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 악단' 룩셈부르크필이 아름다움의 극치를 보여줬다[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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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 역사의 룩셈부르크필 내한
'천재 첼리스트' 한재민 협연
드보르작 첼로 협주곡
대중적인 차이코프스키 5번 교향곡
최적의 밸런스로 아름다움 극대화
'천재 첼리스트' 한재민 협연
드보르작 첼로 협주곡
대중적인 차이코프스키 5번 교향곡
최적의 밸런스로 아름다움 극대화

룩셈부르크필은 20여개 국가 출신의 단원으로 이뤄져 있다. 이들은 조국과 모국어를 따지지 않고 오로지 하모니 하나를 위해 뭉쳤다. 만족스런 공연을 했을 때의 감동이 여느 악단과 다를 수밖에 없다. 실제로 그들의 공연은 성공적이었다.
20년 만에 한국을 찾은 룩셈부르크필은 국내에 비교적 덜 알려져 있었다. 독일 프랑스 벨기에와 이웃했지만 룩셈부르크라는 나라 자체도 친숙하지 못하다. 그래서 이번 공연의 화두는 ‘첼로 신동’ 한재민(17)의 협연이었다. 그러나 룩셈부르크필은 이날 공연에서 ‘아름다움의 극치’를 선보이며 기대치 못한 선물을 안겨줬다.

한재민은 지휘자 구스타프 히메노(47)와 수시로 눈을 맞추며 프레이징을 마무리했다. 마지막 3악장에서 악장(바이올린)과 어울린 2중주는 마치 ‘신사들의 논쟁’처럼 강렬하지만 젠틀했다. 한재민은 깊은 호흡으로 애절한 선율을 노래했고, 에너지 넘치는 리듬으로 영웅적인 드보르작을 표현했다. 그는 마지막음이 사라진 뒤에도 미세하게 비브라토를 지속하며 소리의 잔향을 느꼈다.
룩셈부르크필의 진가는 2부의 차이코프스키 교향곡 5번에서 여실히 나타났다. 이 곡은 전문가는 혹평하고 대중들은 사랑하는 곡의 전형으로 차이코프스키 역시 이 곡을 두고 “지나치게 꾸며졌다”며 자신없어 했다. 하지만 대중의 사랑은 열렬했다. 직관적으로 와 닿는 호소력 짙은 멜로디, 화려한 오케스트레이션은 클래식을 알지 못하는 ‘클알못’ 대중도 흠뻑 빠져들게 한다.
이런 작품의 맹점은 다소 통속적이거나 감상적으로 흐를 수 있다는 것. 하지만 지휘봉을 잡은 히메노는 양 팔을 최대한 활용해 충분히 표현하되 결코 지나치지 않게 음악을 조절했다. 실크빛 현의 질감, 시원하고 맑았던 목관의 울림, 따뜻하고 정제된 금관 파트 모두 그의 지휘에 따라 부족하지도 과하지도 않는 소리의 조화(하모니)를 구현했다.

룩셈부르크필의 색채는 지난달 내한한 독일 브레멘필과 대조적이었다. 두 악단 모두 베를린필, 뉴욕필처럼 국내 관객들에게 널리 알려진 해외 악단은 아니지만 최근 내한으로 국내 관객들에게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브레멘필이 향토적이고 지역색이 강한 유서깊은 도시라면, 룩셈부르크필은 세련된 국제도시 같았다.
프로그램에서도 그들의 개성이 드러난다. 브레멘필은 ‘올 브람스’ 프로그램이었고, 룩셈부르크필은 드로르작과 차이코프스키를 연주했다. 두 작곡가는 모두 ‘역마살’이 있는 인물들이다. 체코 태생의 드로르작은 미국으로 망명했고, 러시아 출신 차이코프스키는 서유럽을 동경했으며 유럽 각지와 미국에서 연주 여행을 다녔다. 크게 기대하지 않았던 악단의 호연은 룩셈부르크의 풍경을 상상하게 만들었다.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