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사막에 부는 뜨거운 한국어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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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영 세종학당재단 이사장
![[한경에세이] 사막에 부는 뜨거운 한국어 바람](https://img.hankyung.com/photo/202305/07.33330656.1.jpg)
10년 전 처음 만난 아랍에미리트는 놀라움 그 자체였다. 동방의 이국적 풍경을 본 마르코 폴로의 감상이 그랬을까, 아니면 청나라 문물을 마주한 연암의 감탄이 그랬을까. 알시프에서 전통 먹거리와 물건들을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이국적 신비감에 빠져들기 충분했다. 톰 크루즈가 ‘미션 임파서블’에서 대역 없이 외벽을 탔다는 마천루 부르즈칼리파나 바람의 저항을 아랑곳하지 않고 무심한 듯 서 있는 동전 모양의 원형 건축물 알다헤드쿼터스, 그리고 호텔 곳곳에서 자신감을 드러내며 걸려 있던 사진 속 화려한 인공 섬 팜주메이라는 어떤 말로도 형언하기 어렵다. 그 옛날 아라비아 상인들이 다니던 사막을 떠올리기는 더더욱 쉽지 않았다.
사막식 천지개벽으로 꼽자면 사막에 부는 한류 바람을 빼놓기 어렵다. 뜨거운 모래바람이 이는 열사의 나라에 뜨거운 한국어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10년 전만 해도 중동의 이 바람은 예상치 못한 것이었다. 그때는 업무협약식 축하 행사로 등장한 K팝 커버댄스그룹의 화려한 꿈도 접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작년 중동지역의 한국어 학습 열기 또한 대단했다. 7개국 10곳에 이르는 중동의 세종학당으로도 수요 대응은 충분하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중동·아프리카 지역에서 최초로 열린 이번 세종학당재단의 워크숍과 업무협약식을 대하는 현지 신문과 방송사들의 취재 경쟁은 그야말로 상상 이상이었으며, 각종 SNS는 협력관계의 서막을 앞다퉈 전했다.
샤르자로 가는 길에 사막을 견뎌 온 불꽃나무가 강렬하게 피어있었다. 사막에 물줄기를 대 나무를 키워내듯, 우리의 문화 협력도 제2 중동 붐의 물줄기를 만나 강렬하게 피어오르기를 기대해본다.