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호 3차 발사 성공과 함께 발사체에 탑재된 실용급 위성을 제작한 토종 스타트업들의 면면이 주목받고 있다. 누리호가 우주 궤도에 실어나른 위성 8기 중 3기는 민간 업체가 제작했다. 흔치 않은 ‘스페이스 헤리티지’(실사용 성공) 이력을 쌓은 이들 업체는 추가 국책 프로젝트 참여를 추진하고 있다.

위성 8개 중 3개는 스타트업이 만들었다
스타트업 카이로스페이스는 이번에 지표면 기상현상 관측 위성을 올려보냈다. 지상 관측 카메라와 큐브샛 위성 등을 제작했는데 탑재 위성을 우주 공간에서 사출하는 발사관 제작 기술력도 갖추고 있다. 이 회사가 개발한 발사관은 누리호 2차 발사 때부터 장착됐다. 김양수 카이로스페이스 본부장은 “위성 부품 수출에서 가장 어려움을 겪는 것이 실사용 이력인데, 타국에서 검증하려면 절차가 매우 까다롭다”며 “누리호 성공은 글로벌 판로 개척 측면에서 엄청난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스타트업 루미르는 우주 방사능을 측정하는 큐브위성을 궤도에 올렸다. KAIST 인공위성연구소 출신 남용명 대표가 창업한 회사다. 지난해 국내 최초 달 탐사선인 다누리에 우주인터넷탑재체(DTNPL)를 공급했다. 2025년 발사되는 차세대 중형 위성 5호의 탑재체 개발 사업도 수주했다.

벤처기업 져스텍은 우주용 카메라 검증 위성을 제작했다. 1999년 설립된 져스텍은 이번 프로젝트에 참가한 민간 위성업체 중 가장 긴 업력을 보유하고 있다. 인공위성뿐만 아니라 자세 제어 부품을 제작해 누리호 2차 발사 때부터 장착했다.

김용일 져스텍 대표는 IBM과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에서 근무했고,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화성 탐사 로봇을 설계하기도 했다. 그는 “자세 제어 부품은 미국의 국제무기거래규정(ITAR)에도 포함된 민감도 높은 장비인데 완전히 국산화가 가능해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했다.

국내 발사체 스타트업의 상용화 계획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스타트업 이노스페이스는 지난 3월 브라질 알칸타라우주센터에서 발사체 한빛-TLV의 시험 발사에 성공했다. 회사 측은 “필요한 기술은 대부분 확보했고 내년 말 상업 발사에 나설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스타트업 페리지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 8일 제주도와 업무협약을 맺었다. 연내 제주도 연안에 해상 발사장을 구축하고 민간 최초로 액체로켓 발사 테스트를 할 예정이다.

이시은 기자 s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