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호 3차 발사에 성공하면서 한국은 명실상부 우주 강국 대열에 합류했다. 궤도 안착에 실패한 지난 1차와 성능검증 위성을 탑재한 2차 때와 달리 이번엔 실용위성을 싣고 날랐다. 정부와 민간이 함께 개발한 기술로 만든 로켓과 인공위성을 우리 땅에서 우주로 쏘아 올리며 자력으로 위성을 발사할 수 있는 일곱 번째 나라가 됐다.

이번 발사 성공은 민간이 우주산업을 주도하는 ‘뉴 스페이스’ 시대로 가는 첫발을 뗐다는 의미가 있다. 향후 민간 기업이 주도해 2040년 1조10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우주산업 시장을 우리의 새 먹거리로 만들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위성과 발사체를 개발·제작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우주에서 확보한 정보와 자원으로 인류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이른바 ‘우주 경제 시대’로의 진일보이기도 하다. 위성을 운영하고, 장거리 미사일을 개발하는 기술과 노하우를 축적하는 등 안보 측면의 성과도 무시할 수 없다. 새로운 우주 질서를 둘러싼 국제 논의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기반도 될 것이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성공률은 제쳐놓고라도 발사체 개발 기간과 비용은 선두권과 큰 격차가 있다. 누리호 1회당 발사 비용은 5289억원으로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우주기업 스페이스X의 재사용 로켓 ‘팰컨9’의 회당 발사 비용 1000만달러(약 132억원)의 40배에 달한다. 국내총생산(GDP) 규모 면에서 한국은 러시아를 제쳤지만, 우주 투자는 러시아의 5분의 1에도 못 미친다.

뉴 스페이스 시대에 경쟁하려면 규모의 경제를 통한 가격 경쟁력 확보가 필수다. 정부는 2030년까지 위성 통신 등을 위해 약 100기의 초소형 위성 수요를 공공 분야에서 창출할 계획이다. 이 같은 ‘정부 위성’ 생산 일변도에서 벗어나 ‘상업용 위성’ 양산 체제로 전환을 유도해야 한다. 그래야 민간 자본이 들어오고 혁신과 자율 경쟁을 촉진할 수 있다. 기술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예산을 확대하고,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등 생태계 강화도 시급하다. 이런 일을 주도하는 우주 전담기구가 없는 나라는 G20 국가 중 한국이 유일하다. 정부가 추진하는 우주청 설립에 여야 모두 협력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