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PRO]"라덕연 부당이득 환수 힘들 것"…주가조작범, 벌금만 내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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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인드 인터뷰
아리온테크놀로지 재판으로 본 시세조종 처벌 사례
시세조종 일당 대부분 집행유예·벌금형만 선고
어려운 부당이득 산정, 피해는 회사와 투자자가 짊어져
'SG발 폭락' 라덕연 일당, 부당이득 환수 어려울수도 "소시에테제너랄(SG)증권발 폭락 사태와 관련해 라덕연 일당의 부당이득 전액 환수는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주가조작의 경우 주가 등락에 따른 부당이득을 산정하기가 난해하기 때문이죠. 자본시장법은 위반 행위로 얻은 이익을 산정하기 곤란할 때는 벌금의 상한액을 5억원으로 한다는 단서 조항도 있습니다. 증권 범죄자들은 시세조종 등 불법적인 일로 수십, 수백억원의 부당이익을 챙긴 뒤 5억원 벌금 내고 끝내는 것이죠."
자본시장 전문 변호사로 활동 중인 A씨는 시세조종으로 얻은 이익과 실적 호재 등으로 발생한 이득을 구분하기 어렵다며 이 같이 말했다. 그는 주식시장에서 시세조종 등 불법적인 행위를 서슴지 않는 이들이 흔히 "까짓것 감방 한번 다녀오면 된다"며 처벌 자체를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A씨는 국내 증권 범죄에 대한 처벌 강도가 약하다고 주장한다. 그는 코스닥 시장에서 상장폐지를 앞둔 아리온테크놀로지 사건을 예시로 들었다. 이 사건은 시세조종, 300억원 허위공시 등 사기적 부정거래로 기소된 일당 대부분이 집행유예와 벌금형으로 끝난 사례다.
그는 "연초에 진행된 1심 재판서 실질적으로 아리온테크놀로지를 경영했던 이모씨(징역 2년과 벌금 5000만원)를 제외한 기소된 6명 전원이 1심서 집행유예 선고를 받았는데, 벌금도 최소 3000만원에서 최대 3억6000만원에 불과했다"고 말했다.
앞서 아리온테크놀로지는 잇단 유상증자 불발을 비롯해 허위공시, 전직 대표와 임원들의 횡령·배임 혐의가 불거지면서 수렁에 빠졌다. 당시 일당들은 해외 유명기업으로부터 투자를 유치할 것처럼 시장에 거짓 정보를 흘려 주가를 조작했다. 이들은 또 아리온 주식 대량보유를 관계기관에 알리지도 않았다.
아리온테크놀로지는 한국거래소로부터 2021년 11월 상장폐지 결정을 통보받았으나 2020년 8월 무상감자에 대한 변경상장 신청 등을 완료하지 않아 상장폐지 절차가 보류된 상태다. 이 종목의 3년 넘게 매매 거래가 멈춰있으며, 소액주주 수는 6750명(2020년 말 기준)에 달한다.
이처럼 시세조종에 대한 처벌이 이뤄진다고 하더라도 실형 대신 집행유예가 선고되는 경우가 많다. 대법원에 따르면 2020년 시세조종 등 증권 불공정거래 범죄로 유죄판결을 받은 64명 중 26명(40.6%)이 집행유예를 받았다. 이는 일반 사기범(38.2%)이나 범죄조직을 통한 사기범(15.3%)의 집행유예 비율보다 높다.
자본시장법에서 불공정거래로 인한 이득액은 50억원 이상일 경우 형량이 무기징역까지 가능하다. 이득액이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인 경우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며, 벌금형의 경우 범행으로 얻은 이익의 3~5배로 계산한다고 명시돼 있다. 문제는 부당이득액 산정에서 가로막히면서 솜방망이 처벌이 나오는 것.
A씨도 '부당이득액 산정'을 증권 범죄 솜방망이 처벌의 이유로 꼽았다. 그는 "아리온테크놀로지 사건의 경우 검찰 측이 시세조종 일당이 107억원의 부당이득을 취득했다고 주장했으나 근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법원에서 받아들이지 않았다"면서 "부당이득액이 정확히 계산되지 않으면 법원은 '부당이득액수가 불명확한 경우 위반자에게 유리하게 산정한다'는 원칙을 따르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아리온의 1심 재판 결과를 토대로 봤을 때 증권 범죄를 저지른 일당 대부분은 집행유예와 부당이득액 환수도 없이, 사실상 수천만원에서 수억원 수준의 벌금형으로 처벌이 끝난 것과 마찬가지"라면서 "증권 범죄자들이 저지른 피해와 책임은 결국 회사와 소액주주들이 떠안는다"고 설명했다. A씨는 라덕연 일당이 주도한 SG증권발 폭락 사태와 관련해선 시세조종 혐의 입증이 쉽지 않을 것으로 봤다. 이번 사건은 라덕연 일당의 통정매매 사실을 뒷받침할만한 사전 공모 흔적과 주가를 부양했다고 볼만한 근거를 찾는 게 핵심인데, 시세조종 기간이 길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증거 찾는 일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본 것.
그는 "법원은 자본시장 시세조종 사건을 판단할 때 증시에 미친 대내외 변수도 함께 고려하는데, 만약 검찰 쪽에서 제시한 시세조종 관련 증거가 빈약할 경우 법원이 인정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면서 "상장사 주가가 우상향한 이유를 온전히 통정매매와 고가 매수 탓으로만 돌리기는 어렵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류은혁 기자 ehryu@hankyung.com
블라인드 인터뷰
아리온테크놀로지 재판으로 본 시세조종 처벌 사례
시세조종 일당 대부분 집행유예·벌금형만 선고
어려운 부당이득 산정, 피해는 회사와 투자자가 짊어져
'SG발 폭락' 라덕연 일당, 부당이득 환수 어려울수도 "소시에테제너랄(SG)증권발 폭락 사태와 관련해 라덕연 일당의 부당이득 전액 환수는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주가조작의 경우 주가 등락에 따른 부당이득을 산정하기가 난해하기 때문이죠. 자본시장법은 위반 행위로 얻은 이익을 산정하기 곤란할 때는 벌금의 상한액을 5억원으로 한다는 단서 조항도 있습니다. 증권 범죄자들은 시세조종 등 불법적인 일로 수십, 수백억원의 부당이익을 챙긴 뒤 5억원 벌금 내고 끝내는 것이죠."
자본시장 전문 변호사로 활동 중인 A씨는 시세조종으로 얻은 이익과 실적 호재 등으로 발생한 이득을 구분하기 어렵다며 이 같이 말했다. 그는 주식시장에서 시세조종 등 불법적인 행위를 서슴지 않는 이들이 흔히 "까짓것 감방 한번 다녀오면 된다"며 처벌 자체를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A씨는 국내 증권 범죄에 대한 처벌 강도가 약하다고 주장한다. 그는 코스닥 시장에서 상장폐지를 앞둔 아리온테크놀로지 사건을 예시로 들었다. 이 사건은 시세조종, 300억원 허위공시 등 사기적 부정거래로 기소된 일당 대부분이 집행유예와 벌금형으로 끝난 사례다.
그는 "연초에 진행된 1심 재판서 실질적으로 아리온테크놀로지를 경영했던 이모씨(징역 2년과 벌금 5000만원)를 제외한 기소된 6명 전원이 1심서 집행유예 선고를 받았는데, 벌금도 최소 3000만원에서 최대 3억6000만원에 불과했다"고 말했다.
앞서 아리온테크놀로지는 잇단 유상증자 불발을 비롯해 허위공시, 전직 대표와 임원들의 횡령·배임 혐의가 불거지면서 수렁에 빠졌다. 당시 일당들은 해외 유명기업으로부터 투자를 유치할 것처럼 시장에 거짓 정보를 흘려 주가를 조작했다. 이들은 또 아리온 주식 대량보유를 관계기관에 알리지도 않았다.
아리온테크놀로지는 한국거래소로부터 2021년 11월 상장폐지 결정을 통보받았으나 2020년 8월 무상감자에 대한 변경상장 신청 등을 완료하지 않아 상장폐지 절차가 보류된 상태다. 이 종목의 3년 넘게 매매 거래가 멈춰있으며, 소액주주 수는 6750명(2020년 말 기준)에 달한다.
이처럼 시세조종에 대한 처벌이 이뤄진다고 하더라도 실형 대신 집행유예가 선고되는 경우가 많다. 대법원에 따르면 2020년 시세조종 등 증권 불공정거래 범죄로 유죄판결을 받은 64명 중 26명(40.6%)이 집행유예를 받았다. 이는 일반 사기범(38.2%)이나 범죄조직을 통한 사기범(15.3%)의 집행유예 비율보다 높다.
자본시장법에서 불공정거래로 인한 이득액은 50억원 이상일 경우 형량이 무기징역까지 가능하다. 이득액이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인 경우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며, 벌금형의 경우 범행으로 얻은 이익의 3~5배로 계산한다고 명시돼 있다. 문제는 부당이득액 산정에서 가로막히면서 솜방망이 처벌이 나오는 것.
A씨도 '부당이득액 산정'을 증권 범죄 솜방망이 처벌의 이유로 꼽았다. 그는 "아리온테크놀로지 사건의 경우 검찰 측이 시세조종 일당이 107억원의 부당이득을 취득했다고 주장했으나 근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법원에서 받아들이지 않았다"면서 "부당이득액이 정확히 계산되지 않으면 법원은 '부당이득액수가 불명확한 경우 위반자에게 유리하게 산정한다'는 원칙을 따르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아리온의 1심 재판 결과를 토대로 봤을 때 증권 범죄를 저지른 일당 대부분은 집행유예와 부당이득액 환수도 없이, 사실상 수천만원에서 수억원 수준의 벌금형으로 처벌이 끝난 것과 마찬가지"라면서 "증권 범죄자들이 저지른 피해와 책임은 결국 회사와 소액주주들이 떠안는다"고 설명했다. A씨는 라덕연 일당이 주도한 SG증권발 폭락 사태와 관련해선 시세조종 혐의 입증이 쉽지 않을 것으로 봤다. 이번 사건은 라덕연 일당의 통정매매 사실을 뒷받침할만한 사전 공모 흔적과 주가를 부양했다고 볼만한 근거를 찾는 게 핵심인데, 시세조종 기간이 길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증거 찾는 일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본 것.
그는 "법원은 자본시장 시세조종 사건을 판단할 때 증시에 미친 대내외 변수도 함께 고려하는데, 만약 검찰 쪽에서 제시한 시세조종 관련 증거가 빈약할 경우 법원이 인정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면서 "상장사 주가가 우상향한 이유를 온전히 통정매매와 고가 매수 탓으로만 돌리기는 어렵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류은혁 기자 ehry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