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문대 학생들이 디지털 학습실에서 자동차 설계 전공 수업을 하고 있다.  선문대 제공
선문대 학생들이 디지털 학습실에서 자동차 설계 전공 수업을 하고 있다. 선문대 제공
충남 아산의 선문대는 ‘주(住)·산(産)·학(學) 글로컬 공동체 선도 대학’을 비전으로 지역과의 상생을 역점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학령인구 감소로 위기에 처한 지방대가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지역과의 상생이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아산에는 북극곰과 고래 캐릭터 이미지가 그려진 종량제 봉투가 있다. 이 대학이 제작한 디자인을 적용했다. 쓰레기를 줄이자는 취지로 멸종 위기에 놓인 북극곰과 고래에 ‘적을수록 좋다(LESS IS MORE)’라는 간결하고 핵심적인 문구를 넣었다. 2018년 아산시와 협약 체결 후 현재까지 사용하고 있다.

지역과의상생이 대학 경쟁력

 선문대학교, 지역과 相生…지방대 역할의 이정표 제시
선문대는 지역 상생을 넘어 공생(共生)을 위한 기구로 대학에 지역문화혁신센터를 세웠다. 학생들은 전공 역량을 활용해 ‘아산시 지역사회 혁신사업’에 참여한다. 배방읍 공수리 아파트 계단을 꽃밭 그림으로 채우고 어르신들을 찾아가 물리치료, 치과 검진, 사회봉사 활동을 펼친다.

지역 상생을 위한 독특한 수업도 있다. ‘선문 서비스 러닝(Service-Learning)’으로 불리는 지역 사회봉사 수업이다. 전공 수업에서 배운 지식과 기술을 사회봉사를 통해 학습의 질을 높이는 학습법이다. 디자인학부는 아산시 보건소 캐릭터의 리뉴얼을 제작하고, 치위생학과와 물리치료학과는 경로당에서 전공 수업에서 배운 지식을 활용해 봉사를 실천한다. 이 중 ‘부엉이 영화제’가 대표적이다. 아산 지중해마을은 매년 부엉이 영화제를 연다. 아산의 시조인 ‘수리부엉이’에서 이름을 딴 부엉이 영화제는 학생들이 직접 기획한다.

종량제봉투·버스 캐릭터 제작

코로나19가 확산하던 시기 아산의 유치원 차량과 시내버스에는 마스크를 쓰고 있는 이미지를 쉽게 볼 수 있었다. 시민들에게 마스크 착용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서다. 아산시청에는 ‘최고의 백신은 마스크입니다’라는 문구와 입체감을 살린 마스크 현수막이 걸렸다. 이 대학 디자인학부가 만들었다.

아산의 종량제봉투 디자인과 시청의 마스크 디자인은 아시아 최대 광고대회 ‘아시아 디자인 프라이즈’에서 2019년과 2021년 위너(Winner)상을 수상했다.

지역 기업을 위한 활동도 눈부시다. 선문대는 2017년 지역 중소기업을 위한 ‘충남 강소기업 CEO 아카데미’ 과정을 개설했다. CEO들로 구성된 강공회(강하게 공부하는 기업인회)는 2019년 대전·세종을 포함해 500여 명이 가입한 사단법인으로 출범했다. 선문대는 강공회를 중심으로 동남아시아와 동유럽 기업이 참여하는 ‘글로벌 비즈니스 미팅’을 추진하는 등 지역 기업의 해외 진출을 지원했다.

디지털 기반 핵심 인재 양성

선문대는 신기술 핵심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여러 대학과 공동 교육과정을 운영한다. 올해부터 미래자동차공학부는 자율주행전기차전공과 자동차설계전공으로 나눠 전문 인재 양성에 나섰다.

디지털 기반 교육을 뒷받침하기 위해 교육 환경도 개선했다. 캠퍼스에 IoT 혁신 공학관, 에듀테크 플라자(Edu-Tech Plaza), e-큐브 스튜디오를 설치하고 디지털 교육 플랫폼 모델을 만들어 가고 있다. 소프트웨어(SW) 가치확산센터를 설립해 지역 사회에서 소프트웨어 교육을 확산하는 데 주력했다. 학생, 학부모, 교사를 대상으로 SW 교육을 하고, 다문화 가정을 위한 코딩 교육도 진행한다.

이 대학의 강점 중 하나는 글로벌 역량이다. 캠퍼스에는 세계 74개국 1852명의 외국인 유학생이 다닌다. 재학생 대비 유학생 비율이 전국 최고 수준이다. 45개국 154개 대학과 교류 협정을 체결했다. 이 대학은 국내 최초로 3+1 유학제도를 도입했다. 매년 1000여 명이 해외로 나갈 수 있도록 어학연수와 유학제도를 운영한다. 하와이 단기 어학연수를 시작으로 지난해 1071명이 16개국으로 연수를 다녀왔다.

황선조 총장은 “지역에서 배출한 인재가 지역 기업에서 역량을 발휘하는 지역 상생 선순환 생태계 구축을 목표로 지역과의 상생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며 “지역 상생 모델이 위기에 놓인 지방대가 살아남을 수 있는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태우 기자 kt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