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싱어가 이끄는 행동주의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가 1분기에 나스닥 추종 상장지수펀드(ETF)의 투자 비중을 크게 늘렸다. 고위험 자산인 하이일드 채권 ETF는 매입한 지 한 분기 만에 대부분 정리했다.
엘리엇 이끄는 폴 싱어, 나스닥 ETF 담고 고위험 자산 팔아치웠다
24일(현지시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공시에 따르면 엘리엇은 1분기에 ‘인베스코 QQQ 트러스트 ETF’(종목명 QQQ) 콜옵션을 25억6744만달러(약 3조3700억원)어치 매수했다. QQQ는 나스닥 100대 종목을 추종하는 ETF다. 엘리엇의 1분기 포트폴리오에서 QQQ 콜옵션이 차지하는 비중은 19.01%로 단일 종목 중 가장 컸다. 나스닥지수의 주축인 미국 빅테크(대형 기술기업)의 성장성에 베팅한 것으로 해석된다. 1분기에 엘리엇은 QQQ 풋옵션도 3억달러어치 매수했다.

에너지 ETF 풋옵션은 대거 정리했다. ‘에너지 선별 섹터 SPDR 펀드’(XLE) 풋옵션 비중을 8.6%에서 4.3%로, ‘반에크 오일 서비스 ETF’(OIH) 풋옵션을 5.8%에서 2.2%로 줄였다. 포트폴리오에서 각각 2.01%, 1.82%를 차지하던 필수소비재와 헬스케어 SPDR ETF는 모두 처분했다.

고수익·고위험 자산인 하이일드 ETF는 매입한 지 한 분기 만에 처분했다. 엘리엇은 ‘아이셰어 아이박스 하이일드 미국 회사채 ETF’(HYG)를 4.2%에서 0.3%로 축소했다. 비중이 1.88%이던 블룸버그 하이일드 ETF도 모두 처분했다. 세계 경기 침체 가능성이 커지자 고위험 자산을 서둘러 정리한 것으로 풀이된다.

엘리엇의 1분기 포트폴리오를 업종별로 살펴보면 에너지 비중이 34.75%로 가장 컸다. 산업(14.06%) 통신(13.23%) 금융(5.7%) 헬스케어(2.12%) 등이 뒤를 이었고 기타 부문은 27%였다.

단일 종목 중에선 캐나다 광산개발업체인 트리플플래그프레셔스메탈(TFPM)이 14.64%로 큰 비중을 차지했다. 엘리엇은 지난해 3분기 TFPM을 처음 매입한 뒤 올해 1분기에 추가 매수했다. 엘리엇의 TFPM 지분율은 64%에서 67%로 늘었다. TFPM은 2021년 5월 캐나다 증시에 이어 지난해 10월 뉴욕증시에 상장했다. 뉴욕증시 상장 당시 9.08달러였던 TFPM 주가는 59% 오른 14.46달러까지 뛰었다.

노르웨이 유전개발업체 시드릴 투자도 눈에 띈다. 엘리엇은 지난달 초 시드릴 주식을 3억854만달러(약 4060억원)어치 매수하면서 포트폴리오에 처음으로 편입했다. 포트폴리오 비중은 2.25%다. 2017년 파산 위기를 겪은 시드릴은 지난 2월 구조조정을 마치고 증권시장에 복귀했다. 엘리엇의 시드릴 지분율은 14.82%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