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6회 칸국제영화제에서 ‘아나토미 오브 어 폴’을 연출한 프랑스 여성 감독 쥐스틴 트리에가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한국은 경쟁 부문에서는 초청받지 못했지만, 황혜인 감독이 학생 영화 부문인 ‘라시네프(시네파운데이션)’에서 단편 영화 ‘홀’로 2등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27일(현지시간) 프랑스 칸에서 막을 내린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은 쥐스틴 트리에 감독은 여성 감독으로선 역대 세 번째로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트리에 감독에 앞서 1993년 ‘피아노’의 제인 캠피언, 2021년 ‘티탄’의 쥘리아 뒤쿠르노가 이 상을 받았다. ‘아나토미 오브 어 폴’은 남편을 살해한 혐의를 벗으려는 여성 소설가의 이야기를 담은 법정 드라마다. 앞서 영화제 소식지 스크린 데일리에서 21개 경쟁 부문 진출작 중 두 번째로 높은 3점을 받으며 평단에서 호평받았다.

2등 상인 심사위원대상은 ‘더 존 오브 인터레스트’를 연출한 영국 감독 조너선 글레이저에게 돌아갔다. 아우슈비츠 수용소 옆에 사는 부부에 관한 내용으로, 2014년 출간한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스크린 데일리에서 최고점인 3.2점을 받은 핀란드 영화 ‘폴른 리브즈’의 아키 카우리스마키 감독은 심사위원상을 받았다. 감독상은 베트남 출신 프랑스인 쩐아인홍 감독, 각본상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차지했다.

한국 영화는 황금종려상을 놓고 경쟁하는 ‘경쟁 부문’에는 오르지 못했지만, ‘비경쟁 부문’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 등 6개 분야에서 작품을 선보였다. 김창훈 감독의 ‘화란’, 김지운 감독의 ‘거미집’, 김태곤 감독의 ‘탈출: PROJECT SILENCE’ 등 7편이 초청받았다.

라시네프에서 2위를 한 황혜인 감독의 ‘홀’은 졸업 작품으로 만든 24분짜리 영화다. 라시네프는 전 세계 영화학교 학생들의 작품을 소개하는 부문으로 1~3등 상을 시상한다. 한국 작품이 2위에 오른 것은 2021년 윤대원 감독의 ‘매미’에 이어 두 번째다. 한국 영화 중 1등 상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배우 송강호는 여우주연상 시상자로 나서 눈길을 끌었다. 그는 지난해 ‘브로커’로 한국인 최초로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어바웃 드라이 그라시즈’의 주연을 맡은 튀르키예 출신 메르베 디즈다르가 송강호로부터 상패를 건네받았다. 남우주연상은 ‘퍼펙트 데이즈’의 일본 배우 야쿠쇼 고지에게 돌아갔다. 송강호에 이어 2년 연속 아시아 배우가 이 부문 수상의 영예를 가져갔다.

안시욱 기자 siook9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