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에너지 수송, 외국사에 다 넘길 건가
현대상선(현 HMM)은 2014년 극심한 유동성 악화로 알짜 사업부문인 LNG선 사업을 IMM프라이빗에쿼티 펀드에 5000억원을 받고 매각했다. 이는 글로벌 외환위기 이후 막대한 이자 부담과 환율 급등에 따른 외화환산손실 증가로 적자가 가중돼 2002년 어쩔 수 없이 자동차 운송 사업부문을 15억달러에 팔았을 때 이후 두 번째 큰 손실이 됐다.

현대LNG해운은 국내 최대 규모 LNG 수송 전문선사로 한국 국적 LNG 선박 27척 중 10척을 운영하고 있다. 연간 국내 LNG 수입량 4000만t 중 13%인 523만t을 운송하고 있다. 현재 매각을 위한 본입찰 절차를 진행 중이며 미국, 영국, 그리스, 덴마크 등 외국계 4개 회사가 인수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는 에너지의 대부분을 해외에서 수입하는데 LNG의 경우 100% 수입하기 때문에 해상운송에 의지하고 있다. 수출입 화물의 99.7%를 해상운송에 의존하는 우리 현실을 감안할 때 건전한 국적 해운선대 확보는 국가 존립에 관한 문제다. 현대LNG해운을 외국 기업에 매각 시 가스공사 등 국내 화주와의 장기계약도 이전돼 향후 외국 기업의 한국 LNG 등 에너지 해상운송 참여가 가속화할 것이다. 현대LNG해운이 축적해온 LNG선 운용 노하우 등 무형의 자산도 상실할 것이다.

국내 기업 가운데 인수할 만한 기업으로는 HMM이 가장 현실적 대안으로 생각된다. HMM은 그동안 쌓아온 10조원 이상의 이익잉여금으로 다시 현대LNG해운 인수를 추진해왔지만 석연치 않은 이유로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컨테이너 정기선 선사인 HMM은 지난 코로나 기간에 예외적인 대호황을 누렸지만 본래 이 부문 영업이익률은 3~5% 정도다. 따라서 수익성이 좋은 다른 사업부문으로 영역을 다각화하지 않으면 안 된다.

현대상선은 2014년 LNG 사업부문을 매각하면서 2029년까지는 LNG 운송업에 진출하지 않겠다는 ‘경업금지(경합하는 업무금지 조항)’ 조건으로 계약을 맺었다. 그런데 이런 경우는 ‘신규 사업 진출’이 아니기 때문에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한다. 매각가는 7000억원 수준으로 이야기되고 있고, 5월 말~6월 초 국내외 인수 후보의 실사가 끝나면 본입찰이 6월 2일께 실시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LNG해운은 최근 10~15척(옵션 포함 시)의 신조선 발주를 완료했다. 포화 상태인 국내 조선소의 LNG선 건조 능력을 감안할 때 이 또한 큰 자산이 될 수 있다. 신조선 건조 완료 시 2025년에는 2020년 대비 자산 규모가 3배 정도 성장해 ‘세계 톱10 LNG선사’로 도약할 수 있다.

현대LNG해운은 해양진흥공사와 산업은행이 조성한 6억달러 규모의 친환경 프로그램 펀드에 참여해 ‘3+3척’ 옵션 형태로 현대중공업과 경쟁력 있는 가격에 건조 계약을 체결하고 산업은행의 금융지원을 받는 데 성공했다. 재무 상태도 양호해 부채비율은 88.8%, 유보한 이익잉여금은 2729억원 수준이다. 이런 신조선 건조에 들어간 국내 지원과 경영 노하우가 외국 기업으로 이전될 때 국가적으로도 큰 손실이 될 것이다.

LNG가 환경 친화적 에너지로 그 수요가 날로 커가고 있음을 감안할 때 국가적 비상사태 시 안보 차원에서도 국내 기업인 HMM이 현대LNG를 인수할 수 있도록 해양진흥공사와 산업은행은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매각사가 사모펀드임을 감안할 때 본입찰에서 해외 기업에 팔리지 않도록 치밀한 인수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