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살 찌푸리게 하는 오피스부부…회사 징계 가능할까?
*이 글은 이광선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의 법률 자문으로 작성됐습니다.

단순 친밀한 관계인 기혼 남녀 직원, 징계 어렵지만
사생활 문제로 회사 평판 훼손땐 징계 사유 가능해
사내연애도 근무시간 데이트 땐 '사내질서 문란' 행위
최근 자유분방해진 직장 분위기와 함께 직장 내 이성교제 혹은 오피스 스파우즈(office spouse·직장 내 배우자) 등 사생활 문제가 불거지는 일이 늘어났다. 개중에는 회사 분위기를 흐리거나 특정 직원의 업무 능력을 현저히 저해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럼에도 함부로 징계를 내렸다가는 부당징계 등 법적으로 문제가 되거나 손해배상을 해줘야 할 수 있다. 사생활 영역에 대한 회사의 관여, 어떤 경우에 가능할까.

사내연애 금지 가능할까

보수적인 회사들은 ‘사내연애 금지’를 회사 사규에 규정한 경우도 있다. 이를 어긴 미혼 남녀가 있을 때 징계가 가능할까. 규정상으로 위반이긴 하지만 개인의 행복추구권 등 인권을 침해하는 규정이므로 징계 절차를 밟게 된다면 무효가 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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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근무 시간 중 데이트를 하거나, 회사의 업무용 차량을 데이트에 이용하거나, 회사 건물 내에서 성관계를 맺는 등 정상적 범위를 벗어난 연애라면 사내연애 금지 규정이 아니라 ‘회사의 사내질서 문란’을 이유로 징계가 가능하다.

하급심 판례 중 항공사 승무원 팀장이 기내 근무를 마친 뒤 해외 현지 호텔에서 팀원인 여승무원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은 데 대해 항공사가 내린 해고 처분을 정당하다고 본 사례가 있다. 해외 체류 호텔을 근무의 연속선상에 있는 장소로 본 것도 흥미롭다(2011구합11365 판결).

‘오피스 부부’ 징계, 가능할까

기혼의 남녀 직원이 서로 매우 친밀한 관계인 소위 오피스 스파우즈는 어떨까. 앞서 언급한 사례와 같은 이유로 징계 대상이 된다고 보기 어렵다.

하지만 사생활이 문제가 돼 회사의 사회적 평가를 훼손할 염려가 있다면 징계 사유가 된다(93누23275). 어느 일방의 배우자가 부적절한 관계를 이유로 회사에 문제제기를 하거나 회사로 찾아오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실제로 둘이 성적인 행위를 하지는 않았어도 부적절한 행동(문자메시지로 성적 언동 암시 등)을 했고 이게 공론화된다면 회사의 사회적 평가를 훼손할 수 있다. 이 경우엔 징계가 가능할 것이다. 이런 행동들은 이혼 사유이며 위자료 청구도 가능하다.

원치 않는 구애, 제재 가능할까

미혼인 노총각 팀장이 어린 미혼 직원에게 ‘사랑한다’는 고백을 지속적으로 한 경우는 어떨까. 기본적으로는 사생활의 영역이라 회사가 관여할 수 없다.

하지만 상대방이 분명하게 거절의 의사 표시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고백하는 경우엔 얘기가 다르다. 업무를 빙자해 근무 시간 여부를 불문하고 잦은 연락을 하거나 과도한 업무 지시를 한다면 직장 내 괴롭힘에 충분히 해당할 수 있다.

이런 사례는 생각보다 빈번해 주의를 요한다. 특히 지위나 관계의 우위에 있는 직장 상사가 속칭 ‘썸’을 타다가 일방 근로자가 거절 의사를 나타냈음에도 지속적으로 성적 불쾌감을 느낄 표현을 한다면 직장 내 성희롱이 될 수 있다.

최근 한 판례는 여성 부점장에게 고백했다가 거절당하자 잦은 연락과 과도한 업무 지시를 하고, 함께 근무하기 위해 무단으로 근무 시간을 변경하고, 피해자의 모습이 촬영된 CCTV 영상을 단톡방에 공유한 매장 점장의 행위가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며 해고가 정당하다고 판단했다(2022다247583 판결). 원치 않는 연락을 계속할 경우 형사처벌(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대상이 될 수도 있다.

한편, 2023년 7월 18일부터는 회사가 스토킹 피해자나 신고자에 대해서도 징계, 해고 등 불이익 조치를 해서는 안 되고 위반 시 형사처벌(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받을 수 있다. 따라서 회사는 스토킹 행위에 있어 가해자에 대한 엄정한 대처, 피해자의 요청이 있을 경우 업무 연락처 및 근무 장소 변경, 배치 전환 등의 적절한 조치 등을 취하지 않으면 추후 사용자 책임을 부담하고 손해배상 책임까지 물을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