말 기준 8.2%에 이릅니다.
그동안 한국 부동산시장에서 해외의 투자수요는 대부분 상업용부동산에 집중됐습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는 상업용부동산은 매월 발생하는 수익이 명확했기 때문입니다. 반면에 주거용부동산은 전세라는 관행으로 인해 운영수익이 거의 없어 해외의 투자수요는 여기에 관심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전세가 소멸되면서 월세거래비중이 늘어나면 자연스럽게 해외의 투자수요가 한국 부동산에 관심을 가지게 될 겁니다.
해외의 투자수요가 한국의 주거용부동산에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진출한다면 우리 주택시장은 더 큰 변동성에 휘말리게 됩니다. 외국인투자자들에 의해 주식시세가 결정되듯 국내 주택시장에서 외국인들의 존재감은 늘어날 겁니다. 이들의 거래목적은 오로지 수익이며 환율, 이해관계자들의 요구, 자국의 경제상황 등 우리와는 전혀 다른 변수에 의해 의사결정이 이루어질 겁니다. 즉 이들의 투자방식을 예측하는 것이 어려워 눈 뜨고 당할 수밖에 없다는 말입니다.
전세에서 월세로 급격한 임대차시장의 변화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전세라는 관행이 쉽게 없어지지는 않겠지만 전세가 역할을 다했다느니 하면서 의도적으로 없애는 것 또한 대안이 될 수 없습니다. 최대한 전세에서 월세로의 이전을 늦추어야 합니다. 월세시대를 맞이하기 위해서는 해외의 투자수요에 대한 대비가 필요합니다. 임대사업자를 양성하고 영세한 주택임대관리회사를 기업화해서 안정적인 임대시장을 만들어야 합니다. 과거 한 차례 한국에 사무소를 열었다가 철수한 경험이 있는 미국 최대 사모펀드 운용사인 블랙스톤이 올해 4월 다시 한국법인을 설립했습니다. 이미 진출한 해외 사모펀드들 또한 국내 사무소 및 법인의 투자인력을 보강한다고 합니다. 부동산투자의 글로벌시대, 우리는 어떤 대비를 하는지 궁금합니다. 물이 빠진 후 우리만 알몸으로 수영하는 것을 들킬까 벌써부터 두렵습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심형석 우대빵연구소 소장·美IAU 교수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
최근 전세보증금 미반환의 문제점이 발생하면서 주택임대차시장에서 자주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자칫 전세금을 떼일 수 있다는 걱정에 월세를 찾고 있지만 2년전과 비교하면 월세 오름폭이 만만치 않습니다. 65~70% 수준에서 움직이던 전세 거래 비중은 작년에는 50%대까지 떨어졌습니다. 다행히 올해 4월 전세 거래 비중은 60.1%를 기록해 다시 60%대를 회복했지만 국내 주택임대차시장이 전세에서 월세로 바뀌고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현실입니다.
과거 국내 임대차시장의 관행으로 보자면 이상한 일이지만 전세에서 월세로의 전환은 지극히 정상적인 겁니다. 전세임대차의 문제점이 발생할 때마다 관련 논란이 있었지만 순차적으로 그리고 지속적으로 월세임대차는 대세가 될 가능성이 큽니다. 월세시대가 도래한다는 의미는 이제 주택도 수익형부동산이 된다는 말입니다.
수익형부동산의 수익이란 임대료와 같이 매월 발생하는 직접적인 수익을 의미합니다. 부동산 자산의 수익은 시세차익(자본소득)과 임대수익(운영소득)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이중 임대수익에 집중하는 부동산입니다. 그동안 수익형부동산의 종류로는 상가, 오피스, 오피스텔, 원룸 등을 언급했습니다. 하지만 월세시대에는 이러한 용도별 분류보다는 수익실현방법이 어떠냐에 따른 분류가 더 적절할 겁니다. 전세로 임차인을 유치하는 경우에는 아파트가 전세형부동산이지만 월세로 임차인을 유치하면 수익형부동산으로 분류할 수 있다는 말입니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시세차익에 관심이 많습니다. 운영수익을 바라면서 아파트에 투자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갭투자가 대표적인 투자 방법인데 이 또한 운영수익은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로 인해 그동안 한국 아파트에 관심이 많았던 해외의 투자수요는 대부분 개인들이었습니다. 중국인(54.9%)이 가장 많고 미국, 캐나다인 순입니다. 그리고 외국인 거래비중은 전체 토지거래의 0.32%에 불과해 한국 주택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었습니다. 수도권의 거래비중이 크지만 그래봤자 0.59%에 그칩니다. 시세차익만으로는 안정적인 투자를 하기 꺼려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외국의 경우 주택시장에서 비거주자의 투자수요는 상당한 영향을 미칩니다. 2010년대 후반 외국인들에게 인기인 콘도(아파트)의 경우 캐나다 밴쿠버의 11.2%, 토론토의 7.6%가 비거주자 부동산이었습니다. 이들이 투자용으로 새 아파트를 집중적으로 사들이면서 캐나다의 집값은 천정부지로 상승해 미국을 추월했었습니다. 2020년12월 당시 캐나다의 평균 집값은 61.7만 캐나다 달러였는데 이는 미국의 평균 주택가격(42만 캐나다달러)보다 40%나 높았다고 합니다. 주민의 30%가까이가 중국계인 밴쿠버는 ‘홍쿠버’라 불릴 정도였습니다.
기관투자가들도 외국인 투자수요의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세계 최대 사모펀드인 미국의 블랙스톤(The Blackstone Group)이 주택임대회사인 ‘홈파트너스오브아메리카(Home Partners of America)를 60억달러에 인수했습니다. 2008년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 이후 저렴한 가격에 매물로 나온 압류 주택들을 사들이기 시작하면서 주택임대사업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습니다. 캐나다의 주택회사, 중국의 개발업체까지 인수했습니다. 이러한 대형 기관투자가들이 해외의 주택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적지 않습니다. 미국 주택거래에서 투자자 시장 점유율은 2022년말 기준 8.2%에 이릅니다.
그동안 한국 부동산시장에서 해외의 투자수요는 대부분 상업용부동산에 집중됐습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는 상업용부동산은 매월 발생하는 수익이 명확했기 때문입니다. 반면에 주거용부동산은 전세라는 관행으로 인해 운영수익이 거의 없어 해외의 투자수요는 여기에 관심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전세가 소멸되면서 월세거래비중이 늘어나면 자연스럽게 해외의 투자수요가 한국 부동산에 관심을 가지게 될 겁니다.
해외의 투자수요가 한국의 주거용부동산에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진출한다면 우리 주택시장은 더 큰 변동성에 휘말리게 됩니다. 외국인투자자들에 의해 주식시세가 결정되듯 국내 주택시장에서 외국인들의 존재감은 늘어날 겁니다. 이들의 거래목적은 오로지 수익이며 환율, 이해관계자들의 요구, 자국의 경제상황 등 우리와는 전혀 다른 변수에 의해 의사결정이 이루어질 겁니다. 즉 이들의 투자방식을 예측하는 것이 어려워 눈 뜨고 당할 수밖에 없다는 말입니다.
전세에서 월세로 급격한 임대차시장의 변화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전세라는 관행이 쉽게 없어지지는 않겠지만 전세가 역할을 다했다느니 하면서 의도적으로 없애는 것 또한 대안이 될 수 없습니다. 최대한 전세에서 월세로의 이전을 늦추어야 합니다. 월세시대를 맞이하기 위해서는 해외의 투자수요에 대한 대비가 필요합니다. 임대사업자를 양성하고 영세한 주택임대관리회사를 기업화해서 안정적인 임대시장을 만들어야 합니다. 과거 한 차례 한국에 사무소를 열었다가 철수한 경험이 있는 미국 최대 사모펀드 운용사인 블랙스톤이 올해 4월 다시 한국법인을 설립했습니다. 이미 진출한 해외 사모펀드들 또한 국내 사무소 및 법인의 투자인력을 보강한다고 합니다. 부동산투자의 글로벌시대, 우리는 어떤 대비를 하는지 궁금합니다. 물이 빠진 후 우리만 알몸으로 수영하는 것을 들킬까 벌써부터 두렵습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심형석 우대빵연구소 소장·美IAU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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