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최대 경제 대국인 독일 경제가 두 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며 경기 침체에 빠졌다. 에너지 가격 급등과 금리 상승 등으로 인한 민간 소비 위축에 발목이 잡혔다.

독일 연방통계청은 25일(현지시간) 독일의 1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전 분기 대비 -0.3%로 잠정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당초 예상한 성장률 0%보다 낮은 수준이며, 지난해 4분기 -0.5% 역성장에 이어 두 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률을 나타냈다. 6개월간의 역성장은 독일 경제가 경기 침체 상황에 접어들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요르그 크래머 코메르츠방크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에너지 가격의 급격한 상승이 겨울 반기에 큰 타격을 입혔다”고 말했다.

독일 경제 성장률을 끌어내린 것은 1분기에 1.2% 감소한 민간 소비다. 물가 급등과 금리 상승으로 소비자들의 구매력이 저하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통계청은 성명을 통해 “개별 가구가 식료품과 음료수는 물론 의류, 신발, 인테리어 물품까지 전반적으로 소비를 자제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신차 구매도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독일 정부는 올해부터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자동차와 전기차에 대한 보조금을 축소했다. 정부 지출 역시 전 분기 대비 4.9%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민간 부문 투자는 날씨가 풀리면서 건설업종 투자가 증가한 덕분에 3.9% 늘어나며 반등했다. 기계 및 장비 투자도 전 분기 대비 3.2% 증가했다. 수출도 0.9% 늘었고, 수입은 0.9% 줄어 성장에 기여했으나 소비 침체로 인한 역성장을 막진 못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독일의 올해 경제성장률이 경제 규모가 큰 주요 선진국 가운데 가장 부진한 -0.1%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민간의 구매력 감소, 산업 주문량 감소, 통화긴축 정책, 미국 경기 둔화 전망 등이 경제 성장률을 끌어내릴 것이란 전망이다. 독일 일간지 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네차이퉁(FAZ)은 “녹색 전환은 총리의 꿈속에서 경제적 기적을 만들고 있을 뿐이며 독일 경제는 상승한 에너지 가격과 숙련 노동자 부족 등 구조적인 문제에 시달리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