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급한 병원들이 먼저 찾아와요. 서울 강남에선 모르는 의사가 없습니다.”

국내 최대 기업형 보험사기 업체로 지목되고 있는 A사의 전 직원은 28일 “병원이 의뢰하면 보험사기 수법부터 환자 모집까지 하는 종합 컨설팅 업체”라며 이같이 소개했다. 그는 “보험사기가 쉬운 질병을 끊임없이 발굴해 건당 수억~수십억원을 번다”며 “기업형 조직을 단속하지 못하면 보험사기 근절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기업화한 보험사기

언론사 간판 걸고 보험금 챙긴 다단계 사기단
난해 보험사기 적발 금액은 사상 처음으로 1조원을 넘어섰다. 모든 사기가 적발되는 것이 아닌 만큼, 전체 보험사기 규모는 더 클 것으로 추정된다. 보험사기 업체들이 기업화·대형화하면서 이들의 수법도 점점 치밀해지고 있다. 컨설팅 비용, 언론사 광고비 등으로 지급된 돈이 사실은 ‘환자 소개비’인 식이다. 전국에 퍼져 있는 다단계 조직원이 환자를 모집해 병원에 공급해주기도 한다.

경찰과 보험업계에 따르면 국내에서 가장 큰 보험사기 조직은 서울 강남의 A사다. 이들은 겉으론 해외 환자 유치와 홍보, 병원 컨설팅을 한다고 소개하지만 실제론 보험사기 업체로 알려졌다. 병원과 짜고 특정 질병의 손님을 몇 명이나 데려올지 계약하고 수수료를 받는다.

예컨대 백내장 수술 환자를 안과에 소개해줄 때마다 수술비의 약 30%를 받는 계약을 맺는다. 이 회사는 전국에 환자 모집 조직을 갖고 있다. 조기축구회, 낚시 동호회, 교회 등 다양한 조직과 연결고리가 있는 브로커들이 60~80대 노인들을 관광버스에 태워 서울로 보낸다.

수술이 이뤄졌다는 적당한 서류를 보험사에 보내면 보험사에서 지급하는 수술비(1000만원) 중 30%(300만원)는 A사가 갖는다. A사는 이 중 20%를 다단계 브로커에게 지급한다. 병원은 70%에 해당하는 수술비를 받을 수 있다. 사기에 참여한 사람 모두가 돈을 벌거나 관광 등 혜택을 보고, 비용은 보험사, 궁극적으로는 다른 보험 가입자들이 나눠서 부담하는 구조다.

익명을 요구한 해당 안과 전 직원은 “A사는 인센티브를 제외하고 1인당 100만원씩, 한 달에 수억원을 벌었다”며 “30%였던 병원 수수료도 환자 수가 늘면서 40% 이상으로 커졌다”고 했다.

경찰 “A사 수사 중”

A사는 수사망을 피하기 위해 직원 명의 신규 법인도 세운 것으로 파악됐다. 매출이 너무 갑자기 늘어나면 국세청 등이 탈세를 의심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였다. A사 대표는 의사에게 “신규 법인도 같은 회사니 돈을 입금하면 된다”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회사로 온라인 언론사나 연예기획사, 광고 대행사를 세우기도 했다. 홈페이지에 병원 광고를 하고 광고비 명목으로 환자 알선 수수료를 받기 위해서다. 지난해 서울경찰청으로부터 수사를 받은 병원들은 “환자 알선료를 준 게 아니고 광고를 의뢰한 것”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A사의 보험사기는 현재 진행형이다. 이 회사에서 브로커로 활동한 김모씨는 “백내장과 비염, 자궁근종 수술 등 보험사기가 쉬운 질병을 발굴해 병원과 접촉하고 있다”며 “현재 10여 개의 병원과 짜고 손님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관계자는 “보험사기 적발을 위해 수사 인력을 늘리고 있다”며 “A사는 수사 중으로 범행 입증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강호/조철오 기자 che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