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 몰리는 韓美 장기채 ETF…"금리 하락에 베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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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장기채 상장지수펀드(ETF) 수익률이 빠르게 악화하고 있음에도 투자자들의 매수세는 계속되고 있다. 주요 장기채 ETF들에 한달새 수백원억의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 장기적으로 채권 금리가 하락할 것이란 투자자들의 믿음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채권의 경우 금리가 떨어지면 가격은 상승한다.

30년물 채권 ETF 모두에 수백억원 '뭉칫돈'

1일 한국거래소와 코스콤에 따르면 최근 1개월 사이(4월 25일~5월 25일) 국내 상장된 모든 종류의 30년물 장기채 ETF에 수백억원대의 자금 순유입이 나타났다.

국내 국고채 ETF 중 평균만기(듀레이션)가 가장 긴 'TIGER국고채30년스트립액티브'에는 246억원의 자금이 순유입됐다. 이 기간 수익률은 9.19% 하락했다. 상대적으로 주식형 ETF보다 안정성이 높은 채권형이라는 것을 고려하면 높은 손실율이다. 주가는 지난 연말 상장가인 5만원보다 10% 넘게 떨어진 4만4000원대다. 수익률과 자금 유입이 이례적으로 거꾸로 움직인 셈이다.
자금 몰리는 韓美 장기채 ETF…"금리 하락에 베팅"
'KBSTAR KIS국고채30년Enhanced'와 'ARIRANG 국고채30년액티브'에도 각각 346억원, 497억원이 순유입됐다. 1개월 수익률은 KBSTAR KIS국고채30년Enhanced가 -7.62%, ARIRANG 국고채30년액티브 -5.54%였다.

'KODEX국고채액티브'와 'ACE 중장기국공채액티브' 등도 수익률 하락과 자금 순유입이 동시에 나타났다.

미국 장기채에 투자하는 ETF도 비슷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ACE 미국30년 국채액티브(H)', 'KODEX 미국채울트라30년선물(H)'에는 지난 한달간 각각 691억원, 662억원이 순유입됐다. 1개월 수익률은 ACE 미국30년 국채액티브(H)가 -6.26%, KODEX 미국채울트라30년선물(H)가 -5.86%다.

"장기채 금리 언젠가는 하락"

지난 3월 3%대 초반까지 떨어졌던 국내 30년물 국채 금리는 지난달 26일 기준 3.66%까지 올랐다. 물가 상승세가 좀처럼 잡히지 않으면서 미국이 기준금리를 내리지 않자 채권 금리도 꾸준히 상승 중이다. 국내 장기 채권금리의 방향타가 되는 미국 30년물 국채 금리 역시 지난달 초 3.54%에서 3.99%까지 치솟았다.

그럼에도 장기채 ETF를 매수하고 있는 개인 및 기관 투자자들은 '더 먼 곳'을 보고 있다. 한국 및 미국 장기채권 금리가 최근 10년내 가장 높은 수준인 만큼 언젠가는 하락할 것이라고 여긴다는 의미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채권 가격이 반등할 시점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오를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건 증권가의 공통적인 시각"이라며 "'시간과의 싸움'이 가능하다면 해볼만한 투자"라고 말했다.

통상 장기채 시장금리는 기준금리의 움직임을 6개월~1년 선반영한다. 가령 2024년 하반기 금리인하가 나타날 것이란 시장 전망이 강해지면 2023년 연말 혹은 2024년 상반기에는 시장금리 인하가 나타날 수 있다는 의미다.

다만 레버리지 상품의 경우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일반적인 채권 ETF와 달리 레버리지 상품의 경우 높은 롤오버 비용이 발생해 원금 손실액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투자자의 예상보다 장기채 반등 시점이 길어진다면 롤오버 비용은 더욱 불어날 수 있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