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年 600만개 폐기' 치아…재활용땐 임플란트株 들썩
폐기물관리법 개정안 집중 분석
치아와 지방, 감염 위험 커 의료폐기물로 버려져
尹정부, 작년 7월 50대 규제 혁신안에 재활용안 포함
치아와 지방 등 인체 유래 폐기물을 활용해 의약품과 의료기기를 개발해보겠다는 건 재생의학 분야 ‘K바이오’ 업체들의 오랜 바람이다. 태반이 면역력 개선, 염증 및 노화 억제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되는 것처럼 치아와 지방도 활용해보자는 것이다.
국회에는 관련 규제 개혁의 법적 기반이 될 수 있는 폐기물관리법 개정안이 일찌감치 다수 발의돼 있다. 관련 입법이 이뤄지면 재생의학 및 임플란트 업체들에 큰 호재가 될 전망이다. 엘앤씨바이오, 한스바이오메드, 디오, 덴티움 등이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오스템임플란트도 수혜주지만 이 회사는 사모펀드가 공개매수를 통해 상장폐지를 추진하고 있다.

국회 논의에 속도가 붙을지는 미지수다. 바이오업계는 “버려지는 치아와 지방을 활용해 창출할 수 있는 부가가치가 무한하다”며 입법을 촉구하고 있다. 법안이 통과될 경우 비용 절감과 사업 확장 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는 재생의학 바이오 업체들 주가에 호재가 될 전망이다.
<폐기물관리법 개정안 개요>
  • 호재 예상 기업: 엘앤씨바이오 한스바이오메드 디오 덴티움
  • 발의: 성일종 의원 (의원실: 02-784-6290) 홍석준 의원 (의원실: 02-784-2601) 강훈식 의원 (의원실: 02-784-1045) 한무경 의원 (의원실: 02-784-2844)
  • 어떤 법안이길래
    =폐지방, 폐치아를 재활용해 의료 및 미용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
    =의료기술 및 의약품, 의료기기 개발에도 활용
  • 어떻게 영향 주나
    =연간 국내에 생산되는 폐지방 40t, 폐치아 600만개의 활용이 가능해져 관련 기업의 비용 부담이 줄 전망
    =피복재와 미용 및 성형용 보형물, 콜라겐 제품, 잇몸뼈 재건(뼈이식재) 소재 등으로 활용

“버려지는 지방·치아도 재활용”

현행 폐기물관리법에 따르면 병원·검사기관에서 배출되는 인체 조직은 ‘위해 의료폐기물’로 취급된다. 감염 위험이 있는 만큼 관련 법령에 의해 특별 관리되는 것이다.

예외는 있다. 태반이다. 20대 국회 때 첨단재생바이오법이 제정되면서 인체 유래물인 태반을 첨단바이오의약품 제조에 활용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현재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폐기물관리법 개정안은 지방과 치아를 재활용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관련해 총 네 건의 법안이 발의돼 있다. 법안들은 폐기물 활용 범위에서 차이가 있다. 허용 범위가 넓은 순서대로 △치아와 지방을 재활용 금지 의료폐기물에서 제외(성일종 의원) △폐지방을 줄기세포를 통한 의료기술 및 의약품 개발에 활용하도록 허용(홍석준 의원) △폐지방 및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의료폐기물을 산업 목적으로 재활용하도록 허용(강훈식 의원) △의료기기·의약품 원료, 의학연구 또는 의약품·의료기기 개발 시험 연구 목적에 대해선 허용하되 치아나 지방 등 의료폐기물의 매매는 금지(한무경 의원)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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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지방은 국내에서 연간 40t이 생산된다. 지방흡입술 등을 통해서다. 이는 폐기물관리법상 의료폐기물로 분류돼 전량 소각 처리된다. 하지만 대구·경북지방중소벤처기업청에 따르면 이를 소각하지 않고 재활용할 경우 1조원의 부가가치가 창출될 것으로 평가됐다. 창상피복재와 미용·성형용 인공 보형물, 인체 유래 콜라겐 제품 등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엘앤씨바이오의 경우 주력 제품인 피부이식재 생산을 위해선 진피층이 필요하지만, 피하지방과 표피층 등이 모두 포함된 형태의 인체조직을 구매한다. 이 회사는 제품화를 위해선 진피층 성분만 필요하기 때문에 피하지방 등은 모두 의료폐기물로 소각해 폐기 처분한다. 폐기되는 규모가 연간 2t가량 된다는 게 회사 설명이다. 만약 피하지방 재활용이 가능해지면 진피 기반 피부이식재 사업을 하는 회사들은 지방 내 세포외기질(ECM) 등을 활용해 프리미엄 필러 제품 등을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폐치아도 자기 치아를 자신에게 재이식(자가이식)하는 건 가능하지만 다른 사람 치아를 활용(동종이식)하는 건 금지돼 있다. 임플란트 시술 시 잇몸뼈가 부족할 경우 뼈이식이 필요하다. 치아는 잇몸뼈와 성분이 같아 다른 이식재보다 재생능력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바이오업계는 소실된 잇몸뼈를 재건하는 뼈이식재 등에 폐치아를 활용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폐기되는 폐치아는 연간 600만 개 정도다.

정치권 “취지 공감하지만” 신중

윤석열 정부는 지난해 7월 50대 규제 혁신 대상을 발표하면서 “인체 유래 의약·의약외품 개발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했다. “폐지방·폐치아를 재활용이 금지된 의료폐기물에서 제외해 체계적인 재활용 체계를 마련하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문재인 정부 때인 2020년 발표된 ‘바이오헬스 핵심 규제 개선 방안’에도 이 같은 내용이 포함됐다.

폐기물관리법 소관 부처인 환경부는 원칙적으로는 폐지방과 폐치아도 재활용이 가능하도록 하자는 입장이다. 유제철 환경부 차관은 지난 3월 15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위에 출석해 “이미 태반 재활용이 허용돼 있고 폐지방과 폐치아도 여러 용도로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돼 있다”며 “환경부는 재활용을 허용하자는 입장”이라고 했다.

다만 전제 조건을 달았다. 의료폐기물 관리는 환경부 소관이지만, 이를 활용한 의약품 개발 및 의료기기 제조는 식품의약품안전처와 보건복지부가 관할하고 있어 부처 간 논의가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국회 입법조사처에 따르면 태반을 활용한 의약품 제조 관련 업무는 복지부 소관인 약사법의 규율을 받고 있다.

유 차관은 “의료폐기물 재활용에 대해 여러 우려가 있기 때문에 복지부, 식약처 등 관련 부처에서 이런 문제를 사전 차단할 수 있는 조치가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태반 처리처럼 지방이나 치아도 처리 방법 등에 대한 방안이 관련 법률의 시행령·시행규칙 개정 등을 통해 마련돼야 한다는 취지다.

정부는 긍정적인 입장이지만, 정치권은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다. 국회 소위에서도 이런 분위기가 감지됐다. 소위 위원장인 임이자 의원을 비롯해 김영진 지성호 의원이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지 의원은 “윤리적 문제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입법 취지는 충분히 이해가 되지만, 만에 하나 불법적으로 사용되거나 유통될 경우에 대한 대책 마련이 부족하다”고 했다. 지 의원은 “환경부가 폐기물관리법 개정안에 대한 보완책을 충분히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임 의원과 지 의원은 여당인 국민의힘, 김 의원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소속이다.

한재영 기자 j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