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하얀 석유' 무섭게 쓸어담는다…다급해진 선진국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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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운 '차이나머니'
"中, 세계 리튬 생산 3분의1 장악할 수도"
중국 기업, 2년 간 6조원 투자해 전세계 광산 지분 인수
"中, 서방 견제 속 아프리카·중남미 광산개발 확대"
테러 등 불확실성 커…가격 하락 땐 재무위험도
"中, 세계 리튬 생산 3분의1 장악할 수도"
중국 기업, 2년 간 6조원 투자해 전세계 광산 지분 인수
"中, 서방 견제 속 아프리카·중남미 광산개발 확대"
테러 등 불확실성 커…가격 하락 땐 재무위험도
중국이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원료인 리튬 시장의 영향력을 강화하기 위해 개발도상국의 광산 지분을 대거 매입하고 있다. 2년 뒤 중국은 전 세계 리튬 생산의 3분의 1을 확보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2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에너지 정보업체 라이스태드는 중국 기업이 지난 2년 간 45억달러(약 6조원)를 투자해 전 세계 리튬 광산 약 20개의 지분을 인수했다고 집계했다. ‘하얀 석유’로 불리는 리튬은 전기차 배터리 원가의 40%를 차지하는 핵심 광물이다.
중국 기업은 중남미와 아프리카에 위치한 광산을 주로 매입했다. WSJ에 따르면 업계에서는 중국이 성공한다면 2025년까지 세계 리튬 생산 능력의 3분의 1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중국이 세계 리튬 생산 점유율을 확보하려는 노력하는 건 미국과 긴장이 고조되면서 호황을 누리고 있는 전기차 산업의 공급망에 혼란이 올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캐나다와 호주 등 미국 동맹국은 최근 국가 안보를 우려해 중국이 리튬에 새로 투자하는 것을 제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는 신흥국 투자에 대한 불확실성이 뒤따른다는 점이다. WSJ는 중국의 이런 움직임을 "위험한 전략"이라고 표현했다.
중국 기업이 투자한 국가에는 테러 위험이 큰 말리, 나이지리아 등 국가 뿐 아니라 짐바브웨, 멕시코, 칠레 등 광물 자원에 대한 통제권을 원하는 국가들도 포함됐다. 칠레는 볼리비아, 아르헨티나 등과 함께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유사한 리튬 관련 조직 설립을 논의 중이다. 자칫하다간 중국의 투자가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중국 내부에서도 우려가 감지된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올해 3월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의 한 회의에서 CATL 회장을 만나 "우리 산업이 세계 선두에 섰다는 것이 기쁘지만, 먼저 치고 나간 이런 호황이 끝내 흩어지지 않을까 두렵다"라고 말했다.
리튬 가격이 급락하면 리튬 가격이 비쌀 때 광산에 대거 투자한 중국 기업들이 재무 위험에 노출될 수도 있다. 리튬 가격은 중국의 전기차 수요 증가 등에 힘입어 최근 2년 새 500% 넘게 올랐다가 올해 들어선 고점 대비 절반 이하로 떨어진 상태다.
미국지질조사국(USGS) 집계에 따르면 2020년 중국의 리튬 생산량 세계 점유율은 16% 정도로 호주(48%), 칠레(26%)에 비해 낮다. 하지만 리튬 제련·가공 단계에서는 점유율이 65%(2022년 기준)로 높아진다.
라이스태드 에너지의 수잔 주 부사장은 "리튬 매장량이 적은 중국은 (지분 매입을 위해) 노력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개발도상국 역시 제련·가공 기술을 갖춘 중국 회사들과 협력하는 것을 선호한다. 단순히 낮은 비용으로 채굴해서 높은 비용에 파는 것보다 안정적인 공급이 꾸준한 수입을 보장할 수 있어서다.
중국 역시 통 큰 투자로 화답하고 있다. 세계 1위 배터리 회사인 중국 CATL이 이끄는 컨소시엄은 지난 1월 볼리비아 미개발 리튬 매장지 개발에 10억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볼리비아는 국영광산기업 YLB와 독일 업체 간 합의를 뒤집은 이력이 있지만, CATL은 굴하지 않고 투자를 단행했다. 중국이 빠르게 움직이자 선진국들도 분주해진 모습이다. 이날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2019년 파산한 네마스카 광산회사는 4년 만에 회생 절차를 밟고 있다. 포드 등 주요 완성차업체와 리튬 공급 계약 체결하면서 매출 확대가 기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호주 최대 리튬 채굴업체인 필바라미네랄스는 스포듀민(리튬을 함유한 원석)을 인산리튬염으로 정제하기 위한 공장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정제 과정에서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서다.
다만 선진국에서 리튬 산업 육성이 쉬운 건 아니다. 가장 큰 걸림돌은 비용과 환경 오염이다. UBS은행은 호주에서 수산화리튬 공장을 건설하려면 중국에서 짓는 것보다 비용이 2.5배 많이 들어간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1990년대까지만 해도 리튬 생산을 주도했지만, 채산성이 낮고 정제 과정에서 환경오염을 일으킨다는 논란 때문에 생산 주도권을 뺏긴 상태다.
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
2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에너지 정보업체 라이스태드는 중국 기업이 지난 2년 간 45억달러(약 6조원)를 투자해 전 세계 리튬 광산 약 20개의 지분을 인수했다고 집계했다. ‘하얀 석유’로 불리는 리튬은 전기차 배터리 원가의 40%를 차지하는 핵심 광물이다.
중국 기업은 중남미와 아프리카에 위치한 광산을 주로 매입했다. WSJ에 따르면 업계에서는 중국이 성공한다면 2025년까지 세계 리튬 생산 능력의 3분의 1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중국이 세계 리튬 생산 점유율을 확보하려는 노력하는 건 미국과 긴장이 고조되면서 호황을 누리고 있는 전기차 산업의 공급망에 혼란이 올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캐나다와 호주 등 미국 동맹국은 최근 국가 안보를 우려해 중국이 리튬에 새로 투자하는 것을 제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는 신흥국 투자에 대한 불확실성이 뒤따른다는 점이다. WSJ는 중국의 이런 움직임을 "위험한 전략"이라고 표현했다.
중국 기업이 투자한 국가에는 테러 위험이 큰 말리, 나이지리아 등 국가 뿐 아니라 짐바브웨, 멕시코, 칠레 등 광물 자원에 대한 통제권을 원하는 국가들도 포함됐다. 칠레는 볼리비아, 아르헨티나 등과 함께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유사한 리튬 관련 조직 설립을 논의 중이다. 자칫하다간 중국의 투자가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중국 내부에서도 우려가 감지된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올해 3월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의 한 회의에서 CATL 회장을 만나 "우리 산업이 세계 선두에 섰다는 것이 기쁘지만, 먼저 치고 나간 이런 호황이 끝내 흩어지지 않을까 두렵다"라고 말했다.
리튬 가격이 급락하면 리튬 가격이 비쌀 때 광산에 대거 투자한 중국 기업들이 재무 위험에 노출될 수도 있다. 리튬 가격은 중국의 전기차 수요 증가 등에 힘입어 최근 2년 새 500% 넘게 올랐다가 올해 들어선 고점 대비 절반 이하로 떨어진 상태다.
○개발도상국, 꾸준한 수입 보장 위해 中기업과 협력 선호
중국은 직면한 도전에도 불구하고 서구기업들보다 이점을 갖고 있다고 WSJ은 평가했다. 그동안 중국 기업이 리튬 제련·가공에서 경쟁력을 쌓아온 만큼 원자재 공급 확대에도 유리한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미국지질조사국(USGS) 집계에 따르면 2020년 중국의 리튬 생산량 세계 점유율은 16% 정도로 호주(48%), 칠레(26%)에 비해 낮다. 하지만 리튬 제련·가공 단계에서는 점유율이 65%(2022년 기준)로 높아진다.
라이스태드 에너지의 수잔 주 부사장은 "리튬 매장량이 적은 중국은 (지분 매입을 위해) 노력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개발도상국 역시 제련·가공 기술을 갖춘 중국 회사들과 협력하는 것을 선호한다. 단순히 낮은 비용으로 채굴해서 높은 비용에 파는 것보다 안정적인 공급이 꾸준한 수입을 보장할 수 있어서다.
중국 역시 통 큰 투자로 화답하고 있다. 세계 1위 배터리 회사인 중국 CATL이 이끄는 컨소시엄은 지난 1월 볼리비아 미개발 리튬 매장지 개발에 10억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볼리비아는 국영광산기업 YLB와 독일 업체 간 합의를 뒤집은 이력이 있지만, CATL은 굴하지 않고 투자를 단행했다. 중국이 빠르게 움직이자 선진국들도 분주해진 모습이다. 이날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2019년 파산한 네마스카 광산회사는 4년 만에 회생 절차를 밟고 있다. 포드 등 주요 완성차업체와 리튬 공급 계약 체결하면서 매출 확대가 기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호주 최대 리튬 채굴업체인 필바라미네랄스는 스포듀민(리튬을 함유한 원석)을 인산리튬염으로 정제하기 위한 공장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정제 과정에서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서다.
다만 선진국에서 리튬 산업 육성이 쉬운 건 아니다. 가장 큰 걸림돌은 비용과 환경 오염이다. UBS은행은 호주에서 수산화리튬 공장을 건설하려면 중국에서 짓는 것보다 비용이 2.5배 많이 들어간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1990년대까지만 해도 리튬 생산을 주도했지만, 채산성이 낮고 정제 과정에서 환경오염을 일으킨다는 논란 때문에 생산 주도권을 뺏긴 상태다.
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