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PRO] 공모주 상장하면 그만?…"주식도 '환불'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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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 트렌드 | 류은혁의 기업분석실
주관 증권사 책임은 어디로…상장 후 나몰라라
증권사 권리만 챙기고 책임은 사라진지 오래
적정 공모가 의구심 제기, 발행사 눈치 보는 증권사
2007년에 폐지된 시장조성자제도, 전면 재도입 의견도
상장 이전 문제로 상폐 위기 몰렸던 상장사도…책임은 투자자 몫 "공모주는 왜 환불이 안 되나요? 새 제품을 구매한 뒤 하자가 생기면 일정 기간 내에 환불받을 수 있는 권리가 있는데, 공모주는 이런 제도가 없다는 게 이해가 안 됩니다."-공모주투자자 A씨
공모주 환불 이야기가 많이 나왔던 적이 있다. 더블유씨피(WCP)가 상장할 때다. WCP의 상장 첫날 주가는 공모가 대비 30.5% 급락했다. 공모가 6만원에 주식을 배정받은 투자자들은 차익 실현 기회를 얻지 못한 채 고스란히 손실을 봤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WCP 공모주에 '환매청구권'이 부여됐다는 것, WCP는 일명 '테슬라 요건'으로 불리는 이익 미실현 요건이 적용돼 상장 후 3개월간 환매청구권이 부여됐다. 상장 후 주가가 하락할 경우 투자자들이 공모가의 90%에 주식을 되팔 수 있는 권리다. WCP의 경우 상장 첫날부터 주가가 공모가를 밑돌았고 3개월간 공모가를 회복하지 못해 환매청구권 행사가 대량으로 이뤄진 것으로 전해진다.
WCP 공모주 개인 투자자들은 상장 이후 손실을 최소화 할 수 있는 장치라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공모주엔 환매청구권이 부여되진 않는다. 쉽게 말해 테슬라 요건 상장 등의 특별한 상황을 제외하면 공모주 투자에 대한 손실은 개인 투자자들이 짊어진다.
16년 전엔 '공모주 환불'과 유사한 제도로 시장조성자제도가 있었다. 일부 종목에만 적용되는 환매청구권과 달리, 모든 공모주에 적용됐다. 시장조성자제도는 상장 후 한 달 이내 상장기업 주가가 공모가의 90% 선을 하회할 경우 주관사가 이를 되사줘야 하는 제도다.
이 제도는 2007년 7월 전면 폐지됐다. 당시 제도 폐지의 취지는 '시장의 자율적인 가격 결정 능력 존중'이었다. 수요예측 경쟁을 통해 공모가가 결정되고 주식 시장에서의 자유 매매로 주가가 결정되는 만큼 강제로 일정 수준 이상 주가를 유지시킬 필요가 없다는 논리였다.
이 제도가 폐지됨에 따라 결과적으론 자본시장의 자율성은 높아졌으나 시장 조성자인, 증권사의 책임은 사라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반적으로 공모가가 높게 책정될수록 보다 많은 공모자금을 확보할 수 있는 발행사로서는 기업가치를 높게 평가해주는 증권사를 선호하는 게 당연하다. 증권사 입장에서도 주관사 간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선 공모가격을 높이거나 실권주 전액을 사는 총액인수 같은 혜택을 내세운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공모가에 거품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이다. 발행사는 실적을 부풀리고, 주관사는 기업의 현 실적에 근거하기보다 성장성 등을 염두에 두고 밸류에이션을 산정한다. 이를 통해 공모가가 실제 가치보다 부풀려질 수밖에 없다.
시장에서 공모가 고평가 논란이 불거지면 증권사들은 '비싸면 안 사면 된다'라고 말한다. 결국 책임은 공모주를 주관한 증권사가 아닌, 투자자에게 있다는 의미다. 일부 증권사 IPO 관계자는 상장을 주관하면서 수수료만 챙기면 된다는 식으로 말하기도 한다. 상장 후의 뒷일은 자신들이 책임질 필요가 없다는 것.
물론 공모주는 상장 직후 주가가 오르는 것이 일반적이다. 공모 과정에서 주당 평가가액에 할인율을 적용해 공모가를 산정하는 만큼 그 차이만큼 주가 상승 여력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모주 시장이 더 건전해지기 위해선 시장조성제도가 부할해야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 B씨는 "예비 상장사의 기업가치를 평가하는 곳도 증권사, 공모주를 일반 투자자들에게 주관하는 것도 증권사"라며 "공모가 책정부터 유통까지 다 담당하면서 상장 후 나 몰라라 하는 행위는 본인들이 평가한 기업에 대해 책임지지 않겠다는 태도"라고 꼬집었다.
실제로 한 코스닥 상장사의 경우 상장 이전의 문제로 상장폐지 위기에 몰린 적이 있다. 당시 이 상장사를 심사했던 주관사는 불법 사항을 걸러내지 못했다. 또 주관사가 제시한 실적 추정치도 현실과 너무 동떨어지는 등 기업 평가보단 상장에만 급급했던 정황이 드러났다. 이에 따른 피해는 결국 개인투자자들이 짊어졌다.
증권사들은 발행사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한 투자은행(IB) 관계자는 갑(甲)은 발행사가, 주관사인 증권사는 항상 을(乙) 위치에 있다고 주장한다. 증권사가 돈을 벌기 위해선 발행사 눈치를 봐야 한다는 것이다. 주관사를 믿고 공모주를 사는 일반 투자자들보단 당장 영업에 도움이 되는 발행사가 중요하단 이야기로 들린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 C씨는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신뢰를 잃는 것은 한순간"이라며 "시장의 신뢰 회복은 가격 결정 과정의 주도권을 주관사가 되찾고, 책임지는 과정에서부터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류은혁 기자 ehryu@hankyung.com
마켓 트렌드 | 류은혁의 기업분석실
주관 증권사 책임은 어디로…상장 후 나몰라라
증권사 권리만 챙기고 책임은 사라진지 오래
적정 공모가 의구심 제기, 발행사 눈치 보는 증권사
2007년에 폐지된 시장조성자제도, 전면 재도입 의견도
상장 이전 문제로 상폐 위기 몰렸던 상장사도…책임은 투자자 몫 "공모주는 왜 환불이 안 되나요? 새 제품을 구매한 뒤 하자가 생기면 일정 기간 내에 환불받을 수 있는 권리가 있는데, 공모주는 이런 제도가 없다는 게 이해가 안 됩니다."-공모주투자자 A씨
공모주 환불 이야기가 많이 나왔던 적이 있다. 더블유씨피(WCP)가 상장할 때다. WCP의 상장 첫날 주가는 공모가 대비 30.5% 급락했다. 공모가 6만원에 주식을 배정받은 투자자들은 차익 실현 기회를 얻지 못한 채 고스란히 손실을 봤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WCP 공모주에 '환매청구권'이 부여됐다는 것, WCP는 일명 '테슬라 요건'으로 불리는 이익 미실현 요건이 적용돼 상장 후 3개월간 환매청구권이 부여됐다. 상장 후 주가가 하락할 경우 투자자들이 공모가의 90%에 주식을 되팔 수 있는 권리다. WCP의 경우 상장 첫날부터 주가가 공모가를 밑돌았고 3개월간 공모가를 회복하지 못해 환매청구권 행사가 대량으로 이뤄진 것으로 전해진다.
WCP 공모주 개인 투자자들은 상장 이후 손실을 최소화 할 수 있는 장치라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공모주엔 환매청구권이 부여되진 않는다. 쉽게 말해 테슬라 요건 상장 등의 특별한 상황을 제외하면 공모주 투자에 대한 손실은 개인 투자자들이 짊어진다.
16년 전엔 '공모주 환불'과 유사한 제도로 시장조성자제도가 있었다. 일부 종목에만 적용되는 환매청구권과 달리, 모든 공모주에 적용됐다. 시장조성자제도는 상장 후 한 달 이내 상장기업 주가가 공모가의 90% 선을 하회할 경우 주관사가 이를 되사줘야 하는 제도다.
이 제도는 2007년 7월 전면 폐지됐다. 당시 제도 폐지의 취지는 '시장의 자율적인 가격 결정 능력 존중'이었다. 수요예측 경쟁을 통해 공모가가 결정되고 주식 시장에서의 자유 매매로 주가가 결정되는 만큼 강제로 일정 수준 이상 주가를 유지시킬 필요가 없다는 논리였다.
이 제도가 폐지됨에 따라 결과적으론 자본시장의 자율성은 높아졌으나 시장 조성자인, 증권사의 책임은 사라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반적으로 공모가가 높게 책정될수록 보다 많은 공모자금을 확보할 수 있는 발행사로서는 기업가치를 높게 평가해주는 증권사를 선호하는 게 당연하다. 증권사 입장에서도 주관사 간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선 공모가격을 높이거나 실권주 전액을 사는 총액인수 같은 혜택을 내세운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공모가에 거품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이다. 발행사는 실적을 부풀리고, 주관사는 기업의 현 실적에 근거하기보다 성장성 등을 염두에 두고 밸류에이션을 산정한다. 이를 통해 공모가가 실제 가치보다 부풀려질 수밖에 없다.
시장에서 공모가 고평가 논란이 불거지면 증권사들은 '비싸면 안 사면 된다'라고 말한다. 결국 책임은 공모주를 주관한 증권사가 아닌, 투자자에게 있다는 의미다. 일부 증권사 IPO 관계자는 상장을 주관하면서 수수료만 챙기면 된다는 식으로 말하기도 한다. 상장 후의 뒷일은 자신들이 책임질 필요가 없다는 것.
물론 공모주는 상장 직후 주가가 오르는 것이 일반적이다. 공모 과정에서 주당 평가가액에 할인율을 적용해 공모가를 산정하는 만큼 그 차이만큼 주가 상승 여력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모주 시장이 더 건전해지기 위해선 시장조성제도가 부할해야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 B씨는 "예비 상장사의 기업가치를 평가하는 곳도 증권사, 공모주를 일반 투자자들에게 주관하는 것도 증권사"라며 "공모가 책정부터 유통까지 다 담당하면서 상장 후 나 몰라라 하는 행위는 본인들이 평가한 기업에 대해 책임지지 않겠다는 태도"라고 꼬집었다.
실제로 한 코스닥 상장사의 경우 상장 이전의 문제로 상장폐지 위기에 몰린 적이 있다. 당시 이 상장사를 심사했던 주관사는 불법 사항을 걸러내지 못했다. 또 주관사가 제시한 실적 추정치도 현실과 너무 동떨어지는 등 기업 평가보단 상장에만 급급했던 정황이 드러났다. 이에 따른 피해는 결국 개인투자자들이 짊어졌다.
증권사들은 발행사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한 투자은행(IB) 관계자는 갑(甲)은 발행사가, 주관사인 증권사는 항상 을(乙) 위치에 있다고 주장한다. 증권사가 돈을 벌기 위해선 발행사 눈치를 봐야 한다는 것이다. 주관사를 믿고 공모주를 사는 일반 투자자들보단 당장 영업에 도움이 되는 발행사가 중요하단 이야기로 들린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 C씨는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신뢰를 잃는 것은 한순간"이라며 "시장의 신뢰 회복은 가격 결정 과정의 주도권을 주관사가 되찾고, 책임지는 과정에서부터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류은혁 기자 ehry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