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수 상위에 엔비디아·MS 없어
강세장에서만 투자 전략 '효과'
23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AI가 운용하는 ETF의 성과가 올해 S&P500지수보다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IBM의 인공지능인 왓슨 플랫폼을 활용해 투자 종목을 고르는 AI파워드에쿼티ETF(AIEQ)의 올해 수익률은 4%에 그쳤다. 같은 기간 S&P500지수는 9% 상승했다.
운용자산(AUM) 규모가 1억8000만달러에 달하는 AIEQ는 약 150개의 주식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했다. 주로 소프트웨어 기업과 기술주에 치우쳐 있다. 리조트업체 라스베이거스샌즈 등 소비주가 큰 비중을 차지했다. 매수 상위 10개 종목에 엔비디아와 마이크로소프트 등은 없었다.
AIEQ가 미국 증시와 상반된 추이를 보이는 배경엔 AI 열풍이 있다. 지난해 생성형 AI를 활용한 챗 GPT 열풍이 거세지며 AI 관련 종목이 상승세를 탔다. AI용 반도체를 생산하는 엔비디아를 비롯해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 등의 주가가 반등하며 S&P500지수도 큰 폭으로 치솟았다.
반면 AIEQ의 AI는 이들 기업에 대한 투자 비중을 늘리지 않았다. 금융 데이터업체 데이터트랙리서치의 제시카 레이브 대표는 “AI에 기반한 투자 알고리즘이 빅테크 상승세를 활용하지 못한 건 모순적인 상황”이라고 짚었다.
AI의 투자전략이 강세장에서만 빛을 발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 수개월간 상승세를 탄 종목을 대량 매수하는 모멘텀 전략을 선택해서다. 모멘텀 전략은 과거 상승세에 있는 종목은 그 추이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에 배팅하는 투자 전략이다. 3~12개월 주기로 과거 주가보다 현재 주가가 높은 종목을 매수한다. 이 때문에 AI는 과거 시장에서 등장하지 않은 ‘블랙스완’과 같은 사건이 발생했을 때 대응 능력이 부족할 수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AIEQ의 알고리즘을 개발한 에큐붓은 “(우리는) 구조화되지 않은 데이터를 활용하기 때문에 매일 수백만 개의 뉴스와 SNS 게시물을 분석한다”며 “이를 통해 앞으로 투자심리가 어떻게 변할지를 내다본다”고 해명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