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 120명 전원 선명여고 동문…15년 동안 무료 급식·도시락 배달·효도 관광
[#나눔동행] 어르신 버팀목 된 여고 동창생들…진주참사랑봉사회
"회원 전원이 동문으로 구성돼 봉사활동 분위기가 무척 밝아요.

친밀한 선후배가 함께 움직이니 단합도 잘 되고 다툼이나 갈등도 거의 없죠. 이런 '긍정 에너지' 덕분인지 어르신들도 우리 봉사회를 한 가족처럼 대해주세요.

"
경남 진주 봉사단체 '진주참사랑봉사회'에서 14년 가까이 활동한 전숙(59) 회장의 말에는 자부심이 듬뿍 담겨 있었다.

이 단체는 2009년 무료 급식을 시작으로 15년 동안 형편이 어려운 노인을 위한 각종 활동을 이어온 지역 대표 봉사단체다.

어려운 이웃을 위한다는 마음 하나로 긴 시간 지속된 정성도 정성이지만 구성도 남다르다.

120명에 달하는 회원 전원이 선명여자고등학교(옛 선명여자상업고등학교) 동문으로 구성됐기 때문이다.

현재 봉사회를 총괄하는 전 회장도 2010년 동문회에 참석했다가 친구 권유로 덜컥 가입하게 된 게 봉사활동의 시작이었다.

전 회장은 "전업주부로 특별히 하는 일 없이 취미생활만 하며 지내다 동창회에서 친구 권유로 봉사회에 가입하게 됐다"며 "흔히 하는 말처럼 정말 '친구 따라 강남 간' 경우"라며 웃었다.

동문이 뭉쳐 만든 단체인 만큼 나이대는 5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하게 이뤄졌다.

[#나눔동행] 어르신 버팀목 된 여고 동창생들…진주참사랑봉사회
이들이 하는 활동은 크게 무료 급식소 운영, 도시락 배달, 독거노인 효도 관광 세 가지로 나뉜다.

무료 급식소 운영은 지금의 봉사회를 있게 한 뿌리나 마찬가지다.

매주 수요일마다 진주시 망경동 한 경로당에 마련된 급식소에서 지역 노인들을 대상으로 무료 급식을 하고 있다.

무료 급식을 할 때마다 80명에 가까운 노인들이 급식소를 찾지만 예산은 월 200만원 수준에 불과하다.

1인당 만원도 안 되는 식비로 살림을 꾸려나가야 하는 셈이다.

게다가 무료라고 해서 식단을 고기 하나 없이 짜면 급식소를 이용하는 사람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기도 힘들다.

이 때문에 회원들은 한 푼이라도 아끼기 위해 허리띠를 졸라맨다.

쌀은 농협 등으로부터 후원받아 해결하고 나머지 반찬과 국은 회원들이 아침에 시장을 방문해 직접 장을 봐 하나하나 요리하는 식으로 예산을 아낀다.

궁여지책으로 집에 있는 밑반찬과 김치를 가져와 내놓기도 한다.

덕분에 끼니마다 고기가 포함된 식단을 짤 수 있어 급식소를 이용하는 노인들의 만족도도 높다.

전 회장은 "형편이 좋아 더 좋은 식단을 구성하면 좋겠다는 욕심이 항상 들지만 어쩔 수 없이 현실과 타협해야 하는 경우도 많다"며 "요리부터 설거지, 뒷정리까지 모두 회원들이 도맡아 조금이라도 예산을 아끼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시락 배달은 매주 월·화요일 주 2회 옥봉동 8가구에 배달 중이다.

[#나눔동행] 어르신 버팀목 된 여고 동창생들…진주참사랑봉사회
예전에는 이보다 도시락을 받는 사람들이 더 많았으나 안타깝게도 별세하는 노인이 늘며 그 수가 점점 줄었다.

이밖에 지역 독거노인을 대상으로 연 1회 효도 관광을 실시해 함양, 산청 등 인근 지역 관광지로 여행을 가기도 한다.

노인 20명에 회원 20명이 동행해 1대 1로 전담하기 때문에 이날 하루만큼은 친자식처럼 지근거리에서 음식도 챙겨드리고 말동무 역할도 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기승을 부릴 때 모든 외부 활동 없이 빵과 우유 배달만 했던 것과 비교하면 사정이 한결 나아졌다.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게 된 것은 다행이지만 동시에 봉사회의 고민도 깊어졌다.

회원이 50∼70대로 이뤄진 만큼 젊은 피를 수혈해 새로운 활력을 얻고 싶지만, 예전만큼 신입 충원이 잘 이뤄지지 않는 까닭이다.

동문 모임이 있을 때마다 회원들이 나서 봉사회 홍보를 하지만 생업 등 이유로 고사하기 일쑤다.

전 회장은 "앞으로 신입 회원도 많이 들어와 봉사활동이 10년, 20년 계속 이어졌으면 한다"며 "보람이 크고 봉사회 분위기도 가족 같기 때문에 선배들처럼 70살이 넘어서까지 계속 봉사회에 남아있고 싶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