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관계가 얼어붙으면서 한국과 중국 의원들 간 만남도 무산된 것으로 확인됐다. 양국 정부 간 외교가 교착상태에 빠진 가운데 ‘물밑외교’를 담당하는 의원 외교 채널마저 닫힌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26일 정치권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해 12월 한중의원연맹 출범 당시 중국의 의회격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중한의원연맹’을 늦어도 지난 4월까지 출범하기로 약속했지만 무기한 연기된 상태다. 양국 의원들은 한중의원연맹 출범 이후 5개월 동안 공식적인 대면 교류 행사는 물론 상견례조차 하지 못했다.

한중의원연맹 관계자는 “중국 측이 중한의원연맹을 구성하고 늦어도 5월에는 의원들끼리 만나자고 했는데 지금 그 말이 쏙 들어갔다”며 “여러 노력을 하고 있지만 한·중 관계 악화로 중국이 우리 측 실무진을 파견하는 것조차 응하지 않고 있어 난감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중의원연맹은 여야 의원 100여 명이 모인 ‘매머드급 의원연맹’으로 출범했다. 한일의원연맹에 이은 두 번째 국가 간 의원연맹인데다 리잔수 중국 전인대 상무위원장도 지지를 보내면서 의원 외교의 한 축으로서 주목받았다. 올해 국회에서 6억300만원의 예산을 받아 사무국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 측이 의원 교류에 미온적 태도를 보이면서 교착상태는 장기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치권에서는 한·미·일 밀착 구도가 보다 선명해지고 4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대만 문제와 관련한 공동성명이 나오면서 중국이 불편한 기색을 드러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중의원연맹 소속 한 의원은 “의원 외교는 양국 간 관계가 나쁠 때도 물밑에서 서로의 입장을 조율하고 대화의 물꼬를 트는 역할을 해왔다”며 “의원 외교가 막혔다는 것은 한·중 관계가 그만큼 좋지 않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한편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는 이날 MBC 라디오에 출연해 “(한·중 관계 악화의) 원인과 책임은 중국에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한국 정부가 대만 문제 등에서 중국의 핵심 우려를 충분히 존중해줬으면 한다”고 밝혔다. 중국 대륙과 홍콩·마카오·대만은 나뉠 수 없는 하나라는 이른바 ‘하나의 중국’ 기조를 한국이 인정하고 확인해달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맹진규 기자 mae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