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 은행 대출의 부실 위험성이 커지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직격탄을 맞은 데다 자영업 대출의 80% 이상이 연 5%를 웃도는 금리를 적용받고 있어서다. 자영업자 대출 잔액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가운데 경기 침체 여파로 연체액도 치솟았다. 오는 9월 자영업자 원리금 상환 유예 조치가 끝나면 관련 대출 부실이 터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경기 침체에 담보 가치 하락 겹쳐

29일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국민 신한 하나 우리 농협 등 5대 은행이 지난 3개월(2~4월) 취급한 개인사업자 물적담보대출 평균금리는 연 5.33~5.53%로 집계됐다. 연 5% 미만 금리를 적용받은 대출은 20% 수준에 그쳤다.
연체 늘고 高利 여전…자영업자 대출 '비상'
지난해 4분기(연 5.89~6.24%)와 비교하면 상·하단 금리가 떨어졌지만 인하 폭을 체감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많다. 5대 은행이 취급한 가계 신용대출(서민금융 제외) 평균금리가 올초 연 6.32~7.13%에서 4월 연 5.23~5.78%로 최고 금리가 최대 1%포인트 넘게 내려간 것과는 대조적이다.

개인사업자 대출 금리 하락세가 더딘 것은 경기 침체 등으로 차주들의 상환 능력이 나빠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코로나19에 이어 고물가 등 시장 침체기가 이어지면서 줄어든 사업 매출이 차주의 신용도를 끌어내렸다는 분석이다. 고금리에 따른 부동산 경기 악화로 대출의 담보 자산 가치가 떨어진 것도 원인이 됐다. 주택 상가 등 부동산을 담보로 사업 자금을 대출받는 자영업자 특성상 담보 가치가 하락하면 이자 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대출 부실 우려에 은행권 ‘긴장’

자금난에 시달리는 자영업자에게 내준 대출액도 역대 최대치를 경신하면서 대출 부실 관리가 올 하반기 은행권 주요 과제가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5대 은행 개인사업자 대출 잔액은 지난해 처음 300조원을 넘어선 데 이어 이달 25일 314조6452억원으로 관련 통계를 집계한 2015년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

개인사업자 대출 비중이 높은 도·소매업과 숙박·음식업을 중심으로 연체액이 불어난 것도 위험 요인으로 꼽힌다. 5대 은행의 산업별 연체 대출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도·소매업 대출 연체액(1개월 이상 연체)은 3757억원으로 전년 대비 63.7% 급증했다. 부실 대출도 2021년 2834억원에서 작년 3480억원으로 22.3% 늘었다. 같은 기간 숙박·음식업종 연체액도 1698억원으로 62.5% 증가했다. 상환 여력이 떨어진 자영업자 차주가 속출하자 5대 은행의 전체 개인사업자 대출 연체액은 작년 말 기준 약 7291억원으로 2021년 말(5072억원)보다 43.8% 늘었다.

금융권에서는 하반기로 갈수록 자영업 대출 리스크가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코로나 이후 다섯 번이나 연장한 자영업자 원리금 상환 유예 지원 종료 시점이 다가오기 때문이다. 자영업자들이 대출 원금과 이자를 함께 갚아나가야 할 경우 그동안 가려졌던 부실이 터질 수 있다는 우려가 많다.

금융당국은 오는 9월 이자나 원금 상환이 유예된 대출의 경우 금융회사와 차주가 협의해 상환 계획을 마련하도록 했다. 한 시중은행 여신담당 임원은 “은행 자체 프로그램을 통해 만기 연장이 가능한 자영업자 대출을 분류하고, 이자 상환이 유예된 자영업자에 대해서는 상환계획서를 짜고 있다”며 “충당금 추가 적립 등도 준비 중”이라고 했다.

이소현 기자 y2eon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