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앞줄 가운데)과 김태흠 충남지사(앞줄 왼쪽에서 다섯번째)가 지난 4월 충남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캠퍼스에서 열린 투자협약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충청남도 제공
윤석열 대통령(앞줄 가운데)과 김태흠 충남지사(앞줄 왼쪽에서 다섯번째)가 지난 4월 충남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캠퍼스에서 열린 투자협약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충청남도 제공
충청남도가 민선 8기 들어 지역경제 발전을 견인할 구체적인 성과를 이뤄냈다. 도는 올해 삼성그룹의 대규모 지방 투자 계획을 성사시켰다. 도는 삼성디스플레이와 손잡고 충남 아산을 중심으로 디스플레이 글로벌 초격차 거점을 만들기로 했다. 충남 천안과 홍성은 대규모 국가산업단지 신규 후보지로 선정됐다. 도는 천안 국가산단을 미래 모빌리티 산업, 홍성은 농업의 혁신 성장을 주도할 핵심 산업기지로 키운다는 전략을 세웠다. 국가산단과 대기업 투자가 맞물리면서 충남이 대한민국 미래 성장을 이끌어갈 핵심 도시로 떠올랐다.

초격차 디스플레이 글로벌 거점

29일 도에 따르면 국내 디스플레이산업은 중국의 집요한 추격을 받고 있다. 2021년 한국의 디스플레이 시장 점유율은 33.3%로 중국(41.3%)에 추월당했다. 2014년 300억달러를 넘던 디스플레이 수출액은 2021년 214억달러로 주저앉았다. 국내 디스플레이산업 생산액은 455억달러로 세계(1223억달러)의 37.2%를 차지한다. 이중 충남은 245억달러로 전국의 절반(53.8%) 이상을 차지한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올해 4월 8.6세대 인터넷(IT)용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생산시설에 2026년까지 4조1000억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충남 민선 8기 최대 규모다. 중국이 OLED 시장을 넘보고 있는 상황에서 IT용 OLED 사업화로 프리미엄 시장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이다. IT용 OLED는 액정표시장치(LCD)보다 얇고 가벼운 데다 쉽게 구부러져 정보통신 기기 설계 등이 자유로운 장점이 있다.

도는 투자가 계획대로 진행되면 중국과의 초격차 유지, 국내 디스플레이산업 생태계 강화, 핵심 소부장(소재 부품 장비) 공급망 안정화, 지역 경제 활성화 등 ‘세계 디스플레이 메카 충남’의 입지를 한층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설비업체 매출도 1조7000억원 증가하고, 2만6000여 명의 신규 일자리 창출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도는 삼성디스플레이의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바탕으로 정부의 디스플레이 분야 첨단산업 특화단지 공모사업에 도전한다. 충남에는 천안 제3 일반산업단지, 아산 탕정 디스플레이시티2 등을 중심으로 OLED, 퀀텀닷(QD) OLED 디스플레이 공급망을 갖추고 있다. 11개 지방대는 디스플레이 관련 학과를 두고 산학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도는 2021년 소부장 산업육성 조례를 제정하는 등 디스플레이 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 선정을 위해 노력해왔다. 도는 천안 2·3·4산단과 북부BIT산단, 아산 스마트밸리와 1·2테크노밸리 등 10개 산단을 특화단지에 포함했다. 특화단지 지정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디스플레이 혁신공정센터, 디스플레이 소부장 테스트베드와 연계하고, 자동차부품산업과의 협업도 강화하기로 했다.

천안 종축장 국가산단 후보지 선정

삼성디스플레이가 투자 계획을 발표하기 한 달 전인 3월에는 천안과 홍성이 국가산단 후보지로 지정됐다. 국가산단 후보지 면적은 652만5000㎡로 전국에서 가장 넓다. 다른 지방자치단체는 기존 국가산단을 확장·보완하는 반면 충남은 신규 국가산단을 통해 미래 신산업을 육성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게 도의 설명이다.

도와 천안시는 전라남도 함평으로 이전하는 천안 종축장(국립축산과학원 축산자원개발부) 부지에 2027년부터 1조6000억원을 투입해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2차전지 등 미래 모빌리티 산업을 육성할 계획이다. 충남혁신도시인 내포신도시와 인접한 홍성 홍북읍(236만㎡)은 4963억원을 들여 미래 자동차, 2차전지, 인공지능(AI), 수소 등 친환경 미래 신산업 혁신 거점으로 키우기로 했다.

충남의 신규 국가산단 지정은 김태흠 지사의 치밀한 전략과 뚝심으로 이뤄낸 결과라는 평가를 받는다. 도는 민선 8기 들어 천안 종축장 부지에 대기업을 유치해 미래 성장을 견인할 핵심 거점으로 조성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하지만 땅의 소유자인 기획재정부는 도의 계획과 달리 천안 종축장 부지를 도시개발 사업으로 추진키로 하고, LH(한국토지주택공사)에 개발 용역을 맡겼다. 대기업 유치에 차질이 생길 것을 우려한 김 지사는 지난해 10월 윤석열 대통령을 독대한 자리에서 종축장 부지와 도 소유의 산림자원연구소의 맞교환 카드를 꺼내 들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도 일곱 차례 만나 부지 맞교환이나 국가산단 후보지 선정을 줄기차게 요청했다.

김 지사는 “도가 부지 맞교환을 강하게 요구했기 때문에 차선책으로 염두에 둔 국가산단 후보지 지정이라는 결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도는 천안 종축장 부지를 대기업이 입주할 수 있도록 산업시설용지 70% 이상을 배치하고, 대기업 연계 단지와 배후 주거·상업시설을 조성할 계획이다.

베이밸리 메가시티 조성 탄력

도는 올해부터 경기도와 ‘베이밸리 메가시티’ 추진을 위한 공동연구를 진행하는 등 아산만권 개발을 본격화했다. 베이밸리 메가시티는 충남 북부와 경기 남부에 위치한 아산만 일대를 4차산업을 선도하는 글로벌 경제 거점으로 육성하는 프로젝트로 김태흠 지사의 1호 공약이다. 충남연구원·경기연구원은 올해 3월 베이밸리 메가시티 청사진 마련을 위한 용역을 시작했다. 오는 11월까지 기본계획을 수립하는 등 사업 추진을 구체화하기로 했다.

아산만권 개발이 예정대로 추진되면 충남 천안·아산·당진·서산, 경기 평택·안성·화성·오산 일대가 2042년까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수소 산업의 중심지로 변모하게 된다. 김 지사는 앞서 지난해 김동연 경기지사와 상생 협약을 맺고 천안·아산·평택 순환철도 건설, 최첨단 산업벨트 조성, 평택·당진항 물류 환경 개선 등 공동 번영을 위한 아홉 가지 사항을 약속한 바 있다.

국립경찰병원 아산분원 유치와 충남혁신도시인 내포신도시 종합병원 유치도 괄목할만한 성과다. 도는 아산 경찰인재개발원 유휴지 8만1118㎡에 상급 종합병원급을 건립할 계획이다. 병원 규모는 550병상으로 2개 센터와 23개 진료과, 1000여 명의 의료진이 상주한다. 충남 내포신도시에는 520병상 규모의 종합병원이 들어선다. 도는 명지의료재단과 종합병원 건립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2026년 3월 개원을 목표로 실무협의를 진행 중이다.

김 지사는 “민선 8기 1년은 역동적으로 미래 신산업 성장 기반을 다졌다면 올해는 지역 균형발전과 청년농업인 육성, 탄소중립, 해양바이오, 해양레저 분야에 집중해 충남의 미래 100년을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강태우 기자 kt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