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감호소 정신과 의사 "술 취했다고 감형? 이젠 달라요" [책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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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으로 간 정신과 의사
차승민 지음
아몬드
234쪽│1만6800원
차승민 지음
아몬드
234쪽│1만6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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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법정으로 간 정신과 의사’는 5년간 국립병무병원(치료감호소)에서 근무하며 230건 이상의 정신감정을 맡아온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심신미약을 둘러싼 이러한 물음에 답을 내놓는 책이다. 형사법은 피의자의 의도를 중시한다. 사람을 죽였더라도 일부러 계획적으로 죽인 것과 실수로 사망에 이르게 한 것은 처벌 수위가 다르다. 심신미약은 피의자가 고의로 범죄를 저지르지 않았다는 근거가 된다.
조현병 환자라 하더라도 사건을 일으킨 시점에 조현병 증상이 범죄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것이 명확해야만 심신미약으로 판단될 수 있다. 술에 취해 범죄를 저지른 경우엔 정신감정 결과가 심신미약일 수도 심신건재일 수도 있다. 그러나 최근엔 심신미약 판정이 나오더라도 감형이 이뤄지는 사례는 쉬이 찾아보기 어렵다. 음주 관련 범죄에 대한 판사들의 판단이 엄격해지면서다.
2000년대 초까지만 해도 심신미약 판정이라 함은 감형을 의미했으나 일련의 사건을 겪으면서 법 제도는 개선됐다. 2008년 미성년자를 강간했음에도 술을 먹었다는 이유로 심신미약으로 판단돼 형을 감경받은 ‘조두순 사건’ 이후 성폭력특별법에 아동성폭력 범죄의 경우 음주나 약물에 따른 심신미약이라면 감경하지 않도록 하는 부칙이 생겨났다. 2018년 발생한 ‘서울 강서구 PC방 살인사건’ 이후에는 일반 범죄에 대한 심신미약 의무 감경도 폐지됐다.
김수현 기자 ksoo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