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중국의 통상담당 장관급 인사가 1년 만에 만나 경제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회담 후 중국 정부는 보도자료를 내고 “양측이 반도체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반면 한국 정부는 ‘반도체’에 대한 언급 없이 ‘교역 투자 안정화를 논의했다’는 수준의 보도자료를 냈다. 미·중 ‘반도체 전쟁’이 격화하는 가운데 중국이 반도체 협력을 위해 한국에 손을 내민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28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안덕근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과 왕원타오 중국 상무부 장관은 지난 26일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통상장관 회의에서 양자 회담을 했다. 이후 중국 상무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산업망과 공급망 안정 수호에 대해 논의했다”며 “양측은 반도체 산업망과 공급망 영역에서 대화와 협력을 강화하는 데 동의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산업부가 낸 보도자료는 결이 달랐다. 산업부는 “안 본부장은 중국 측에 교역 원활화와 핵심 원자재·부품 수급 안정화를 위한 관심과 지원을 요청했다”고 했다. 중국은 ‘반도체 협력’에 무게를 실은 데 비해 한국은 중국 의존도가 높은 핵심 광물과 원자재, 부품 등 광범위한 공급망 협력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산업부에 따르면 안 본부장은 왕 장관에게 ‘상호존중 기반의 경협 발전’과 ‘한국 투자기업의 예측 가능한 사업 환경 조성’ 등을 강조했다. 외교가에선 한국과 중국이 회담 후 다른 부문에 방점을 찍고, 특히 중국이 일방적으로 반도체 부문을 콕 집어 ‘한·중 양국이 협력에 동의했다’는 식의 보도자료를 낸 것은 그만큼 중국이 한국과의 반도체 협력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고 있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미국은 반도체산업 공급망에서 중국을 떼어놓기 위해 수출 규제 등을 통해 중국을 압박하고 있다. 중국도 최근 자국 기업들이 미국 메모리 반도체 업체인 마이크론의 제품을 구매하는 걸 제한하는 조치를 내놨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