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경제 시대 주도하는 '스페이스X와 일곱 난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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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ga Shift 석학 특별기고
(3) 우주경제 김승조 서울대 명예교수
(3) 우주경제 김승조 서울대 명예교수
한국이 독자 개발한 발사체 누리호가 지난 25일 3차 발사에 성공하면서 우주 경제에 관한 국민의 관심이 부쩍 커졌다. 우주 경제는 인공위성과 우주선 등 탑재체와 발사체(로켓), 관측·통신·항법 등 기술 인프라로 창출하는 모든 부가가치를 말한다.
국내외 시장조사 업체 등에 따르면 전 세계 우주기업 1만여 개의 가치는 2030년 10조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재사용 로켓 개발로 세계 우주산업 패권을 쥔 미국 스페이스X의 기업가치는 현재 1500억달러 안팎으로 평가된다. 우주 관련 시장 규모가 몇 년 내 수십조달러에 달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우주 경제의 시작은 로켓 기술이다. 다만 가격 경쟁력이 확실한 로켓이어야 한다. 세계 우주산업은 ‘백설공주(스페이스X)와 일곱 난쟁이’ 형세다. 여기서 일곱 난쟁이는 미국 ULA와 로켓랩, 유럽 아리안스페이스, 러시아, 일본, 중국, 인도를 말한다.
한국은 난쟁이 같은 기업조차 없다. 기술적으로 냉정하게 보면 누리호는 50년 전 로켓이다. 액체로켓으로 가장 기본적인 추력 조절도 안 된다. 개발비가 너무 비싸 가격 경쟁력이 없다. 설계할 때부터 ‘산업화’라는 화두를 고려하지 않은 탓이다. 우주산업 경쟁력과 국방력은 동전의 양면이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윤석열 정부가 추진 중인 우주항공청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외청이 돼선 안 된다. 산업과 국방에 관계된 모든 부처를 아우를 수 있게 대통령 직속으로 세워야 한다.
곧 항공기 엔진처럼 로켓 엔진이 산업화할 것이다. 이제라도 한국은 글로벌 수준의 로켓 개발에 매진해야 한다. 실패가 두려워 저급하게 세운 목표에 안주할 시간이 없다. 개발한 기술이 별 가치가 없는데도 침소봉대해서는 안 된다. 의미 없는 성공보다는 차라리 모험을 하다 실패하는 것이 우주 경제 시대를 준비하는 데 더 도움이 된다.
국가의 자존심을 건 미국과 소련의 경쟁에서 시작한 우주기술 발전은 1969년 미국 유인우주선 아폴로의 달 착륙 성공으로 정점에 달했다. 그러나 로켓이 더 이상 발전하지 못하면서 세계적으로 기술 진보가 멈췄다.
2000년대 초 로켓 산업화의 길을 개척하는 기업가들이 나타났다. 대표주자가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인 일론 머스크다. 그는 2002년 미국에서 스페이스X라는 스타트업을 설립했다. 로켓 분야 장인들과 미국 곳곳, 태평양 한가운데 있는 작업장 등에서 밤을 새우며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한 로켓 개발을 성공시켰다.
스페이스X 설립 후 8년간 팰컨9 로켓 개발에 들인 비용은 3억달러(현재 환율로 약 4000억원)였다. 믿기 힘든 적은 돈으로 세계 최고 효율의 로켓 엔진(멀린 시리즈 등)과 두 종류의 로켓(팰컨1·9) 개발에 성공했다. 더 나아가 스페이스X는 1단 로켓 재사용 기술을 확보했다.
고객의 요구 궤도에 따라 다르지만 팰컨9 로켓 1단은 고도 70㎞ 전후에서 분리된다. 이후 앞뒤를 뒤집는 역추진 분사 2~3회와 파리채 모양 그리드팬을 이용한 감속 후 정해진 곳에 사뿐히 내린다. 기술을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린 이 모습에 관람객들은 입을 다물지 못한다. 해상에 띄워 놓은 자율항해 바지선에 내릴 때도 있다. 모건스탠리 조사에 따르면 멀린D 엔진이 27개 들어간 스페이스X 초대형 로켓 ‘팰컨헤비’의 위성체 1㎏당 발사 비용은 2020년 기준 951달러(약 126만원)다. 누리호 2·3차 발사에서 위성체 1㎏당 비용을 환산하면 9억7860만원이다. 누리호가 팰컨헤비보다 776배 비싼 셈이다.
이런 불가사의한 가격 경쟁력이 우주산업 분야에 급격한 변화를 몰고 왔다. 우선 스페이스X의 혁신과 명성에 고무된 전 세계 젊은이들이 ‘제2의 스페이스X’를 꿈꾸며 우주 벤처기업 설립에 나섰다. 인공위성 사업의 수익성이 전에 없이 높아졌다고 판단한 벤처캐피털들도 아낌없이 지갑을 열고 있다. 그간 경제성이 없다고 투자를 꺼리던 분위기가 바뀌면서 ‘우주 산업화’가 시작된 것이다.
그동안 유럽과 일본, 미국의 로켓 기업들은 카르텔을 형성해 정부로부터 수요를 보장받았다. 별 손해를 보지 않고 순항했다. 그러나 스페이스X가 팰컨 로켓을 개발하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미국 군 수요와 우주정거장 왕복용 유·무인 우주선 발사, 제3세계 국가들의 발사 수요가 모두 스페이스X로 몰리고 있다. 스페이스X는 2022년 61회 발사했고 2023년 5월까지 팰컨헤비 2회 포함 총 35회 발사에 성공했다. 반면 로켓업계의 일곱 난쟁이(미국 ULA와 로켓랩, 유럽 아리안스페이스, 러시아, 일본, 중국, 인도)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ULA는 아틀라스5 로켓을 만든 록히드마틴과 델타4를 제작해 발사한 보잉의 관련 사업부가 통합해 탄생한 회사다. 아틀라스5는 러시아산 엔진(RD-180) 공급이 막혀 발사를 곧 중지해야 한다. 최고급이지만 그만큼 비싼 액체수소 엔진 RS-68을 1단으로 사용하는 델타4도 비용 때문에 올해 강제 은퇴할 예정이다. 로켓랩은 소형 로켓 ‘일렉트론’을 발사하고 있다. 그러나 저궤도에 200~300㎏을 올릴 수 있는 수준이라 스페이스X에 비할 바가 못 된다.
아리안스페이스의 대표 로켓 아리안5는 차세대 로켓 아리안6가 개발되면서 제작이 중단됐다. 아리안6가 일러야 2024년 나올 예정이라 로켓 재고가 없는 상황이다. 러시아의 주력 로켓은 1950년대 개발된 소유즈와 1960년대 중반에 나온 대형 로켓 프로톤이다. 프로톤은 독성 연료를 사용하고 있어 곧 은퇴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소유즈는 상업발사 시장에서 제법 힘을 썼는데 우크라이나 침공 후 자국 발사에만 사용되고 있다.
일본은 기존 주력 로켓과 신형 로켓이 연달아 실패하면서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중국은 여러 종류의 로켓을 발사하고 있지만 모두 자국용이라 상업용 시장에서는 힘이 없다. 인도도 독성 액체 엔진을 사용해 경쟁력이 떨어진다. 이들 일곱 난쟁이 로켓은 모두 재사용이 불가능하다. 스페이스X와 상대가 되지 않는다. 새로 개발하고 있는 ULA의 벌컨, 아리안스페이스의 아리안6도 재사용이 안 되긴 마찬가지다.
‘백설공주’ 스페이스X의 혁신으로 그동안 상상에 머물렀던 우주산업 아이디어가 현실화하기 시작했다. 지금이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한 4차 산업혁명 와중이라면, 5차 산업혁명은 우주기술이 주도한다고 볼 수 있다.
우주경제발(發) 5차 산업혁명은 다섯 개 혁명으로 요약된다. 먼저 정보통신 혁명이다. 앞으로 5~10년 내 저궤도 군집 위성이 중계탑 역할을 하면서 휴대폰과 직접 통신하게 된다. 글로벌 이동통신업계를 완전히 뒤흔들 초대형 변수다. 기존 통신사업자들과 저궤도 위성 사업자 간 합종연횡이 일어나고 있다. 지구 전역 인터넷 사업에서는 스타링크 사업을 하는 머스크와 아마존 창업자인 제프 베이조스가 뜨거운 경쟁을 펼칠 전망이다.
다음은 위치정보 혁명이다. 저궤도와 중궤도 위성들에 탑재된 PNT(위치·항법·시간) 장치들이 항공기, 차량, 선박의 스마트 운항을 돕게 된다. 전파신호 강도는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한다. 500~2000㎞ 저궤도 위성을 활용하면 2만㎞ 고도의 위성항법장치(GPS) 위성보다 최대 1000배 이상 강한 신호를 받아 실내에서도 위치 신호를 잡을 수 있다. 무인 택시가 터널 등 지하공간을 통과할 때도 신호를 받을 수 있다.
그리고 교통 혁명이 기다리고 있다. 로켓으로 초고속 이동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스페이스X를 따라 블루오리진, 로켓랩 등이 모두 재사용 로켓 개발에 한창이다. 재사용 로켓의 안전성이 높아지고 탑재 중량이 늘어나면 화물과 인간을 운송할 수 있다.
다음은 생산거점 혁명이다. 우주 공간의 무소음·청정환경 등을 이용해 공산품과 의약품을 제조할 수 있다. 챗GPT로 전 세계 화두가 된 기업 오픈AI의 공동 창업자인 피터 틸 팰런티어테크놀로지 회장은 우주 공장이 앞으로 5조달러 시장을 창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주 호텔, 공원으로 가는 여행 산업도 생겨날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에너지 혁명이 예상된다. 지구 정지궤도(3만6000㎞)에 대형 태양전지판을 갖춘 우주선을 올려 전기를 생산한 뒤 마이크로파로 전송해 지구에서 사용하는 방법이 있다. 1970년대에 나온 아이디어인데 그간 너무 비싼 로켓 발사 비용 때문에 진척이 없었다. 1기가와트(GW)급 위성 2000여 기를 궤도에 올려 가동하면 지구 전체가 사용하는 전기에너지의 절반 이상을 감당할 수 있다. 막대한 건설비가 필요하지만 발사 비용이 계속 하락하면 전기 사용료 수입으로 타산을 맞출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거듭 강조하지만 우주 경제의 시작은 로켓의 경제성이다. 이제 차분하게 누리호를 바라볼 때다. 누리호는 기술과 가격 양면에서 모두 열등한 로켓이다. 다음 로켓은 어렵더라도 경쟁력 있는 방향으로 개발해야 한다. 만일 그것이 불가능하다면, 정말 아쉽지만 이 정도 선에서 자체 우주로켓 개발을 멈추는 것이 우주 경제 확장에 보탬이 된다고 본다. 경쟁력이 전혀 없는 고비용 국산 로켓에 발목 잡히면 1분1초 숨 가쁘게 진행 중인 우주 산업화의 물결에 한국이 제대로 올라탈 수 없다.
언론과 공무원들이 시험발사 실패를 확대 해석해 개발자들을 위축시켜서는 안 된다. 실패에 책임을 묻는 분위기라면 절대로 실패하지 않는, 쉽고 저급한 개발 목표가 세워질 수밖에 없다. 로켓 성공에 대한 과도한 칭찬 또한 문제다. 관련자들이 외국 기술 추세에 둔감한 내수용 엔지니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 김승조 명예교수는
1973년 서울대 항공공학과 졸업
1973~1979년 국방과학연구소 과학기술 장교
1979~1985년 美 텍사스 오스틴대 항공공학 석·박사
1986~2015년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교수
2004~2008년 한국산업응용수학회 회장
2011~2014년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원장
2016~2019년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정책부원장
2018년~2022년 방위사업추진위원회 위원
2009년~현재 미국항공우주학회 펠로
2013년 과학기술훈장 혁신장
2016년~현재 룩셈부르크 국가우주자원자문위원 ihs@hankyung.com
국내외 시장조사 업체 등에 따르면 전 세계 우주기업 1만여 개의 가치는 2030년 10조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재사용 로켓 개발로 세계 우주산업 패권을 쥔 미국 스페이스X의 기업가치는 현재 1500억달러 안팎으로 평가된다. 우주 관련 시장 규모가 몇 년 내 수십조달러에 달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우주 경제의 시작은 로켓 기술이다. 다만 가격 경쟁력이 확실한 로켓이어야 한다. 세계 우주산업은 ‘백설공주(스페이스X)와 일곱 난쟁이’ 형세다. 여기서 일곱 난쟁이는 미국 ULA와 로켓랩, 유럽 아리안스페이스, 러시아, 일본, 중국, 인도를 말한다.
한국은 난쟁이 같은 기업조차 없다. 기술적으로 냉정하게 보면 누리호는 50년 전 로켓이다. 액체로켓으로 가장 기본적인 추력 조절도 안 된다. 개발비가 너무 비싸 가격 경쟁력이 없다. 설계할 때부터 ‘산업화’라는 화두를 고려하지 않은 탓이다. 우주산업 경쟁력과 국방력은 동전의 양면이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윤석열 정부가 추진 중인 우주항공청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외청이 돼선 안 된다. 산업과 국방에 관계된 모든 부처를 아우를 수 있게 대통령 직속으로 세워야 한다.
곧 항공기 엔진처럼 로켓 엔진이 산업화할 것이다. 이제라도 한국은 글로벌 수준의 로켓 개발에 매진해야 한다. 실패가 두려워 저급하게 세운 목표에 안주할 시간이 없다. 개발한 기술이 별 가치가 없는데도 침소봉대해서는 안 된다. 의미 없는 성공보다는 차라리 모험을 하다 실패하는 것이 우주 경제 시대를 준비하는 데 더 도움이 된다.
"우주기술이 5차 산업혁명 주도…누리호 성공에 안주해선 안돼"
지난 21일 오후 5시37분, 민간인 네 명을 실은 스페이스X의 우주선 ‘크루 드래건’이 미국 플로리다주 케네디우주센터에서 발사됐다. 이들은 다음날 저녁 국제우주정거장(ISS)에 도킹한 뒤 정거장 안에 체류하고 있는 일곱 명의 우주인과 반가운 인사를 나눴다. 이번 비행을 기획한 스타트업 액시엄(AXIOM)은 일종의 여행사다. 전 세계에서 ISS 방문을 원하는 고객에게 우주여행을 주선하고 있다. 2020년 설립된 벤처기업 바르다(VARDA)스페이스는 무중력 환경 의약품 제조 등을 사업 아이템으로 한다. 스타트업이 이런 사업에 뛰어드는 것은 우주에 거대한 사업 기회가 있다고 판단해서다. 이 판단의 시작점은 로켓 기술의 혁신에 따라 저렴해진 발사 비용이다.국가의 자존심을 건 미국과 소련의 경쟁에서 시작한 우주기술 발전은 1969년 미국 유인우주선 아폴로의 달 착륙 성공으로 정점에 달했다. 그러나 로켓이 더 이상 발전하지 못하면서 세계적으로 기술 진보가 멈췄다.
2000년대 초 로켓 산업화의 길을 개척하는 기업가들이 나타났다. 대표주자가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인 일론 머스크다. 그는 2002년 미국에서 스페이스X라는 스타트업을 설립했다. 로켓 분야 장인들과 미국 곳곳, 태평양 한가운데 있는 작업장 등에서 밤을 새우며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한 로켓 개발을 성공시켰다.
스페이스X 설립 후 8년간 팰컨9 로켓 개발에 들인 비용은 3억달러(현재 환율로 약 4000억원)였다. 믿기 힘든 적은 돈으로 세계 최고 효율의 로켓 엔진(멀린 시리즈 등)과 두 종류의 로켓(팰컨1·9) 개발에 성공했다. 더 나아가 스페이스X는 1단 로켓 재사용 기술을 확보했다.
고객의 요구 궤도에 따라 다르지만 팰컨9 로켓 1단은 고도 70㎞ 전후에서 분리된다. 이후 앞뒤를 뒤집는 역추진 분사 2~3회와 파리채 모양 그리드팬을 이용한 감속 후 정해진 곳에 사뿐히 내린다. 기술을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린 이 모습에 관람객들은 입을 다물지 못한다. 해상에 띄워 놓은 자율항해 바지선에 내릴 때도 있다. 모건스탠리 조사에 따르면 멀린D 엔진이 27개 들어간 스페이스X 초대형 로켓 ‘팰컨헤비’의 위성체 1㎏당 발사 비용은 2020년 기준 951달러(약 126만원)다. 누리호 2·3차 발사에서 위성체 1㎏당 비용을 환산하면 9억7860만원이다. 누리호가 팰컨헤비보다 776배 비싼 셈이다.
이런 불가사의한 가격 경쟁력이 우주산업 분야에 급격한 변화를 몰고 왔다. 우선 스페이스X의 혁신과 명성에 고무된 전 세계 젊은이들이 ‘제2의 스페이스X’를 꿈꾸며 우주 벤처기업 설립에 나섰다. 인공위성 사업의 수익성이 전에 없이 높아졌다고 판단한 벤처캐피털들도 아낌없이 지갑을 열고 있다. 그간 경제성이 없다고 투자를 꺼리던 분위기가 바뀌면서 ‘우주 산업화’가 시작된 것이다.
그동안 유럽과 일본, 미국의 로켓 기업들은 카르텔을 형성해 정부로부터 수요를 보장받았다. 별 손해를 보지 않고 순항했다. 그러나 스페이스X가 팰컨 로켓을 개발하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미국 군 수요와 우주정거장 왕복용 유·무인 우주선 발사, 제3세계 국가들의 발사 수요가 모두 스페이스X로 몰리고 있다. 스페이스X는 2022년 61회 발사했고 2023년 5월까지 팰컨헤비 2회 포함 총 35회 발사에 성공했다. 반면 로켓업계의 일곱 난쟁이(미국 ULA와 로켓랩, 유럽 아리안스페이스, 러시아, 일본, 중국, 인도)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ULA는 아틀라스5 로켓을 만든 록히드마틴과 델타4를 제작해 발사한 보잉의 관련 사업부가 통합해 탄생한 회사다. 아틀라스5는 러시아산 엔진(RD-180) 공급이 막혀 발사를 곧 중지해야 한다. 최고급이지만 그만큼 비싼 액체수소 엔진 RS-68을 1단으로 사용하는 델타4도 비용 때문에 올해 강제 은퇴할 예정이다. 로켓랩은 소형 로켓 ‘일렉트론’을 발사하고 있다. 그러나 저궤도에 200~300㎏을 올릴 수 있는 수준이라 스페이스X에 비할 바가 못 된다.
아리안스페이스의 대표 로켓 아리안5는 차세대 로켓 아리안6가 개발되면서 제작이 중단됐다. 아리안6가 일러야 2024년 나올 예정이라 로켓 재고가 없는 상황이다. 러시아의 주력 로켓은 1950년대 개발된 소유즈와 1960년대 중반에 나온 대형 로켓 프로톤이다. 프로톤은 독성 연료를 사용하고 있어 곧 은퇴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소유즈는 상업발사 시장에서 제법 힘을 썼는데 우크라이나 침공 후 자국 발사에만 사용되고 있다.
일본은 기존 주력 로켓과 신형 로켓이 연달아 실패하면서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중국은 여러 종류의 로켓을 발사하고 있지만 모두 자국용이라 상업용 시장에서는 힘이 없다. 인도도 독성 액체 엔진을 사용해 경쟁력이 떨어진다. 이들 일곱 난쟁이 로켓은 모두 재사용이 불가능하다. 스페이스X와 상대가 되지 않는다. 새로 개발하고 있는 ULA의 벌컨, 아리안스페이스의 아리안6도 재사용이 안 되긴 마찬가지다.
‘백설공주’ 스페이스X의 혁신으로 그동안 상상에 머물렀던 우주산업 아이디어가 현실화하기 시작했다. 지금이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한 4차 산업혁명 와중이라면, 5차 산업혁명은 우주기술이 주도한다고 볼 수 있다.
우주경제발(發) 5차 산업혁명은 다섯 개 혁명으로 요약된다. 먼저 정보통신 혁명이다. 앞으로 5~10년 내 저궤도 군집 위성이 중계탑 역할을 하면서 휴대폰과 직접 통신하게 된다. 글로벌 이동통신업계를 완전히 뒤흔들 초대형 변수다. 기존 통신사업자들과 저궤도 위성 사업자 간 합종연횡이 일어나고 있다. 지구 전역 인터넷 사업에서는 스타링크 사업을 하는 머스크와 아마존 창업자인 제프 베이조스가 뜨거운 경쟁을 펼칠 전망이다.
다음은 위치정보 혁명이다. 저궤도와 중궤도 위성들에 탑재된 PNT(위치·항법·시간) 장치들이 항공기, 차량, 선박의 스마트 운항을 돕게 된다. 전파신호 강도는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한다. 500~2000㎞ 저궤도 위성을 활용하면 2만㎞ 고도의 위성항법장치(GPS) 위성보다 최대 1000배 이상 강한 신호를 받아 실내에서도 위치 신호를 잡을 수 있다. 무인 택시가 터널 등 지하공간을 통과할 때도 신호를 받을 수 있다.
그리고 교통 혁명이 기다리고 있다. 로켓으로 초고속 이동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스페이스X를 따라 블루오리진, 로켓랩 등이 모두 재사용 로켓 개발에 한창이다. 재사용 로켓의 안전성이 높아지고 탑재 중량이 늘어나면 화물과 인간을 운송할 수 있다.
다음은 생산거점 혁명이다. 우주 공간의 무소음·청정환경 등을 이용해 공산품과 의약품을 제조할 수 있다. 챗GPT로 전 세계 화두가 된 기업 오픈AI의 공동 창업자인 피터 틸 팰런티어테크놀로지 회장은 우주 공장이 앞으로 5조달러 시장을 창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주 호텔, 공원으로 가는 여행 산업도 생겨날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에너지 혁명이 예상된다. 지구 정지궤도(3만6000㎞)에 대형 태양전지판을 갖춘 우주선을 올려 전기를 생산한 뒤 마이크로파로 전송해 지구에서 사용하는 방법이 있다. 1970년대에 나온 아이디어인데 그간 너무 비싼 로켓 발사 비용 때문에 진척이 없었다. 1기가와트(GW)급 위성 2000여 기를 궤도에 올려 가동하면 지구 전체가 사용하는 전기에너지의 절반 이상을 감당할 수 있다. 막대한 건설비가 필요하지만 발사 비용이 계속 하락하면 전기 사용료 수입으로 타산을 맞출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거듭 강조하지만 우주 경제의 시작은 로켓의 경제성이다. 이제 차분하게 누리호를 바라볼 때다. 누리호는 기술과 가격 양면에서 모두 열등한 로켓이다. 다음 로켓은 어렵더라도 경쟁력 있는 방향으로 개발해야 한다. 만일 그것이 불가능하다면, 정말 아쉽지만 이 정도 선에서 자체 우주로켓 개발을 멈추는 것이 우주 경제 확장에 보탬이 된다고 본다. 경쟁력이 전혀 없는 고비용 국산 로켓에 발목 잡히면 1분1초 숨 가쁘게 진행 중인 우주 산업화의 물결에 한국이 제대로 올라탈 수 없다.
언론과 공무원들이 시험발사 실패를 확대 해석해 개발자들을 위축시켜서는 안 된다. 실패에 책임을 묻는 분위기라면 절대로 실패하지 않는, 쉽고 저급한 개발 목표가 세워질 수밖에 없다. 로켓 성공에 대한 과도한 칭찬 또한 문제다. 관련자들이 외국 기술 추세에 둔감한 내수용 엔지니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 김승조 명예교수는
1973년 서울대 항공공학과 졸업
1973~1979년 국방과학연구소 과학기술 장교
1979~1985년 美 텍사스 오스틴대 항공공학 석·박사
1986~2015년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교수
2004~2008년 한국산업응용수학회 회장
2011~2014년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원장
2016~2019년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정책부원장
2018년~2022년 방위사업추진위원회 위원
2009년~현재 미국항공우주학회 펠로
2013년 과학기술훈장 혁신장
2016년~현재 룩셈부르크 국가우주자원자문위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