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건서의 은퇴사용설명서] 귀농, 귀어, 귀촌, 귀산…뭐가 정답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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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닷컴 더 라이프이스트
귀농이냐? 귀어냐? 귀촌이냐? 또는 귀산이냐? 어느 것이 더 좋고 더 나쁜 문제가 아니다. 같은 귀(歸)자 돌림인데 농, 어, 촌, 산만 다르다. 글자 그대로 풀이하자면 귀농은 농사를 지으러 간다는 뜻일 테고, 귀어는 바닷가로 간다는 뜻일 것이다. 귀촌은 그냥 시골로 가는 것이니 그냥 놀겠다는 뜻일 테고, 귀산은 산으로 돌아간다는 뜻이지 않을까?
첫째, 귀농(歸農)은 도시에 살던 사람이 농사를 짓기 위해 시골로 돌아간다는 것이다. 즉 직업이 농부가 된다는 뜻이다. 둘째, 귀어(歸魚)는 농촌이 아닌 바닷가 어촌으로 돌아간다는 것이다. 즉 직업이 고기 잡는 어부가 된다는 뜻이다. 셋째, 귀촌(歸村)은 귀농과 마찬가지로 시골로 돌아가지만, 농사를 짓지 않고 전원생활을 즐긴다는 것이다. 아마 대부분의 도시인들은 귀농보다는 귀촌을 선택하지 않을까? 넷째, 귀산(歸山)은 귀촌과 마찬가지로 시골로 돌아가지만, 농지가 아닌 산속에서 임산물을 생산하는 등의 활동이 될 것이다.
이렇게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지만 한마디로 줄이면 도시를 떠나 시골로 간다는 것일 뿐이다. 의도적이든 의도적이지 않든 복잡한 도시를 떠나 여유롭고 평화로운 시골로 ‘이사’를 하는 것이다. 도시에서의 생활은 대부분 아파트나 오피스텔 등 건물 중심의 공간이다. 비싼 땅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다 보니 수십 층을 쌓아 올린 콘크리트 구조체일 수밖에 없다. 모든 곳이 포장되어 있어서 흙을 밟을 기회가 거의 없다. 주말에 도시 근교 산이 붐비는 이유는 아마도 흙냄새를 맡고 싶은 사람들의 욕망을 채워주기 때문일 것이다. 필자도 20년 이상 아파트 생활을 하면서 나중에 나이 먹으면 시골로 이사 가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아파트에서 사는 게 편한 사람도 있지만 왠지 필자에게는 불편하게 다가왔다. 옆집은 물론이고 아래윗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르고, 혹시라도 엘리베이터에서 이웃을 마주치더라도 서로 눈을 피하는 이상한 현실이 싫었기 때문이다. 오래전부터 재택근무를 한 덕분에 평일에도 집에서 작업을 하곤 했는데, 낮에 밖에 산책이라도 하면 이웃 아주머니들로부터 ‘혹시 백수라서 집에 있는 것은 아닌지’라는 따가운 시선을 받기도 했다. 시골로 이사를 오니 일단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게 되어 좋았다. 또 흙냄새를 맡고 흙을 밟을 수 있는 것도 좋은 점이다. 문을 열고 나가면 걸을 수 있는 마당이거나 산책길이 있으니 금상첨화였다.
그러니 귀농, 귀어, 귀촌, 귀산이라는 보이는 형식에 얽매이지 말고 그냥 ‘시골살이 또는 산골살이’를 위해 이사를 하면 된다. 세상에 쉬운 일이란 없다. 특히 농사를 지어본 경험이 없는 사람이 땅을 일구어 곡식이나 채소를 심어서 좋은 상품을 수확하는 것은 어렵다. 몇 년 못 버티고 다시 도시로 향하는 U턴 현상은 기대가 큰 만큼 실망도 크기 때문일 것이다. 고기잡이배를 타는 귀어는 더 힘들다. 단순하게 생각해서 시골살이, 산골살이를 하면서 텃밭에 본인이 먹을 정도의 채마밭을 가꾸는 것이 어찌 보면 정답에 근접한다. 자칫 골병이 들어 골골하는 노후가 될 수도 있으니 귀농, 귀어보다는 귀촌, 귀산으로 방향을 틀어보자. 그리고 시골살이, 산골살이는 욕심을 버리고 마음을 비우는 것이 먼저다. 그냥 자연으로 돌아간다고 생각하면 편하다.
<한경닷컴 The Lifeist> 구건서 심심림 대표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
첫째, 귀농(歸農)은 도시에 살던 사람이 농사를 짓기 위해 시골로 돌아간다는 것이다. 즉 직업이 농부가 된다는 뜻이다. 둘째, 귀어(歸魚)는 농촌이 아닌 바닷가 어촌으로 돌아간다는 것이다. 즉 직업이 고기 잡는 어부가 된다는 뜻이다. 셋째, 귀촌(歸村)은 귀농과 마찬가지로 시골로 돌아가지만, 농사를 짓지 않고 전원생활을 즐긴다는 것이다. 아마 대부분의 도시인들은 귀농보다는 귀촌을 선택하지 않을까? 넷째, 귀산(歸山)은 귀촌과 마찬가지로 시골로 돌아가지만, 농지가 아닌 산속에서 임산물을 생산하는 등의 활동이 될 것이다.
이렇게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지만 한마디로 줄이면 도시를 떠나 시골로 간다는 것일 뿐이다. 의도적이든 의도적이지 않든 복잡한 도시를 떠나 여유롭고 평화로운 시골로 ‘이사’를 하는 것이다. 도시에서의 생활은 대부분 아파트나 오피스텔 등 건물 중심의 공간이다. 비싼 땅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다 보니 수십 층을 쌓아 올린 콘크리트 구조체일 수밖에 없다. 모든 곳이 포장되어 있어서 흙을 밟을 기회가 거의 없다. 주말에 도시 근교 산이 붐비는 이유는 아마도 흙냄새를 맡고 싶은 사람들의 욕망을 채워주기 때문일 것이다. 필자도 20년 이상 아파트 생활을 하면서 나중에 나이 먹으면 시골로 이사 가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아파트에서 사는 게 편한 사람도 있지만 왠지 필자에게는 불편하게 다가왔다. 옆집은 물론이고 아래윗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르고, 혹시라도 엘리베이터에서 이웃을 마주치더라도 서로 눈을 피하는 이상한 현실이 싫었기 때문이다. 오래전부터 재택근무를 한 덕분에 평일에도 집에서 작업을 하곤 했는데, 낮에 밖에 산책이라도 하면 이웃 아주머니들로부터 ‘혹시 백수라서 집에 있는 것은 아닌지’라는 따가운 시선을 받기도 했다. 시골로 이사를 오니 일단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게 되어 좋았다. 또 흙냄새를 맡고 흙을 밟을 수 있는 것도 좋은 점이다. 문을 열고 나가면 걸을 수 있는 마당이거나 산책길이 있으니 금상첨화였다.
그러니 귀농, 귀어, 귀촌, 귀산이라는 보이는 형식에 얽매이지 말고 그냥 ‘시골살이 또는 산골살이’를 위해 이사를 하면 된다. 세상에 쉬운 일이란 없다. 특히 농사를 지어본 경험이 없는 사람이 땅을 일구어 곡식이나 채소를 심어서 좋은 상품을 수확하는 것은 어렵다. 몇 년 못 버티고 다시 도시로 향하는 U턴 현상은 기대가 큰 만큼 실망도 크기 때문일 것이다. 고기잡이배를 타는 귀어는 더 힘들다. 단순하게 생각해서 시골살이, 산골살이를 하면서 텃밭에 본인이 먹을 정도의 채마밭을 가꾸는 것이 어찌 보면 정답에 근접한다. 자칫 골병이 들어 골골하는 노후가 될 수도 있으니 귀농, 귀어보다는 귀촌, 귀산으로 방향을 틀어보자. 그리고 시골살이, 산골살이는 욕심을 버리고 마음을 비우는 것이 먼저다. 그냥 자연으로 돌아간다고 생각하면 편하다.
<한경닷컴 The Lifeist> 구건서 심심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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