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그룹이 미국에 대한 조(兆) 단위 투자를 예고하고 이를 기반으로 두 번째 퀀텀점프를 준비한다. 이재현 회장이 2018년 미국을 핵심 전략국가로 점 찍은 지 5년 만이다. CJ는 지난해 미주 지역에서 연매출 8조원을 돌파해 2018년 이후 4년간 네 배의 성장을 이뤄냈다.

○“미국에서 두 번째 퀀텀점프 준비”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CJ푸드빌은 올 하반기 미국 남부지역에 대규모 제빵공장을 착공할 계획이다. 공장이 들어설 지역은 텍사스주나 조지아주가 유력하다. 이는 CJ푸드빌의 베이커리 브랜드인 ‘뚜레쥬르’의 미국 매장을 현재 93개에서 1000개까지 확장하기 위한 중장기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대기업 소속인 뚜레쥬르는 국내에선 출점 제한을 받아 매장을 1300개 수준에서 더 확장하지 못하고 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해외에서 승부를 보겠다는 복안이다. CJ푸드빌 고위 관계자는 “미국을 기반으로 ‘제2의 창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했다.

CJ그룹은 CJ푸드빌 제빵공장을 비롯해 바이오 사업, 콘텐츠 제작 사업 등에 연내 추가 투자할 방침이다. 미국에서만 연평균 조단위 투자를 구상 중이다. CJ 관계자는 “미국은 중국 등 다른 국가에 비해 예측 가능성이 높고 한국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가 높아지는 분위기”라며 “미국에서의 성패가 글로벌 사업을 가늠하는 열쇠라는 절박감으로 사업을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다.

○‘신의 한 수’ 된 슈완스 M&A

미국은 이재현 회장이 2018년 이후 가장 먼저 주목했던 국가다. 이는 당시까지만 하더라도 다른 소비재 기업이 주로 중국, 동남아시아 등을 타깃으로 삼았던 것과는 다른 행보였다.

이 회장은 2018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글로벌 경영전략 회의를 열고 미주지역을 글로벌 사업 핵심 전략국가로 내세우며 “필사의 각오로 초격차 역량을 확보해달라”고 주문했다. CJ대한통운이 그해 미국 물류기업 DSC로지스틱스를 인수한 데 이어 2019년 CJ의 역대 인수합병(M&A) 중 가장 큰 규모인 2조원짜리 슈완스를 인수한 건 이 회장의 의지에 따른 것이다.

지난해에는 CJ ENM이 미국 제작사 피프스시즌을 인수하며 글로벌 콘텐츠 유통 네트워크를 확보했다. 지금까지 CJ는 미국 시장에 총 6조2000억원가량을 투자했다.

미국에 뿌린 씨앗들은 CJ의 성장동력이 되고 있다. CJ의 지난해 미주 사업 매출은 총 8조2854억원으로 전년보다 37.5% 늘었다. 2018년 매출 1조9606억원에 비해 무려 322.6% 급증한 수치다.

인수 당시 ‘승자의 저주’ 논란이 일었던 슈완스 M&A의 경우 이제 신의 한 수로 평가받는다. 지난해 미주 지역 식품 매출 4조400억원 중 3조3000억원이 슈완스에서 나왔다. 소비 위축, 바이오 시황 부진 등으로 CJ제일제당의 올 1분기 영업이익이 58.8% 급감한 와중에도 슈완스를 중심으로 한 미국 식품사업은 976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려 버팀목 역할을 톡톡히 했다. 전년 동기보다 77.7% 늘어난 금액이다.

○미국 내 위상 상승

CJ의 미국 내 위상도 급격히 높아지고 있다. 총 29개 주에 22개 생산시설을 갖춰 임직원 수는 1만2000명에 달한다. 한국 대기업 중 삼성, 현대자동차에 이어 세 번째로 큰 규모다.

경제계 관계자는 “최근 대통령 국빈 방미 일정에 이 회장과 이미경 부회장, 손경식 회장까지 모두 동행한 것은 미국 시장에서 CJ의 위상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CJ가 미국 내 K열풍의 밑거름이 됐다”고 말했다.

하수정 기자 agatha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