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에서 당선된 국회의원일수록 언론매체 노출이 적다는 점은 윤석열 정부에 불리하게 작용한다. 지난 총선에서 서울과 수도권, 충청권 등지에서 참패한 국민의힘이 더불어민주당보다 텃밭에 더 의존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의원 114명 중 58명이 영남권이었다. 민주당은 167명 가운데 서울 및 수도권 의원이 97명으로 주력을 차지했다.

그만큼 국민의힘 의원들의 ‘전투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는 집권 2년차를 맞은 윤석열 정부의 국정 운영에 부담을 주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슈파이팅 못하는 與 의원들

이에 대해 국민의힘 지도부 한 관계자는 “의원들이 유리한 이슈는 알리고, 부정적인 이슈는 방어해야 하는데 그만큼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뜻”이라며 “지역구 유권자만 보고 일했다는 의미로, 내년 총선 때는 언론 노출도를 공천 기준에 넣어야 한다”고 말했다.

3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자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단적인 예다. 법 자체에 문제가 많아 국민이 반대할 만한 요소가 다수 있었지만 여당이 여론전에서 밀리면서 각종 조사에서 ‘거부권 행사가 잘못됐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근로시간 69시간’ 논란도 마찬가지다. 정부에서는 69시간이라는 언급 자체를 한 적이 없지만, 민주당이 설정한 프레임을 극복하지 못하고 끌려가며 국정 지지율이 하락했다.

국민의힘 중진 의원은 “여소야대라는 한계가 크지만, 숫자를 넘어서는 개별 의원의 ‘정치력’도 분명히 존재한다”며 “여당이 제 기능을 못해 행정부가 정책 추진부터 야당 대응까지 하게 되면서 제대로 된 역량을 발휘하기 힘든 구조”라고 했다.

“호남보다 TK가 더 지도부 눈치 봐”

野보다 '텃밭 의존도' 높은 與…근로시간·양곡법 여론전서 밀렸다
여기에는 같은 텃밭 지역구라도 ‘공천=당선’으로 이어질 확률이 호남보다는 TK지역이 더 높다는 점이 원인으로 작용한다. TK와 호남 지역에서 20대와 21대에 연속으로 당선된 재선 이상 의원은 TK가 8명, 호남이 2명(재·보궐 제외)이다. 전체 다선 의원은 TK가 11명, 호남이 9명으로 큰 차이가 없지만 호남에서는 띄엄띄엄 당선되는 경우가 많았다. 2010년 이후 국민의당 민생당 등의 돌풍으로 민주당 공천이 당선을 보장해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독자적인 생명력을 지닌 의원들이 호남에서 많이 살아남아 이재명 지도부에 비판적인 의견을 쏟아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공천 자체가 중요한 TK지역 의원들은 지도부 눈치를 보게 되고, 대중 정치인으로서 성장은 게을리하게 된다는 지적이다. TK지역 한 다선 의원의 보좌관은 “TK지역 의원들은 의정활동 방식이 다른데, 국민이 아니라 당 주류를 보고 정치를 한다”며 “공천을 받아도 당선이 보장되지 않는 수도권 의원들이 민심과 크게 괴리되지 않는 목소리를 내려고 하는 것과 대조적”이라고 평가했다.

한 국민의힘 초선 의원도 “국회의원으로서 목소리를 내거나, 소신 있게 일하기보다는 대통령실 및 당내 유력자와의 관계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그렇다 보니 TK지역에서 대선주자급 정치 세력이 탄생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고재연/양길성/전범진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