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 좋은 일 이제 그만"…IP 전쟁은 시작됐다 [김소연의 엔터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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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제작 예능 최초로 글로벌 1위에 등극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피지컬:100'을 비롯해 사회적인 파장을 일으킨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신이 배신한 사람들'을 제작한 건 MBC 소속 연출자들이었다. 하지만 MBC가 '피지컬:100'으로 얻은 실질적인 수입은 10억원 안팎으로 알려졌다. MBC PD들이 기획부터 제작까지 깊숙하게 관여했던 것을 고려하면 아쉬운 수치다. 그뿐만 아니라 '피지컬:100'을 연출한 장호기 PD는 아예 MBC를 퇴사해 넷플릭스와 시즌2를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넷플릭스와 디즈니 플러스, 여기에 최근 한국 콘텐츠에 대한 투자를 무섭게 늘리고 있다고 알려진 아마존프라임비디오까지 글로벌 OTT(Over The Tap) 플랫폼들의 무서운 기세와 함께 "하청업체로 전락하지 않겠다"는 국내 방송사, 제작사들의 움직임도 활발해지고 있다. 넷플릭스가 향후 4년간 K-콘텐츠에 25억달러(약 3조3000억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혔지만, 고유 IP(지식재산권, Intellectual Property)이 없다면 미래가 없다는 게 제작자들의 공통된 위기의식이었다. IP를 활용한 지속적인 수익 사업을 개발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업계 깊숙이 파고든 분위기다.
이성민 한국방송통신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는 지난달 한국방송학회 봄철 정기학술대회에서 "MBC가 글로벌 OTT와 협력하면서 글로벌 확장 가능성을 열고, 국내 OTT와 협력하면서 국내 예능 콘텐츠 소비에 대응한 건 중요한 성과"라고 평가하면서도 "포맷을 남겨놨으면 하는 안타까움이 있는데, '오징어 게임'때 나왔던 IP 문제가 예능 영역에서 반복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오징어게임'은 2019년 9월 공개돼 세계적인 신드롬을 일으키며 9억달러(약 1조200억원)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제작사는 IP를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에 계약된 제작비 254억원 외에 추가 이익을 얻지 못했다.
CJ ENM의 스튜디오드래곤을 비롯해 SBS의 스튜디오S, JTBC의 SLL 등 각 방송사가 '스튜디오 체제'를 구축하고, 투자를 계속하는 배경에도 IP 확보가 꼽히고 있다.
방송사 산하가 아닌 중견 제작사들도 투자를 유치해 제작비를 확보하고 이후 방영권을 판매하는 방식으로 드라마 IP를 확보하기도 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에이스토리가 제작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제작비 150억원을 투자 등을 통해 확보한 후 제작에 돌입했고, 국내 방영권은 KT스튜디오지니에 132억원에, 중국을 제외한 해외 방영권은 넷플릭스에 판매했다. 이를 통해 에이스토리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국내 방영권만으로 제작비를 뛰어넘는 수익을 거뒀고, 이후 IP를 활용한 웹툰과 뮤지컬을 제작하는 등 부가 사업을 통한 추가 수익을 거둘 수 있게 됐다.
최고 시청률 26.9%(닐슨코리아, 유료플랫폼 기준)을 기록하며 지난해 또 다른 메가 히트작으로 등극한 JTBC '재벌집 막내아들'의 IP는 래몽래인과 JTBC 산하 스튜디오인 SLL의 레이블 드라마하우스 스튜디오에서 반반씩 나눠 가졌다. SNL은 이 IP를 활용해 NFT 에어드롭 이벤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에어드롭은 특정 NFT(대체 불가능 토큰)를 소유한 사람에게 투자 비율에 따라 NFT 등을 무상으로 지급하는 것으로, 지난달 진행된 이벤트에서는 '재벌집 막내아들'의 주요 무대로 등장한 순양그룹에 입사 지원한다는 콘셉트로 총 3010명에게 순양전자, 순양건설, 순양백화점 등 순양그룹 계열사의 재직증명서 NFT를 지급했다.
방송가뿐 아니라 웹툰, 웹소설 업계에서도 IP 활용에 대한 다양한 변주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웹소설을 웹툰으로 선보이는 '노블코믹스'가 활발하게 진행되는가 하면, 드라마, 게임, 뮤지컬 등 다양한 방식의 콘텐츠 재생산이 기획되고 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대표 IP인 '사내맞선'의 경우 웹소설로 시작해 웹툰, 드라마로 제작돼 큰 인기를 모았다. 웹소설과 웹툰을 합쳐 국내외 누적 조회 수 5.6억회를 웃도는 글로벌 IP인 '사내맞선'은 국내에서는 SBS에서 방영됐고, 글로벌 OTT를 통해서도 공개되면서 영어권과 비영어권 등 세계 각국에서 주간 시청 순위 1위에 오르는 진기록을 썼다. 최근에는 북미 지역 단행본 출간 소식이 알려졌다.
K팝으로 대표되는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도 소속 아이돌 그룹을 활용한 IP 다각화 노력이 여러 부분에서 포착되고 있다. SM엔터테인먼트는 지난 24일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SM 3.0: NEW IP 2023'을 공개하면서 NCT의 새 유닛과 새 보이 그룹, 걸그룹 론칭 소식을 전했다. 이와 함께 각 팀의 정체성을 보여줄 리얼리티쇼 등을 선보이겠다는 계획을 전했다. 업계에서는 소속 아이돌 그룹 자체를 IP로 접근하는 분위기다.
글로벌 미디어 기업들로부터 국내 엔터테인먼트 IP를 보호하기 위해 제도적인 보완의 필요성도 촉구하고 있다. 안형준 MBC 대표이사는 최근 출입 기자들과 만남에서 "프랑스에서는 저작권자인 제작사를 보호하기 위해 법적으로 방영권 권리 기간을 36개월로 제한하고 있다"며 "국내에서도 법적으로 자국 제작사들과 IP를 보호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를 위한 연대도 강조했다. 실제로 프랑스에 기반을 둔 유럽 독립제작사 단체 EPG(European Producers Club)는 제작사가 IP를 만들거나 공동 개발한 경우, 제작사가 향후 파생 작품 제작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가 보장돼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며 활동하고 있다. 안 대표이사는 "국내 방송사, 제작사뿐 아니라 해외 방송사들과도 함께 힘을 합쳐야 하지 않겠나"라고 제안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넷플릭스와 디즈니 플러스, 여기에 최근 한국 콘텐츠에 대한 투자를 무섭게 늘리고 있다고 알려진 아마존프라임비디오까지 글로벌 OTT(Over The Tap) 플랫폼들의 무서운 기세와 함께 "하청업체로 전락하지 않겠다"는 국내 방송사, 제작사들의 움직임도 활발해지고 있다. 넷플릭스가 향후 4년간 K-콘텐츠에 25억달러(약 3조3000억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혔지만, 고유 IP(지식재산권, Intellectual Property)이 없다면 미래가 없다는 게 제작자들의 공통된 위기의식이었다. IP를 활용한 지속적인 수익 사업을 개발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업계 깊숙이 파고든 분위기다.
이성민 한국방송통신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는 지난달 한국방송학회 봄철 정기학술대회에서 "MBC가 글로벌 OTT와 협력하면서 글로벌 확장 가능성을 열고, 국내 OTT와 협력하면서 국내 예능 콘텐츠 소비에 대응한 건 중요한 성과"라고 평가하면서도 "포맷을 남겨놨으면 하는 안타까움이 있는데, '오징어 게임'때 나왔던 IP 문제가 예능 영역에서 반복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오징어게임'은 2019년 9월 공개돼 세계적인 신드롬을 일으키며 9억달러(약 1조200억원)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제작사는 IP를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에 계약된 제작비 254억원 외에 추가 이익을 얻지 못했다.
CJ ENM의 스튜디오드래곤을 비롯해 SBS의 스튜디오S, JTBC의 SLL 등 각 방송사가 '스튜디오 체제'를 구축하고, 투자를 계속하는 배경에도 IP 확보가 꼽히고 있다.
방송사 산하가 아닌 중견 제작사들도 투자를 유치해 제작비를 확보하고 이후 방영권을 판매하는 방식으로 드라마 IP를 확보하기도 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에이스토리가 제작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제작비 150억원을 투자 등을 통해 확보한 후 제작에 돌입했고, 국내 방영권은 KT스튜디오지니에 132억원에, 중국을 제외한 해외 방영권은 넷플릭스에 판매했다. 이를 통해 에이스토리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국내 방영권만으로 제작비를 뛰어넘는 수익을 거뒀고, 이후 IP를 활용한 웹툰과 뮤지컬을 제작하는 등 부가 사업을 통한 추가 수익을 거둘 수 있게 됐다.
최고 시청률 26.9%(닐슨코리아, 유료플랫폼 기준)을 기록하며 지난해 또 다른 메가 히트작으로 등극한 JTBC '재벌집 막내아들'의 IP는 래몽래인과 JTBC 산하 스튜디오인 SLL의 레이블 드라마하우스 스튜디오에서 반반씩 나눠 가졌다. SNL은 이 IP를 활용해 NFT 에어드롭 이벤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에어드롭은 특정 NFT(대체 불가능 토큰)를 소유한 사람에게 투자 비율에 따라 NFT 등을 무상으로 지급하는 것으로, 지난달 진행된 이벤트에서는 '재벌집 막내아들'의 주요 무대로 등장한 순양그룹에 입사 지원한다는 콘셉트로 총 3010명에게 순양전자, 순양건설, 순양백화점 등 순양그룹 계열사의 재직증명서 NFT를 지급했다.
방송가뿐 아니라 웹툰, 웹소설 업계에서도 IP 활용에 대한 다양한 변주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웹소설을 웹툰으로 선보이는 '노블코믹스'가 활발하게 진행되는가 하면, 드라마, 게임, 뮤지컬 등 다양한 방식의 콘텐츠 재생산이 기획되고 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대표 IP인 '사내맞선'의 경우 웹소설로 시작해 웹툰, 드라마로 제작돼 큰 인기를 모았다. 웹소설과 웹툰을 합쳐 국내외 누적 조회 수 5.6억회를 웃도는 글로벌 IP인 '사내맞선'은 국내에서는 SBS에서 방영됐고, 글로벌 OTT를 통해서도 공개되면서 영어권과 비영어권 등 세계 각국에서 주간 시청 순위 1위에 오르는 진기록을 썼다. 최근에는 북미 지역 단행본 출간 소식이 알려졌다.
K팝으로 대표되는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도 소속 아이돌 그룹을 활용한 IP 다각화 노력이 여러 부분에서 포착되고 있다. SM엔터테인먼트는 지난 24일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SM 3.0: NEW IP 2023'을 공개하면서 NCT의 새 유닛과 새 보이 그룹, 걸그룹 론칭 소식을 전했다. 이와 함께 각 팀의 정체성을 보여줄 리얼리티쇼 등을 선보이겠다는 계획을 전했다. 업계에서는 소속 아이돌 그룹 자체를 IP로 접근하는 분위기다.
글로벌 미디어 기업들로부터 국내 엔터테인먼트 IP를 보호하기 위해 제도적인 보완의 필요성도 촉구하고 있다. 안형준 MBC 대표이사는 최근 출입 기자들과 만남에서 "프랑스에서는 저작권자인 제작사를 보호하기 위해 법적으로 방영권 권리 기간을 36개월로 제한하고 있다"며 "국내에서도 법적으로 자국 제작사들과 IP를 보호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를 위한 연대도 강조했다. 실제로 프랑스에 기반을 둔 유럽 독립제작사 단체 EPG(European Producers Club)는 제작사가 IP를 만들거나 공동 개발한 경우, 제작사가 향후 파생 작품 제작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가 보장돼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며 활동하고 있다. 안 대표이사는 "국내 방송사, 제작사뿐 아니라 해외 방송사들과도 함께 힘을 합쳐야 하지 않겠나"라고 제안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