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천연가스 선물 가격이 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여파로 최고치를 기록했을 때의 약 1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유럽 천연가스 가격 지표인 네덜란드 TTF 가스 선물은 26일(현지시간) 전 거래일보다 0.5% 하락한 MWh(메가와트시)당 25.025유로에 거래됐다. 이는 2021년 6월 이후 최저치다. 유럽 천연가스 가격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가 본격화한 지난해 8월 339.2유로까지 치솟았으나 다소 진정되는 모습이다.

유럽 천연가스 가격이 내려간 것은 올해 EU가 충분한 재고량을 확보한 결과로 분석된다. 가스인프라스트럭쳐에 따르면 EU 천연가스 재고량은 지난 19일 기준 65.1% 수준으로 2018~2022년 평균인 46.5%를 상회했다.
전쟁 여파 끝났나…유럽·동아시아 천연가스 2년만에 최저치 [원자재 포커스]
EU는 지난해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에너지 가격이 치솟자 천연가스 소비량을 연간 520억㎥ 줄이는 절약 정책을 시행했다. 회원국들은 각국별로 가스 소비를 15% 줄이기로 한한 합의를 초과 달성하기도 했다.

EU가 충분한 천연가스를 확보한 데는 지난해 유럽이 '따뜻한 겨울'을 보낸 영향도 있다. 지난 1월1일 관측한 스위스 알트도르프 지역 최고 기온은 19.2℃로 나타났다. 이 지역 1월 평균 최고기온인 4.3℃다. 유럽이 온난한 겨울을 보내면서 난방용 가스 수요는 확연히 줄었다. 여름 전까지 선선한 기온이 유지되는 만큼 냉방 수요도 많지 않은 상황이다.

아시아 시장의 천연가스 수요 감소도 유럽 시장 가격과 맞물렸다. 동북아시아 천연가스 가격 지표인 JKM(Japan Korea Marker)은 지난 24일 100만Btu(열량 단위)당 9.58달러로 2021년 5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중국이 유럽 제재로 가격이 내려간 러시아산 가스를 대거 수입하고, 석탄 발전을 재개한 여파로 해석된다.


독일이 올해 1분기 경기 침체를 경험하는 등 유럽 경제가 약화하는 조짐을 보이고 있어 가스 수요가 더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 전날 독일 연방통계국은 독일 국내총생산(GDP) 규모가 1분기에 전 분기 대비 0.3% 줄었다고 발표했다. 2개 분기 연속 역성장을 기록하며 '침체'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판정을 받은 것이다. 특히 식료품, 의류, 차량 등 민간 소비가 1.2% 감소해 시장이 다소 활력을 잃은 모습을 보였다.

다만 여름철 기온 상승, 아시아 에너지 수요 회복 등의 여파로 천연가스 가격이 반등할 가능성도 있다. 트레이딩이코노믹스는 "현재 수요 약세와 충분한 공급으로 인한 가격 하락 압력에도 불구하고 이상 폭염, 여름철 가뭄 상황, 아시아 액화천연가스(LNG) 수요의 부활로 인해 가격이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