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정부가 자동차세 감면을 추진한다. 쇠락하고 있는 자국 완성차 업계를 되살리기 위해서다. 일각에서는 금리가 높은 탓에 감면 정책이 효과가 없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25일(현지시간) 브라질 정부는 12만헤알(약 3200만원) 이하 완성차 차량을 구매할 시 자동차세 등 각종 세금을 감면한다고 발표했다. 이 조치로 소형차 가격은 평균 10.8%가량 인하할 전망이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대통령(사진)과 자동차 업계 최고경영자(CEO)가 이날 회담한 뒤
제랄우 알크만 브라질 부통령은 "이번 감세는 사회적 가치를 고려한 것이며 고가의 자동차에 대한 할인 혜택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과거 부흥했던 브라질 자동차 제조업계를 되살리려는 정책이란 분석이다. 지난해부터 금리가 급격히 치솟으며 경영난을 겪게 되자 정부가 지원에 나선 것이다. 남미의 경제 대국이란 국가 브랜드 이미지를 회복하기 위한 정책의 일환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브라질 자동차 업계에선 이번 정책을 환영하는 입장이다. 마르시오 데 리마 레이테 자동차제조협회장은 "새로운 감세 정책으로 인해 소형차 가격이 6만 헤알(약 1600만원) 이하로 떨어질 것"이라며 "소비를 진작시켜 내수가 활성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각에서는 실효성이 없는 정책이란 비판이 나온다. 브라질 자동차 업계가 불황에 빠진 이유는 고금리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지난해 8월 이후 브라질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동결하며 연 13.75%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 물가상승률은 지난해 12%를 찍은 뒤 지난달 4% 수준까지 내려왔다.

인플레이션은 완화했지만, 고금리 기조로 소비가 둔화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기준금리가 13%에 육박하자 은행권의 대출금리는 29%까지 치솟았다. 이자 비용을 내는데 급급해서 자동차에 소비할 여윳돈이 부족한 상황이다.

소비가 둔화하자 판매량이 급감했다. 브라질자동차제조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완성차 생산량은 16만 730대로 2019년 4월 26만 7546대에 비해 40%가량 줄어들었다.

현지 완성차업체는 높은 금리 수준을 감당하지 못하고 구조조정에 나섰다. 제너럴모터스(GM), 현대자동차, 메르세데스 벤츠 등 해외 완성차업체도 브라질 내 공장을 일시 중단하고 감원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브라질 국가개발은행(BNDES)은 대량 해고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440억 헤알(약 11조 7251억원)을 투입해 기업을 위한 저리 대출 정책을 내놓을 예정이다. 다만 업계에선 금리를 하루빨리 인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레이테 자동차제조협회장은 "금리를 낮추지 않으면 자동차 업계를 다시 부흥시키려는 노력이 모두 물거품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