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SG發 주가 폭락은 감독당국의 수치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3년간 눈치도 못 챈 주가조작
재무 데이터 연계 감시 체계를
정도진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
재무 데이터 연계 감시 체계를
정도진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
“삼천리, 서울가스, 다우데이타…….” 지난달 24일 월요일 아침 SG증권을 통해 매도 물량이 쏟아지면서 주가가 폭락한 기업들이다. 30분 만에 전일 대비 시총 1125억원이 사라졌고, 현재까지 총 8조7000억원이 증발한 상황이다. 그런데 지난 3년간 주가가 조작되는 동안 금융당국은 이를 전혀 인지하지 못했고, 4월 초 금융위원회가 제보를 받았음에도 결국 폭락사태를 막지 못했다. 심지어 관련 대주주가 폭락 직전 지분을 대량 매도하는 것을 지켜봐야만 했다. 이런 감시 실패, 늑장 대응, 공조 부족에 대한 거센 비판에 금융위,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 서울남부지검의 기관장들이 지난 23일 합동토론회에 참석해 대책을 내놓았다.
주된 내용은 처벌 강화, 불공정거래 예방, 시장감시 체계 재정비로 너무나 당연하고 필요한 조치들이다. 감독 수장들이 모여 시장교란 세력에 전쟁을 선포하고, 이복현 금감원장은 거취까지 걸겠다고 하니 구체적인 조치들을 기대하게 된다. 다만 그런 대책이나 조치, 특히 거래소의 ‘CAMS’와 같은 시장감시 체계가 주가나 거래 패턴에만 치우쳐서는 이번과 같이 장기간 주가조작과 차액결제거래(CFD) 등 제도 악용으로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가는 시장교란 행위를 근본적으로 예방하기 어렵다. 그래서 주가나 거래 패턴을 재무 데이터와 연계해 이상 현상을 시장에 알리는 경고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가령, 현재까지 1조5000억원의 시가총액이 사라진 삼천리의 사례를 살펴보자. 삼천리 주가는 2020년 3월 27일 5만4400원에서 2023년 4월 7일 52만4000원으로, 3년 만에 963% 상승했다. 이 기간 삼천리의 실적에는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연결기준 2019년 말 3조9000억원의 자산이 2022년 말 5조원으로 1조1000억원 증가했는데, 부채도 2조5000억원에서 3조5000억원으로 1조원 증가했다. 재산이 늘었지만 빚도 늘었으니, 당연히 엄청난 실적을 기대하긴 어렵다. 실제로 2019년부터 2022년까지 연간 영업이익은 855억원, 945억원, 715억원, 912억원으로 실적 상승과는 거리가 멀다.
더욱이 밀턴 프리드먼 교수의 “공짜 점심은 없다”라는 명언처럼, 기업은 자산을 사용했으면 그 기회비용만큼 이익을 창출해야 가치가 상승한다. 그런데 삼천리의 기회비용을 자본자산가격결정모형(CAPM)을 이용해 최소 수준인 3%로 잡더라도, 2022년도 목표이익 1273억원 대비 실적은 72% 수준에 불과하다. 다만, 유·무형자산 등 수익 창출의 핵심 자산만을 고려할 경우 2022년도 목표이익은 730억원으로 영업실적은 이를 넘어선다. 정리하면 삼천리의 실적이 삼천리의 지속 가능성을 의심할 수준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963%의 주가 상승을 설명할 수 있을 만큼의 실적도 아니다. 그럼에도 이런 이례적인 주가 상승에 대해 감독기관들의 경고시스템이 발동하지 않았다는 것은 수치스러운 일이다.
따라서 금융당국은 재무 데이터를 활용한 정보 비대칭 해소에 적극 나서야 한다. 특히, 금감원에 회계감독권이 부여된 것은 분식회계를 일으킨 기업을 사후적으로 징계하라는 것만이 아니라, 자본시장에서 회계정보 기능이 작동되도록 역할을 하라는 것이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금감원장은 “업무 칸막이를 해소해 조직체계를 유연하게 개편하겠다”고 했으니, 회계감독 기능과 주가 조작의 경고시스템을 연계하는 제도를 마련하리라 기대한다.
주된 내용은 처벌 강화, 불공정거래 예방, 시장감시 체계 재정비로 너무나 당연하고 필요한 조치들이다. 감독 수장들이 모여 시장교란 세력에 전쟁을 선포하고, 이복현 금감원장은 거취까지 걸겠다고 하니 구체적인 조치들을 기대하게 된다. 다만 그런 대책이나 조치, 특히 거래소의 ‘CAMS’와 같은 시장감시 체계가 주가나 거래 패턴에만 치우쳐서는 이번과 같이 장기간 주가조작과 차액결제거래(CFD) 등 제도 악용으로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가는 시장교란 행위를 근본적으로 예방하기 어렵다. 그래서 주가나 거래 패턴을 재무 데이터와 연계해 이상 현상을 시장에 알리는 경고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가령, 현재까지 1조5000억원의 시가총액이 사라진 삼천리의 사례를 살펴보자. 삼천리 주가는 2020년 3월 27일 5만4400원에서 2023년 4월 7일 52만4000원으로, 3년 만에 963% 상승했다. 이 기간 삼천리의 실적에는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연결기준 2019년 말 3조9000억원의 자산이 2022년 말 5조원으로 1조1000억원 증가했는데, 부채도 2조5000억원에서 3조5000억원으로 1조원 증가했다. 재산이 늘었지만 빚도 늘었으니, 당연히 엄청난 실적을 기대하긴 어렵다. 실제로 2019년부터 2022년까지 연간 영업이익은 855억원, 945억원, 715억원, 912억원으로 실적 상승과는 거리가 멀다.
더욱이 밀턴 프리드먼 교수의 “공짜 점심은 없다”라는 명언처럼, 기업은 자산을 사용했으면 그 기회비용만큼 이익을 창출해야 가치가 상승한다. 그런데 삼천리의 기회비용을 자본자산가격결정모형(CAPM)을 이용해 최소 수준인 3%로 잡더라도, 2022년도 목표이익 1273억원 대비 실적은 72% 수준에 불과하다. 다만, 유·무형자산 등 수익 창출의 핵심 자산만을 고려할 경우 2022년도 목표이익은 730억원으로 영업실적은 이를 넘어선다. 정리하면 삼천리의 실적이 삼천리의 지속 가능성을 의심할 수준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963%의 주가 상승을 설명할 수 있을 만큼의 실적도 아니다. 그럼에도 이런 이례적인 주가 상승에 대해 감독기관들의 경고시스템이 발동하지 않았다는 것은 수치스러운 일이다.
따라서 금융당국은 재무 데이터를 활용한 정보 비대칭 해소에 적극 나서야 한다. 특히, 금감원에 회계감독권이 부여된 것은 분식회계를 일으킨 기업을 사후적으로 징계하라는 것만이 아니라, 자본시장에서 회계정보 기능이 작동되도록 역할을 하라는 것이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금감원장은 “업무 칸막이를 해소해 조직체계를 유연하게 개편하겠다”고 했으니, 회계감독 기능과 주가 조작의 경고시스템을 연계하는 제도를 마련하리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