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백마저 '재즈적 상상력'이 된 셀로니어스 멍크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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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e]론 브랜튼 Jazz it UP
20세기 가장 독창적인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
재즈 연주자에게 '멍크 연주'는 쉽지 않은 도전
무엇이 그를 특별하게 만들었는가
20세기 가장 독창적인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
재즈 연주자에게 '멍크 연주'는 쉽지 않은 도전
무엇이 그를 특별하게 만들었는가
셀로니어스 멍크(Thelonious Monk)의 작품을 연주하는 건 어떤 음악가한테도 쉽지 않은 도전이다. 멍크는 20세기 가장 독창적인 재즈 피아니스트자 작곡자 중 한 명으로, 듀크 엘링턴처럼 독특하면서도 정통적이지 않은 이미지를 만들어냈다.
그의 음악은 '스트라이드 피아노'(stride piano·오른손으로 멜로디를 타고, 왼 손으로 베이스 음을 잡는 스타일)에서 출발한다. 하지만 정형적인 음조나 관습에 얽매이지 않는 방식으로 화성과 멜로디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 그의 음악은 그만큼이나 독특했다. 사진 출처: Burt Glinn, Magnum
멍크는 어렸을 때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에서 뉴욕으로 이사한 뒤 생애 대부분을 그곳에서 보냈다. 멍크는 쇼팽과 베토벤 등 클래식 음악으로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했지만, 나중에 그가 이런 고전들을 작곡에 반영하는 일은 흔치 않았다. 멍크와 동시대 음악가의 차이는 때론 어마어마했다.
다른 연주자들이 멋진 화음을 연주할 때 멍크는 약간의 정적을 넣었다가 갑자기 의도를 알 수 없는 불협화음을 연주하기도 했다. 어떤 사람들은 멍크의 화음 선택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어려워했고, 몇몇은 멍크가 음악을 해석하는 방식에 문제를 제기했다.
멍크가 마일스 데이비스와 맥스 로치를 불러 음악을 작업할 때 이런 일도 있었다. "… 마일스가 멍크의 연주를 헐뜯는 발언을 하자 세션의 분위기가 험악해졌다. 처음에 멍크는 눈살을 찌푸렸지만, 마일스도 물러서지 않았다. 곧 고성이 오가는 싸움으로 번졌다." 멍크는 그들이 연주를 제대로 하고 있다고 말했지만, 마일스는 제대로 연주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듀크 엘링턴과 마찬가지로, 멍크는 여백과 정적을 동시대 음악가들과 다르게 활용했다. 다른 음악가들은 합주에서 정적이 어색하게 느껴진다는 이유로 비슷한 코드를 반복해 즉흥연주로 여백을 채운다. 멍크에게 정적이란 음악적 상상력을 표현하는 또 다른 방식일 뿐이었다. 듀크가 곡 마무리에 낯선 음색의 C6 코드 하나만을 사용해 연출한 ‘캐어리스 러브(Careless Love)’처럼, 멍크 역시 단 하나의 코드만을 사용해 많은 의미를 담아낼 수 있었다. 계속 똑같은 음을 치던 그는 "왜냐고? … 이게 이유다"라고 말하는 듯했다.
멍크는 묘사하기 어려운 멜로디를 쓰기도 했다. ‘포 인 원(Four in One)’의 도입부는 ‘홀 톤 스케일’(whole-tone scale·온음 연속에 따라 이뤄지는 6음 구성의 음계) 멜로디를 휘몰아친다. 이런 사례는 멍크의 음악 세계에선 보기 드물다.
‘포 인 원’의 중반부는 양손을 모두 사용해야만 연주가 가능한 고난도의 멜로디를 리드미컬하게 구사한다. 왼손으로는 전체 화음을 연주하지 않는 ‘비밥’(Be-bop·1940년대 중반 미국서 유행한 자유분방한 재즈 스타일) 음악을 주로 쓴 그에게 흔치 않은 일이었다.
멍크의 많은 작품은 ‘콘트라팩트’(contrafact·기존 멜로디에 가사를 새로 붙이는 것)를 사용했다. 클래식 음악에서 유래한 콘트라팩트는 1940년에 이르러서 재즈 음악에도 적용됐다. 멍크의 증거는 ‘저스트 유; 저스트 미(Just You; Just Me)’에 기반한다.
이는 누구도 증거(Evidence) 없이는 ‘정의(저스트 유(you) + 저스트 미(me) = 저스트 어스(us) → 저스티스)’롭지 못하다는 멍크식 말장난에서 비롯했다.
두 작품은 모두 32개의 마디로 구성된 ‘AABA 양식’(8개 마디로 이뤄진 4개 구절이 반복되는 형태)을 띠고 있다. 음식을 생각하면서 만들었나 의심이 드는 멍크의 ‘스터피 칠면조(Stuffy Turkey)’는 역시 AABA 형식인 콜먼 호킨스의 ‘스터피(Stuffy)’ 속 선율을 차용했다. 1940년대 재즈 음악가들이 서로에게 음악적 영감을 주는 일은 멍크와 호킨스 등 가까운 동료들 사이에선 흔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들은 자주 협연했다. 작곡할 때 단지 그 자리에 함께 있었거나 리프(riff·반복되는 악절)나 아이디어를 제공했다는 이유만으로 작곡 크레딧에 이름을 올려주는 경우가 제법 있었다.
‘부-부의 생일(Boo-Boo's Birthday)’ 등 다른 선율은 구성면에서 독특하다. 21개 마디로 구성된 AAB 형식으로 이뤄진 이 곡은 조 헨더슨(Joe Henderson)이나 웨인 쇼터(Wayne Shorter) 같은 후대 작곡가들이 구사한 화성을 암시한다. 이 음악은 ‘부-부’란 애칭으로 불렀던 멍크의 딸 바브라를 위해 열린 생일파티를 기념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에로넬(Eronel)’은 다른 사람의 아이디어에서 비롯했으나 멍크의 손에서 재탄생한 또 다른 곡이다. 사딕 하킴(Sadik Hakim)과 이드리스 술리만(Idrees Sulieman)이 쓴 32마디의 AABA 형식의 원곡이 있다. 에로넬은 1951년 7월 23일 지니어스 오브 모던 뮤직 세션(Genius of the Modern Music sessions)을 위해 녹음됐다. 멍크는 반복해서 음표와 코드를 바꿨고, 가운데 B섹션을 손봐서 그만의 음악으로 만들었다. 결국 멍크가 죽은 뒤 하킴과 술리만은 작곡가의 크레딧을 받았다. 멍크 곡 중 대다수는 그의 동시대 작곡가들과 달리 화성적으로 모호한 모티프를 활용했다는 점에서 독특하다.
멍크의 곡 중 상당수는 초안부터 최종 녹음본까지 다른 이름을 가졌다. 멍크의 아름다운 발라드 ‘루비 마이 디어(Ruby My Dear)’의 원래 제목은 ‘맨해튼 무드(Manhattan Moods)’였다. 제목의 루비는 멍크의 친누나의 절친이자 멍크의 첫사랑인 루비 리처드슨(Ruby Richardson)의 이름에서 따왔다.
‘크레푸스큘레 위드 넬리(Crepuscule with Nellie)’의 원제는 ‘트와일라잇 위드 넬리(Twilight with Nellie)’였지만, 멍크의 절친이자 후원자였던 파노니카 드 코닉 스워터(Pannonica de Koenigswarter)라 트와일라잇의 프랑스어 표현인 ‘크레푸스큘레’를 쓰자고 제안하면서 명칭이 바뀌었다.
지금도 연주자가 멍크의 덜 알려진 작품을 공연하려면 멍크가 녹음한 주요 레코드를 참고해야만 한다. 멍크의 가장 정확한 작품 모음집으로 알려진 판본에도 몇 개의 오류가 있기 때문에, 난 곡들을 일일이 확인하려 노력한다. 캐니 배런(Kenny Barron)이 멍크의 ‘셔플 보일(Shuffle Boil)’을 녹음했을 때 그랬듯, 가끔 그들의 입맛을 맞추기 위해 리하모니제이션(reharmonization·멜로디에 코드를 붙여 수정하는 것)을 시도하는 연주자들도 있다. 배런의 입장을 옹호하자면 이 곡의 주요 레퍼런스 녹음은 알토 파트에서 멍크의 연주에 비해 한 음 다르게 연주되는데, 멍크의 연주에 비해 돋보인다.
이 곡에 대한 종이 악보가 남아있는진 확실하지 않다. 멍크의 작품을 공연할 일이 생기면, 그의 녹음본이 활용할 수 있는 최선이다.
그의 음악은 '스트라이드 피아노'(stride piano·오른손으로 멜로디를 타고, 왼 손으로 베이스 음을 잡는 스타일)에서 출발한다. 하지만 정형적인 음조나 관습에 얽매이지 않는 방식으로 화성과 멜로디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 그의 음악은 그만큼이나 독특했다. 사진 출처: Burt Glinn, Magnum
멍크는 어렸을 때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에서 뉴욕으로 이사한 뒤 생애 대부분을 그곳에서 보냈다. 멍크는 쇼팽과 베토벤 등 클래식 음악으로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했지만, 나중에 그가 이런 고전들을 작곡에 반영하는 일은 흔치 않았다. 멍크와 동시대 음악가의 차이는 때론 어마어마했다.
다른 연주자들이 멋진 화음을 연주할 때 멍크는 약간의 정적을 넣었다가 갑자기 의도를 알 수 없는 불협화음을 연주하기도 했다. 어떤 사람들은 멍크의 화음 선택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어려워했고, 몇몇은 멍크가 음악을 해석하는 방식에 문제를 제기했다.
멍크가 마일스 데이비스와 맥스 로치를 불러 음악을 작업할 때 이런 일도 있었다. "… 마일스가 멍크의 연주를 헐뜯는 발언을 하자 세션의 분위기가 험악해졌다. 처음에 멍크는 눈살을 찌푸렸지만, 마일스도 물러서지 않았다. 곧 고성이 오가는 싸움으로 번졌다." 멍크는 그들이 연주를 제대로 하고 있다고 말했지만, 마일스는 제대로 연주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듀크 엘링턴과 마찬가지로, 멍크는 여백과 정적을 동시대 음악가들과 다르게 활용했다. 다른 음악가들은 합주에서 정적이 어색하게 느껴진다는 이유로 비슷한 코드를 반복해 즉흥연주로 여백을 채운다. 멍크에게 정적이란 음악적 상상력을 표현하는 또 다른 방식일 뿐이었다. 듀크가 곡 마무리에 낯선 음색의 C6 코드 하나만을 사용해 연출한 ‘캐어리스 러브(Careless Love)’처럼, 멍크 역시 단 하나의 코드만을 사용해 많은 의미를 담아낼 수 있었다. 계속 똑같은 음을 치던 그는 "왜냐고? … 이게 이유다"라고 말하는 듯했다.
멍크는 묘사하기 어려운 멜로디를 쓰기도 했다. ‘포 인 원(Four in One)’의 도입부는 ‘홀 톤 스케일’(whole-tone scale·온음 연속에 따라 이뤄지는 6음 구성의 음계) 멜로디를 휘몰아친다. 이런 사례는 멍크의 음악 세계에선 보기 드물다.
‘포 인 원’의 중반부는 양손을 모두 사용해야만 연주가 가능한 고난도의 멜로디를 리드미컬하게 구사한다. 왼손으로는 전체 화음을 연주하지 않는 ‘비밥’(Be-bop·1940년대 중반 미국서 유행한 자유분방한 재즈 스타일) 음악을 주로 쓴 그에게 흔치 않은 일이었다.
멍크의 많은 작품은 ‘콘트라팩트’(contrafact·기존 멜로디에 가사를 새로 붙이는 것)를 사용했다. 클래식 음악에서 유래한 콘트라팩트는 1940년에 이르러서 재즈 음악에도 적용됐다. 멍크의 증거는 ‘저스트 유; 저스트 미(Just You; Just Me)’에 기반한다.
이는 누구도 증거(Evidence) 없이는 ‘정의(저스트 유(you) + 저스트 미(me) = 저스트 어스(us) → 저스티스)’롭지 못하다는 멍크식 말장난에서 비롯했다.
두 작품은 모두 32개의 마디로 구성된 ‘AABA 양식’(8개 마디로 이뤄진 4개 구절이 반복되는 형태)을 띠고 있다. 음식을 생각하면서 만들었나 의심이 드는 멍크의 ‘스터피 칠면조(Stuffy Turkey)’는 역시 AABA 형식인 콜먼 호킨스의 ‘스터피(Stuffy)’ 속 선율을 차용했다. 1940년대 재즈 음악가들이 서로에게 음악적 영감을 주는 일은 멍크와 호킨스 등 가까운 동료들 사이에선 흔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들은 자주 협연했다. 작곡할 때 단지 그 자리에 함께 있었거나 리프(riff·반복되는 악절)나 아이디어를 제공했다는 이유만으로 작곡 크레딧에 이름을 올려주는 경우가 제법 있었다.
‘부-부의 생일(Boo-Boo's Birthday)’ 등 다른 선율은 구성면에서 독특하다. 21개 마디로 구성된 AAB 형식으로 이뤄진 이 곡은 조 헨더슨(Joe Henderson)이나 웨인 쇼터(Wayne Shorter) 같은 후대 작곡가들이 구사한 화성을 암시한다. 이 음악은 ‘부-부’란 애칭으로 불렀던 멍크의 딸 바브라를 위해 열린 생일파티를 기념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에로넬(Eronel)’은 다른 사람의 아이디어에서 비롯했으나 멍크의 손에서 재탄생한 또 다른 곡이다. 사딕 하킴(Sadik Hakim)과 이드리스 술리만(Idrees Sulieman)이 쓴 32마디의 AABA 형식의 원곡이 있다. 에로넬은 1951년 7월 23일 지니어스 오브 모던 뮤직 세션(Genius of the Modern Music sessions)을 위해 녹음됐다. 멍크는 반복해서 음표와 코드를 바꿨고, 가운데 B섹션을 손봐서 그만의 음악으로 만들었다. 결국 멍크가 죽은 뒤 하킴과 술리만은 작곡가의 크레딧을 받았다. 멍크 곡 중 대다수는 그의 동시대 작곡가들과 달리 화성적으로 모호한 모티프를 활용했다는 점에서 독특하다.
멍크의 곡 중 상당수는 초안부터 최종 녹음본까지 다른 이름을 가졌다. 멍크의 아름다운 발라드 ‘루비 마이 디어(Ruby My Dear)’의 원래 제목은 ‘맨해튼 무드(Manhattan Moods)’였다. 제목의 루비는 멍크의 친누나의 절친이자 멍크의 첫사랑인 루비 리처드슨(Ruby Richardson)의 이름에서 따왔다.
‘크레푸스큘레 위드 넬리(Crepuscule with Nellie)’의 원제는 ‘트와일라잇 위드 넬리(Twilight with Nellie)’였지만, 멍크의 절친이자 후원자였던 파노니카 드 코닉 스워터(Pannonica de Koenigswarter)라 트와일라잇의 프랑스어 표현인 ‘크레푸스큘레’를 쓰자고 제안하면서 명칭이 바뀌었다.
지금도 연주자가 멍크의 덜 알려진 작품을 공연하려면 멍크가 녹음한 주요 레코드를 참고해야만 한다. 멍크의 가장 정확한 작품 모음집으로 알려진 판본에도 몇 개의 오류가 있기 때문에, 난 곡들을 일일이 확인하려 노력한다. 캐니 배런(Kenny Barron)이 멍크의 ‘셔플 보일(Shuffle Boil)’을 녹음했을 때 그랬듯, 가끔 그들의 입맛을 맞추기 위해 리하모니제이션(reharmonization·멜로디에 코드를 붙여 수정하는 것)을 시도하는 연주자들도 있다. 배런의 입장을 옹호하자면 이 곡의 주요 레퍼런스 녹음은 알토 파트에서 멍크의 연주에 비해 한 음 다르게 연주되는데, 멍크의 연주에 비해 돋보인다.
이 곡에 대한 종이 악보가 남아있는진 확실하지 않다. 멍크의 작품을 공연할 일이 생기면, 그의 녹음본이 활용할 수 있는 최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