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위에서부터)
‘애스터로이드 시티’의 웨스 앤더슨 감독(위에서 세번째).
‘메이 디셈버’의 토드 헤인즈 감독(왼쪽).
‘괴물’의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가운데).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
(사진 위에서부터) ‘애스터로이드 시티’의 웨스 앤더슨 감독(위에서 세번째). ‘메이 디셈버’의 토드 헤인즈 감독(왼쪽). ‘괴물’의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가운데).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
칸 국제영화제는 세계 3대(베니스, 베를린) 영화제 중에서도 가장 권위 있는 영화제로 손꼽힌다. 칸에서 가장 영예로운 상인 ‘황금종려상’은 각국의 영화감독과 배우로 구성된 심사위원단이 오로지 작품성과 예술성으로 선정한다. 상영 후 기립 박수가 얼마나 오래 이어졌는지, 영화가 얼마나 많은 관객을 끌어모을지는 중요하지 않다. 칸 영화제의 핵심은 어떤 영화가 세련되고 아름답느냐, 얼마나 파격적인 방식으로 이들을 매료시키느냐다.

칸이 사랑하는 남자들

유난히 칸의 사랑을 받는 감독들이 있다. 생에 한 번 받아도 영광인 황금종려상을 한 번 이상 수상한 감독들이다. 역대 황금종려상을 두 번 수상한 감독은 총 9명이다. 알프 셰베리,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 빌 아우구스트, 에밀 쿠스트리차, 이마무라 쇼헤이, 다르덴 형제, 미하엘 하네케, 켄 로치, 루벤 외스틀룬드다.

현재까지 활발하게 활동하는 감독은 마지막 4명이다. 다르덴 형제(장 피에르 다르덴, 뤽 다르덴)는 벨기에 출신의 형제 감독으로 사회적 주제를 리얼리즘에 기반해 그려낸다. 1999년 ‘로제타’에 이어 2006년 ‘더 차일드’로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블루칼라 시인’으로 불리는 켄 로치 감독은 노동자와 서민의 삶에 집중하는 사회주의자다. 2006년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은 영국인인 그가 조국을 날카롭게 비판해 주목을 받았다. 두 번째 황금종려상 수상작인 ‘나, 다니엘 블레이크’는 유서 깊은 영국 복지 시스템의 문제를 고발했다.

2017년 ‘더 스퀘어’로 황금종려상을 처음 수상했던 스웨덴의 루벤 외스틀룬드 감독도 지난해 ‘슬픔의 삼각형’으로 두 번째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때로는 환영을, 때로는 야유를

예술성을 최고의 가치로 두는 황금종려상과 대중성을 중시하는 미국 아카데미상(오스카상)은 양극단에 서 있다. 두 상을 모두 수상한 영화는 1939년 칸 영화제가 생긴 후 지난해까지 83년 동안 단 세 편뿐이다. 이른바 예술성과 대중성을 겸비한 세 작품은 빌리 와일더 감독의 ‘잃어버린 주말’(1946년)과 델버트 맨 감독의 ‘마티’(1955년), 그리고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2019년)이다.

반면 논란의 중심이 된 수상작도 있다. 1986년 소련의 거장 안드레이 타르콥스키의 ‘희생’을 제친 ‘미션’은 최악의 황금종려상 수상작 중 하나로 꼽힌다. 영국 매체 가디언은 “소수의 심사위원들이 선정하는 황금종려상은 이들의 편견에 영향을 받는다”며 “기이한 수상의 대표 사례”로 ‘미션’을 들었다.

거장들의 진검승부…올해 황금종려상은?

올해 황금종려상 후보작에는 단골 감독들이 대거 초청됐다. 경쟁 부문에 진출한 21편의 영화 중 황금종려상을 한 차례 받은 감독들의 작품이 5개다. 오는 27일(현지시간) 발표된다.

‘칸의 남자’ 켄 로치 감독은 올해 ‘늙은 나무’로 또다시 칸의 러브콜을 받았다. 15번째 경쟁 부문 초청으로 칸 영화제 사상 최다다. 2018년 ‘어느 가족’으로 황금종려상을 받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도 올해 ‘괴물’로 경쟁 부문에 진출했다. 지난해 ‘브로커’에 이어 2년 연속이다. 그 외 2014년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튀르키예의 누리 빌게 제일란 감독, 2001년 황금종려상을 받은 난니 모레티 감독이 각각 신작으로 황금종려상 후보에 올랐다.

‘할리우드의 바이블’로 불리는 미 연예 매체 버라이어티는 올해 황금종려상과 그랑프리(심사위원 대상), 심사위원상 후보로 5개 작품을 꼽았다. △쥐스틴 트리에 감독의 ‘가을의 해부(Anatomy of a Fall)’ △조너선 글레이저 감독의 ‘더 존 오브 인터레스트’ △토드 헤인즈 감독의 ‘메이 디셈버’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괴물’ △웨스 앤더슨 감독의 ‘애스터로이드 시티’다. 다만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도 있다. 역대 황금종려상 수상작 중 평단이 예상치 못했던 영화가 상당하다는 것을.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