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 나도 점유율 쫓던 SSG닷컴·11번가…엔데믹 오자 '휘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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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로에 선 e커머스
(1) 손실 급증…불황까지 겹쳐 확 꺾인 성장세
사람들 마스크 벗고 마트서 쇼핑
소비지출 중 e커머스 비중 정체
설상가상으로 투자시장 얼어붙어
배달대행 1위 '부릉' hy에 매각돼
자금 못구한 '오늘회' 서비스중단
(1) 손실 급증…불황까지 겹쳐 확 꺾인 성장세
사람들 마스크 벗고 마트서 쇼핑
소비지출 중 e커머스 비중 정체
설상가상으로 투자시장 얼어붙어
배달대행 1위 '부릉' hy에 매각돼
자금 못구한 '오늘회' 서비스중단
쿠팡, SSG닷컴, 11번가 등 국내 e커머스 시장 점유율 상위 5개 기업(네이버 제외) 중 지난해 순이익을 낸 업체는 한 곳도 없다. 작년 첫 영업이익 흑자 전환(연결 기준)에 성공한 쿠팡을 뺀 세 곳의 순손실은 전년 대비 50% 넘게 급증했다.
e커머스 시장이 포화상태에 다다랐는데도 업체들이 적자를 무릅쓰고 대대적으로 투자하고 점유율을 높이는 데 집중한 결과다. 이들 업체는 2010년 설립된 쿠팡이 먼저 도입해 성과를 낸 이른바 ‘계획된 적자’ 모델을 그대로 따랐다. 전문가들은 “경기 침체에 투자업계 돈줄까지 말라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식 투자로 성장하는 모델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고 말한다.
29일 통계청에 따르면 유통업체 온라인 매출 증가율은 2020년 18.4%에서 지난해 9.5%로 반토막 난 반면 같은 기간 오프라인 매출 증가율은 -3.6%에서 8.9%로 급반등했다. 전체 소비지출에서 e커머스가 차지하는 비중인 온라인 침투율은 2019년 처음 20%를 넘은 뒤 3년째 20%대 중반에 정체돼 있다.
e커머스 시장이 성장 한계에 직면하면서 풍부한 유동성을 등에 업고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하던 상당수 e커머스업체가 직격탄을 맞았다. 컬리, SSG닷컴, 롯데온 등은 대규모 물류센터 구축과 할인쿠폰 발급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위해 출혈 투자를 해왔다.
그렇게 구축한 물류 네트워크와 축적된 고객 데이터가 종국엔 수익으로 연결되리라고 본 것이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국내 e커머스 시장은 과점화 단계에 접어들었다”며 “시장 전체 파이가 다시 급격히 커지지 않는 한 압도적으로 몸집을 키워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특수를 누리던 배달 플랫폼 업체들도 거리두기 해제와 고물가로 올해 들어 이용자가 급감하면서 수익성 악화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달 배달의민족(우아한형제들), 요기요, 쿠팡이츠의 월간활성이용자(MAU)는 2926만 명으로 작년 4월보다 11.9% 줄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e커머스에 대한 장밋빛 전망이 걷히면서 기대한 만큼 몸값을 받을 수 없게 된 게 상장 철회의 주된 원인”이라고 말했다. SSG닷컴과 11번가도 각각 지난해와 올해 상장을 예고하며 상장 주관사를 선정했지만 업계에선 두 업체 모두 연내 상장이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업계 간판 자리를 지키던 업체들도 투자금 조달 실패와 적자 누적에 줄줄이 더는 버티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 배달 대행 업계 매출 1위 부릉을 운영하는 메쉬코리아는 작년 11월 법정관리를 신청했다가 올 4월 hy(옛 한국야쿠르트)에 매각되면서 파산을 겨우 면했다.
수산물 당일 배송 서비스로 월 160만 방문자를 모으며 돌풍을 일으킨 오늘회(오늘식탁)는 사실상 서비스가 중단됐다. 오늘회는 투자 유치가 불발되면서 협력사에 지급해야 할 대금까지 연체하다가 작년 9월 전 직원에게 권고사직을 통보했다.
일부 e커머스업체는 악화하는 경영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성장성보다 수익성을 개선하는 쪽으로 전략을 바꾸고 있다. 롯데온은 지난달 막대한 투자비가 드는 새벽배송 시장에서 철수했고 SSG닷컴도 수도권 중심으로만 새벽배송을 운영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
e커머스 시장이 포화상태에 다다랐는데도 업체들이 적자를 무릅쓰고 대대적으로 투자하고 점유율을 높이는 데 집중한 결과다. 이들 업체는 2010년 설립된 쿠팡이 먼저 도입해 성과를 낸 이른바 ‘계획된 적자’ 모델을 그대로 따랐다. 전문가들은 “경기 침체에 투자업계 돈줄까지 말라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식 투자로 성장하는 모델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고 말한다.
안 먹히는 ‘계획된 적자’
코로나19 기간 가팔랐던 국내 e커머스 시장 성장세는 작년부터 꺾이기 시작했다. 코로나19 사태가 끝나가자 소비자들이 백화점, 마트 등 오프라인 쇼핑으로 다시 발길을 돌렸기 때문이다.29일 통계청에 따르면 유통업체 온라인 매출 증가율은 2020년 18.4%에서 지난해 9.5%로 반토막 난 반면 같은 기간 오프라인 매출 증가율은 -3.6%에서 8.9%로 급반등했다. 전체 소비지출에서 e커머스가 차지하는 비중인 온라인 침투율은 2019년 처음 20%를 넘은 뒤 3년째 20%대 중반에 정체돼 있다.
e커머스 시장이 성장 한계에 직면하면서 풍부한 유동성을 등에 업고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하던 상당수 e커머스업체가 직격탄을 맞았다. 컬리, SSG닷컴, 롯데온 등은 대규모 물류센터 구축과 할인쿠폰 발급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위해 출혈 투자를 해왔다.
그렇게 구축한 물류 네트워크와 축적된 고객 데이터가 종국엔 수익으로 연결되리라고 본 것이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국내 e커머스 시장은 과점화 단계에 접어들었다”며 “시장 전체 파이가 다시 급격히 커지지 않는 한 압도적으로 몸집을 키워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특수를 누리던 배달 플랫폼 업체들도 거리두기 해제와 고물가로 올해 들어 이용자가 급감하면서 수익성 악화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달 배달의민족(우아한형제들), 요기요, 쿠팡이츠의 월간활성이용자(MAU)는 2926만 명으로 작년 4월보다 11.9% 줄었다.
업계 1위도 돈줄 막혀 파산 위기
이 와중에 경기 침체로 투자시장까지 얼어붙으면서 주요 e커머스업체마저 투자금을 조달하기가 어려워졌다. 식품 새벽배송 1위인 마켓컬리의 운영사 컬리가 지난 1월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무기한 연기한 데 이어 2월엔 오아시스도 상장을 철회했다.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e커머스에 대한 장밋빛 전망이 걷히면서 기대한 만큼 몸값을 받을 수 없게 된 게 상장 철회의 주된 원인”이라고 말했다. SSG닷컴과 11번가도 각각 지난해와 올해 상장을 예고하며 상장 주관사를 선정했지만 업계에선 두 업체 모두 연내 상장이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업계 간판 자리를 지키던 업체들도 투자금 조달 실패와 적자 누적에 줄줄이 더는 버티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 배달 대행 업계 매출 1위 부릉을 운영하는 메쉬코리아는 작년 11월 법정관리를 신청했다가 올 4월 hy(옛 한국야쿠르트)에 매각되면서 파산을 겨우 면했다.
수산물 당일 배송 서비스로 월 160만 방문자를 모으며 돌풍을 일으킨 오늘회(오늘식탁)는 사실상 서비스가 중단됐다. 오늘회는 투자 유치가 불발되면서 협력사에 지급해야 할 대금까지 연체하다가 작년 9월 전 직원에게 권고사직을 통보했다.
일부 e커머스업체는 악화하는 경영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성장성보다 수익성을 개선하는 쪽으로 전략을 바꾸고 있다. 롯데온은 지난달 막대한 투자비가 드는 새벽배송 시장에서 철수했고 SSG닷컴도 수도권 중심으로만 새벽배송을 운영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