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정상회담 개최를 위한 고위급 협의를 북한 측에 제안했다.

지난 27일 교도통신에 따르면 기시다 총리는 이날 일본인 납북자의 귀국을 촉구하는 국민 집회에 참석해 “2002년 이후 단 1명의 납치 피해자도 귀국하지 못해 몹시 안타깝다. 피해자도 가족도 고령이 돼 가는 가운데 납치 문제는 느슨하게 할 수 없는 인권 문제”라며 “어떤 조건도 붙이지 않고 언제든지 김정은과 직접 만나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기시다 총리는 북·일 정상회담을 개최하기 위해 이른 시일 내에 양국 간 고위급 협의를 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 상황이 길어질수록 일본과 북한이 생산적인 관계를 구축하는 것은 더 어려워질 수 있다”며 “정상회담을 하기 위해 (북측과) 고위급 협의를 해 나가고 싶다”고 밝혔다.

일본은 일본인 납북자를 17명으로 공인하고 2002년 귀국한 5명을 제외한 나머지 12명의 송환을 요구하고 있다. 기시다 총리는 취임 후 첫 기자회견에서 납북자 문제와 관련해 “김정은과 조건 없이 마주하겠다”고 밝히는 등 납북자 문제 해결에 의지를 보이고 있다. 지난 7~8일 한·일 정상회담을 위해 방한했을 당시에도 납북자 문제의 상징인 ‘블루리본’을 옷깃에 달고 일정을 소화했다.

최근 한·일 관계가 개선되면서 양국이 납북자 문제 해결을 위해 공조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올 3월 권영세 통일부 장관은 일본을 방문해 납북자·이산가족 등 북한 관련 인권 문제에 대해 “통일부와 일본의 내각관방 간 협의체를 구성해 긴밀히 협의해 나가자”고 제안했다. 이 협의체는 상반기 첫 회의를 하고 관련 논의를 진행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맹진규 기자 mae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