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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대형 손해보험사가 운전자보험에 자기부담금을 신설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가입자의 도덕적 해이를 막기 위해 불가피하다는 이유에서다. “운전자보험 가입자를 크게 늘려온 일부 보험사가 막판 ‘절판 마케팅’을 위해 스스로 꺼내든 카드”라는 시각도 있다.

3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일부 대형 손보사는 오는 7월부터 자동차사고처리지원금, 변호사선임비용 등 주요 보장에 ‘자기부담금 20%’를 신설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지금은 보험사가 가입자에게 보장 전액을 지급하는데, 앞으로는 가입자가 발생한 금액의 20%는 부담하도록 바꾼다는 뜻이다. 보험료가 그만큼 낮아지므로 가입자에 유리한 면도 있다.

자기부담금은 가입자의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기 위한 장치다. 보험사의 과당경쟁으로 보장금액이 크게 높아지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형사합의금에 쓰이는 교통사고처리지원금의 보장 한도는 수년 전까지만 해도 2000만원~3000만원에 불과했으나 최근 들어선 2억원에 맞춰졌다. 수백만원 수준이었던 변호사선임비 보장 한도 역시 작년부터 5000만원 수준으로 대폭 뛰었다.

보험사들은 보장 한도를 높이면서 “‘민식이법’이 시행됐는데 보장한도가 높은 운전자보험에 가입하지 않았다면 사고 발생 시 ‘쇠고랑’을 찰 수 있다”는 ‘공포 마케팅’을 벌여왔다. 이에 금융감독원은 지난 2월 “운전자보험에는 꼭 가입할 필요가 없다”는 취지의 소비자 경보를 발령하기도 했다. 다음 달에는 “보험사가 실제 발생 가능성이 없는 수준으로 보험가입금액을 확대하고 있다”는 감독행정작용을 했다.

경쟁 상황에서 앞다퉈 보장금액을 늘려온 보험사들이 이제는 자기부담금 신설 이유를 금감원에 넘기는 형국이다. 한 대형 손보사 관계자는 “금감원이 도덕적 해이를 우려하고 있어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보장한도가 높아지면서 과도하게 뛴 합의금·변호사비 규모를 합리적인 수준으로 낮추는 방안이라고 한다. 하지만 금감원 관계자는 “보험사에게 자기부담금을 신설하라고 강제하지 않았다”며 “각사가 자체적으로 결정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최근 영업 현장에선 “자기부담금이 없는 지금 운전자보험에 가입해야 한다”는 마케팅도 벌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다른 보험업계 관계자는 “운전자보험 가입자를 다수 확보한 대형 손보사가 ‘절판 마케팅’을 위해 꺼내든 방안으로 보인다”며 “다른 보험사가 동참할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최한종 기자 onebe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