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가 들어선 정부세종청사 중앙동. 연합뉴스
기획재정부가 들어선 정부세종청사 중앙동. 연합뉴스
지난달 말 기획재정부는 9명의 행정고시 출신 서기관들에 대한 부이사관 승진 인사를 단행했다. 본부 보직 과장을 맡고 있는 행시 43~44회 서기관들이었다. 부이사관(3급)은 ‘공무원의 꽃’으로 불리는 고위공무원단(1·2급) 진입 직전의 직급이다.

고시 출신 비중이 상대적으로 적은 다른 부처에서는 행시 43~44회들은 이미 2~3년 전에 부이사관으로 승진했다. 특정 부처에서는 행시 45회가 홍보 총괄 간부인 대변인을 맡고 있다.

국세청 관세청 등 기재부 외청과는 차이가 더 벌어진다. 2021년부터 관세청 차장(1급)을 맡고 있는 이종우 차장은 행시 42회다. 국세청도 일부 서울청 국장이나 지방청장을 행시 41회가 맡고 있다.

기재부는 행시 재경직 출신 공무원 비중이 높아 인사 적체가 심한 부서 중 하나다. 사무관(5급)에서 서기관(4급)을 거쳐 부이사관(3급) 자리에 오르기까지는 입직 후 최소 20년이 넘게 걸린다. 이번에 부이사관으로 승진한 기재부 간부들은 1971~1975년생이다. 기재부에선 빨라야 40대 후반에서야 부이사관을 달 수 있다는 뜻이다.

문제는 기재부의 인사 적체가 좀처럼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우선 기재부 1·2차관은 행시 34회다. 37회가 상당수 포진된 다른 부처 차관들보다 기수가 훨씬 높다. 조만간 예정된 개각에서 차기 차관 후보로 물망에 오르는 간부들도 대부분 36회다. 다른 부처에선 동기가 차관이지만 기재부에선 국장을 맡고 있는 경우가 수두룩하다.

특히 ‘허리 라인’으로 불리는 행시 44~46회 서기관들만 기재부에선 100명이 넘는다. 행시 44회가 입직한 2000년대 초중반은 노무현 정부 시절로, 현 기재부가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재정경제부와 예산을 담당하는 기획예산처로 분리돼 있었다. 하지만 2008년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두 부처가 통합돼 기재부로 개편되면서 인사 적체가 더욱 심해진 것이다. 당시 금융정책 기능이 금융위원회로 분리됐지만, 인사 적체를 해소하긴 역부족이었다.

40대 후반 기수의 한 과장급 간부는 “100명이 넘는 44~46회 선배들을 볼 때마다 국장 보직을 맡을 수나 있을지 의문이 든다”고 했다. 지난해 9월엔 한 기재부 사무관이 내부 게시판에 ‘아직도 사무관’이라는 닉네임을 달고 인사 적체를 해소해 달라는 글을 올려 화제가 되기도 했다.

다만 기재부의 이런 인사 적체는 ‘실세 장관’으로 불리는 추경호 부총리가 취임한 후에 상당히 개선되고 있다. 추 부총리가 취임한 지난해 5월 이후 고공단 17명, 부이사관 18명, 서기관 25명이 잇따라 승진하며 인사 숨통이 그나마 트였다는 평가다. 기재부에 따르면 직전 문재인 정부 5년간 연평균 고공단 승진 인사는 11명, 부이사관은 13명이었다. 이 정도의 승진 인사는 2014~2016년 당시 ‘실세 장관’으로 불렸던 최경환 전 부총리 이후 처음이라는 것이 기재부 관계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하지만 ‘포스트 추경호’ 체제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실세 장관’인 추 부총리의 이 같은 파격적인 조치에도 여전한 기재부 인사 적체를 과연 누가 해결할 수 있겠냐는 걱정스러운 목소리가 나온다. 한 과장급 간부는 “공직사회에 대한 인기가 급락한 상황에서 인사 적체가 심해질수록 젊은 사무관들의 공직 이탈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