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한만큼 버는 택배…민노총 올까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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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기사들의 이유있는 '노조 포비아'
쿠팡 내 세력확장 나선 민노총
전국 물류센터 돌며 지회 만들고
점거·폭행·출입 방해…배달 막아
20일 일하고 1100만원 버는데…
노조 생기면 일 못해 '전전긍긍'
"CJ 기사들도 도망치듯 넘어왔다"
쿠팡 내 세력확장 나선 민노총
전국 물류센터 돌며 지회 만들고
점거·폭행·출입 방해…배달 막아
20일 일하고 1100만원 버는데…
노조 생기면 일 못해 '전전긍긍'
"CJ 기사들도 도망치듯 넘어왔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 우리 물류센터에는 오지 않길 간절히 기도하고 있습니다.”
24일 경기 북부의 한 쿠팡 배송캠프(물류센터)에서 만난 택배기사 고모씨(36)는 지난해 CJ대한통운에서 쿠팡으로 넘어왔다. 그는 “민주노총이 갑자기 나타나 비노조원이란 이유로 일을 못하게 했다”며 “쿠팡에서도 이런 일이 생길까 봐 항상 두렵다”고 했다.
지난해 초 전체 기사의 8%가 참여한 CJ대한통운 택배 파업 당시 비노조원은 노조원의 업무 방해로 한동안 제대로 일하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노조원의 비노조원 폭행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요즘 택배기사들은 민주노총 택배노조가 전국 100여 개 쿠팡 물류센터 중 어디에 지회를 세울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택배노조 첫 집회가 열린 경기 용인시 동천동 물류센터 기사들이 노조 횡포로 일하지 못했다는 소문이 돌았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택배기사는 “우리 물류센터에 지회가 만들어지면 노조가 없는 곳으로 이동할 생각이 있다”고 말했다.
택배기사들이 노조에 거부감을 갖는 이유는 단순하다. 이들에게 시간은 곧 돈이기 때문이다. 쿠팡, CJ대한통운 등은 하도급 형태로 대리점주에게 택배를 위탁하고 있다. 월급이 아니라 물건을 나른 만큼 돈을 받는다. 택배 한 건에 800~1200원이 돌아온다. 하루를 분 단위로 쪼개 움직이는 상황에서 노조 활동을 할 여유도, 이유도 없다는 게 현장 기사들의 설명이다. 윤씨는 “지난달 20일 근무하고 1100만원을 벌었다”며 “현재 근무 시스템에 만족하는데 굳이 노조가 필요하겠느냐”고 반문했다.
근로자의 의견은 묻지도 않은 채 노동자들의 이익과 무관한 정치적 구호만 난무한다는 불만이 터져나왔다. 경력 4년차 쿠팡 택배기사 이모씨(36)는 “노조 가입 이후 이런저런 명목으로 집회에 불려가 일을 못하는 동료를 많이 봤다”며 “힘들게 쿠팡으로 넘어왔는데 여기마저 떠나야 하는 건 아닌지 걱정된다”고 했다.
민주노총 택배노조는 최근 전국을 돌아다니며 인력 동원이 가능한 지역을 찾아 노조 지회를 만들고 있다. 현재 경기 용인과 성남 분당, 고양 일산, 대전, 충남 당진, 울산 등지에 지회가 생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지회 설립과 함께 시위로 세를 과시하고 있다. 택배업계 관계자는 “노조원과 비노조원 간 크고 작은 다툼이 일어나고 있는 상황”이라며 “집회가 있으면 물류센터 업무에 차질이 생기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조철오 기자 cheol@hankyung.com
24일 경기 북부의 한 쿠팡 배송캠프(물류센터)에서 만난 택배기사 고모씨(36)는 지난해 CJ대한통운에서 쿠팡으로 넘어왔다. 그는 “민주노총이 갑자기 나타나 비노조원이란 이유로 일을 못하게 했다”며 “쿠팡에서도 이런 일이 생길까 봐 항상 두렵다”고 했다.
쿠팡에 번진 ‘민주노총 포비아’
쿠팡로지스틱스(CLS)가 위탁한 대리점 소속 택배기사 사이에 ‘민주노총 포비아(공포증)’가 확산하고 있다. 지난달 24일 쿠팡 노조 설립과 함께 택배노조 간부가 직원들을 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한 후 “다음은 우리 차례가 되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택배기사 윤모씨는 “2021년부터 민주노총이 CJ대한통운 소속 비노조원을 폭행하고 본사를 점거해 일을 못했던 기억을 떠올리면 치가 떨린다”며 “상당수 기사가 쿠팡으로 도망치듯 넘어온 이유”라고 설명했다.지난해 초 전체 기사의 8%가 참여한 CJ대한통운 택배 파업 당시 비노조원은 노조원의 업무 방해로 한동안 제대로 일하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노조원의 비노조원 폭행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요즘 택배기사들은 민주노총 택배노조가 전국 100여 개 쿠팡 물류센터 중 어디에 지회를 세울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택배노조 첫 집회가 열린 경기 용인시 동천동 물류센터 기사들이 노조 횡포로 일하지 못했다는 소문이 돌았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택배기사는 “우리 물류센터에 지회가 만들어지면 노조가 없는 곳으로 이동할 생각이 있다”고 말했다.
택배기사들이 노조에 거부감을 갖는 이유는 단순하다. 이들에게 시간은 곧 돈이기 때문이다. 쿠팡, CJ대한통운 등은 하도급 형태로 대리점주에게 택배를 위탁하고 있다. 월급이 아니라 물건을 나른 만큼 돈을 받는다. 택배 한 건에 800~1200원이 돌아온다. 하루를 분 단위로 쪼개 움직이는 상황에서 노조 활동을 할 여유도, 이유도 없다는 게 현장 기사들의 설명이다. 윤씨는 “지난달 20일 근무하고 1100만원을 벌었다”며 “현재 근무 시스템에 만족하는데 굳이 노조가 필요하겠느냐”고 반문했다.
노조와 비노조원의 ‘동상이몽’
쿠팡 택배기사들은 ‘근로조건이 나쁘다’는 민주노총 택배노조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 현장에서 만난 택배기사 김모씨(36)는 작년까지 목사로 일하다 교회 창업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지난 2월부터 일했다. 그는 “일을 시작하고 석 달 만에 월 수익이 650만 원 정도로 늘었다”며 “일이 익숙해지면 더 많이 벌 수 있다”고 말했다. 하루 4시간만 일하고 200만~300만원을 벌어가는 20·30대도 적지 않다.근로자의 의견은 묻지도 않은 채 노동자들의 이익과 무관한 정치적 구호만 난무한다는 불만이 터져나왔다. 경력 4년차 쿠팡 택배기사 이모씨(36)는 “노조 가입 이후 이런저런 명목으로 집회에 불려가 일을 못하는 동료를 많이 봤다”며 “힘들게 쿠팡으로 넘어왔는데 여기마저 떠나야 하는 건 아닌지 걱정된다”고 했다.
민주노총 택배노조는 최근 전국을 돌아다니며 인력 동원이 가능한 지역을 찾아 노조 지회를 만들고 있다. 현재 경기 용인과 성남 분당, 고양 일산, 대전, 충남 당진, 울산 등지에 지회가 생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지회 설립과 함께 시위로 세를 과시하고 있다. 택배업계 관계자는 “노조원과 비노조원 간 크고 작은 다툼이 일어나고 있는 상황”이라며 “집회가 있으면 물류센터 업무에 차질이 생기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조철오 기자 che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